인천시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례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다.
조례에 담긴 정책은 많은데 정작 체감되는 성과는 적기 때문이다.
5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는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담겨있다. 대표적으로 인권센터 설치, 인권보고서 발간, 인권위원회 및 인권보호관 설치‧운영 등이다.
하지만 시행되고 있지 않거나 시행돼도 유명무실한 정책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인권센터의 경우 조례에 시민 인권 보호 정책 개발과 집행‧교육 등을 추진하기 위해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통해 인권 보장 등을 위한 시책 및 인권지수 연구, 프로그램 개발 등의 실태조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조례에 담긴 것과 달리 인천에는 인권센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시는 조례 제정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권센터 설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보고서 발간도 마찬가지다.
조례에는 인권보고서를 2년 주기로 발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대로라면 2022년과 지난해 인권보고서가 나왔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발간된 적은 없다.
시는 인권보고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기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인권위원회 및 인권보호관은 이미 설치돼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
앞서 시는 2023년 7월 제3기 인권위원회 위원과 인권보호관 12명을 위촉한 바 있다. 이들의 임기는 2년으로, 올해 7월 끝난다.
인권위원회는 시 인권보장 등에 대한 심의·자문·권고 역할을 수행한다. 인권보호관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상담·조사와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인권침해가 인정돼도 내려질 수 있는 최대 판결이 권고에 그친다는 점이다. 조례에 권고 외에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탓이다.
이로 인해 권고 조치를 받은 해당 기관이 수용하지 않아도 별다른 후속조치를 할 수 없다.
인천대공원사업소는 2022년 퀴어축제 사용 신청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인권보호관회의에서 받은 권고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고조치를 받은 건수도 많지 않다. 지난해는 인권침해 접수건수 12건 중 3건만 권고조치를 받았다.
시 관계자는 “조례에 인권센터 설치 등이 나와 있지만 이미 시 담당부서가 인권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 인권상담실도 설치돼 있다”며 “상황을 좀 지켜본 뒤 향후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