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소속 의원이 의정활동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장기간 갑질을 이어왔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의원은 공무원에게 막말은 물론 늦은 밤까지 업무를 강요했고, 이를 못 견딘 한 직원은 사직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당 의원은 지역구에서마저 비슷한 물의를 일으켜왔다는 소식이다. 경기도 지방자치의 시대착오적인 민낯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치인들의 자기 점검과 각성,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석규(민주‧의정부4) 경기도의원은 제11대 도의회 전‧후반기 의정 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정책지원관 등 직원들에게 상습적 갑질 행각을 이어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현직 도의회 직원들은 오 의원이 정책지원관에게 새벽까지 업무를 강요하고 막말을 일삼는 등의 갑질 사례를 자주 접했다고 증언했다. 오 의원의 갑질에 과로‧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던 정책지원관은 결국 지난해 12월 사직서를 냈다.
오 의원의 업무 강요는 도의회 업무가 몰리는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사 등 특정 시기가 아닌 시점에도 계속해서 자행됐다고 한다. 직원들이 퇴근한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와 업무지시를 하고는 다음 날 아침까지 완료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인격 모독성 막말에다가 교묘하게 정서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지속했다는 피해 증언도 나왔다.
사무실로 찾아와 팀장을 부른 뒤 큰 목소리로 1시간가량이나 특정 직원을 비난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오 의원의 갑질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직원들은 갑질 피해 신고는 엄두도 못 낸 채 냉가슴만 앓아야 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특히 임기제 공무원인 정책지원관은 재계약을 위해서 도의원의 업무평가를 좋게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싫은 내색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석규 의원에 대한 갖은 구설은 지역구에서까지 이어진다. 오 의원은 의정부시가 확보한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5억 원에 대해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초갑질 행각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8월 한 근린공원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의정부시 공무원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휴일에 의정부시 부시장 등을 현장으로 불러 시민들 앞에서 꾸짖으며 모멸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오 의원은 담당 공무원에게 ‘내가 가져온 예산이니 내 돈’이라며 내 돈을 집행하는데 왜 나한테 보고하지 않느냐며 따져 물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물의가 일자 오 의원은 “의정활동이라는 업무적 범위 내에서 더 잘하려고 했던 마음이었을 뿐”이라며 “업무 범위를 벗어난 사안에 대해 지원 업무를 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정활동을 하면서 간과했던 부분들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약간 오해가 될 만한 부분들이 많았다”며 갑질 행태를 뒤늦게나마 사실상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갑질의 심리를 ‘열등감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갑질은 관계된 모든 이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갑질은 사회 전체에 전염되는 특성마저도 지니고 있어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오석규 의원의 도드라진 갑질 사례를 ‘개인의 일탈’이나, 특별한 케이스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좀처럼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 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요, 낮은 경기도 지방자치 수준의 민낯일 개연성이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도, 시·군을 막론하고 지역 도처에서 ‘의원’이라는 배지를 달고 으스대며 완장질을 일삼는 사례는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지방의원들이 순수한 공복 의식으로 무장하고 오직 봉사에 충실한 선진 지방자치로 가는 길을 이제는 열어야 한다. 지역민과 공무원들을 졸(卒)로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경기도 지방의원이라면, 도무지 왜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