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부, 입법부의 사법부에 대한 견제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수준을 넘어서며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에 대한 내란혐의 수사의 불법성이 법원판결로 확인된 이상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사기 탄핵을 신속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요건으로 구속기간을 넘긴 점과 함께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고려한 만큼 탄핵심판 자체를 엎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미 탄핵심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헌재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발언이다. (관련기사: 경기신문 25.03.09. 헌재 선고, 尹석방에 밀리나…“어려운 때일수록 법대로”)
특히 현재 행정부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마은혁 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 헌재의 확고한 판결이 나왔음에도 부작위를 감행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대표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전원일치 인용하면서 ‘최 대행이 재판관 공석 해소 작위 의무를 지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그 결정 취지에 맞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최 대행은 마 재판관 합류 시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를 의식해 헌재의 판결을 국무회의에서 재논의하고 있다.
‘법대로 간다’던 헌재의 태도를 무시하는 처사다.
사법부에 대한 입법·행정부의 견제가 선을 넘은 것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날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심우정 검찰총장의 출근길 취재진 문답 내용에 대해 “법 기술자다운 궤변”이라며 “사퇴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앞서 심 총장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 관련 질문에 “수사팀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 내렸다”며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 총장의 설명에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지속되자 일각에선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총장은 법조항에 즉시항고를 ‘하여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해서 탄핵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검찰이 법원 결정에 불복하면서까지 즉시항고해 피의자를 잡아넣는다면 헌법·형사법상 대원칙인 영장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는 취지가 컸다.
영장주의는 피고인(국민) 및 언제라도 구속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국민을 위한 제도로, 피고인을 잡아넣어서 피해자(국민)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
이런 취지에 반하는 즉시항고를 굳이 한다면 오히려 다른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부분은 짚지 않고 탄핵사유라고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심 총장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검찰의 실무관행에는 어긋나는 판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심 총장은 이날 “법원 구속기간 산정방식은 기존 오랫동안 형성돼온 실무관행에 맞지 않기에 동의하기 어렵고 본안에서 다투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통상 검찰은 실무에서 체포 이후 체포적부심사가 이뤄지는 시간은 구속기간(48시간)에서 제외해왔으나 윤 대통령 측은 이런 관행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령이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고 법원은 일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법원의 법 해석을 근거로 이뤄진 구속취소의 원인을 검찰의 구속기간 산정 실수로 몰아가는 셈이다.
한편 헌재는 이번 주 중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 인용 시 윤 대통령이 파면되며 60일 내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기각 시에는 윤 대통령은 즉각 직무 복귀한다.
헌재는 “재판관은 임명·선출·지명권자가 누구였는지에 구애됨에 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