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정국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월 아파트 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아파트 공급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2월 분양 물량은 최근 6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3704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1월(3497가구)과 비슷한 수준으로, 202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2월(2만 660세대)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2023년 2월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2월 평균 분양 물량(1만 1750세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공급 물량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1만 7148가구)과 12월(1만 4114가구) 수준에서 올해 12월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12월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22개 단지, 7201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월평균 공급량(1만 5345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급 부진은 3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3월 첫째 주 전국에서 분양 모집공고를 낸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불확실성이 해소될 4월 이후로 분양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경기 의정부에서 2월 공급 예정이던 ‘힐스테이트 회룡역 파크뷰’ 분양을 4월로 연기했다. 한화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고양 더샵포레나 원와이든’도 4월로 미뤄졌으며, 두산건설이 경기 남양주시에서 분양 예정이던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 역시 4월로 연기됐다. 이 단지는 총 548가구 규모의 초역세권 아파트로, 경춘선 평내호평역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리얼하우스 관계자는 탄핵 정국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정권과 야당 모두 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쪽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다른 한쪽은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주택 공급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과 강북 재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분양가 상승을 둘러싼 시각도 정권에 따라 엇갈린다. 리얼하우스 조사에 따르면, 서울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2월 기준 16억 3411만 원으로, 강원·경상·전라·충청 지역이 5억 원을 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공급 부족을 문제로 보는 한쪽은 서울 등 중심부 공급 확대 정책을, 다른 한쪽은 공공 부문의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집값 안정의 관건은 경기 지역 민간 공급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기 지역에서 공급된 민간 아파트는 단 4개 단지, 419가구에 그쳤다. 이는 2020년 이후 5년간 경기 지역에서 공급된 민간 아파트(27만 8627가구)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어느 쪽이 집권하든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라며 ”공공 부분의 공급 확대는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서울이나 인접한 지역 공급 확대가 사실상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고 다른 쪽은 정비사업 추진에 따라 수도권 집값을 단계적으로 자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