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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뉴스읽기] ‘힘을 뺀 의사소통’은 힘을 얻을까?

 

우리는 거의 매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직장에서 업무하는 중에, 집에서 식구들에게도 내 뜻을 말하며 설득하는 상황들에 직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최근 뉴스를 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위한 상호관세 결정을 앞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한 막판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의대생 복귀를 위해 대학은 계속 ‘설득작업’을 했지만, 마감시한까지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결국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그러자 제적을 앞둔 의대생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향해 의대협과 진심으로 ‘소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여야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으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1.5%에서 43%로 올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는데,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강화」라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애초부터 힘든 일이었나 보다. 이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당장 내년부터 윗세대가 연금을 더 받게 되어 청년층이 오른 보험료를 계속 내게 되었다며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다.

 

이처럼 소통과 협상의 과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그 일은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정치는 어떠한가? 어쩌면 정치는 협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잡는 것이니 정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막전막후 교섭이 펼쳐질 것이다. 입법 과정도 결국은 조정과 설득의 과정이다. 그런데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광장으로 나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샤우팅의 위력을 보이려는 게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다.

 

와튼 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기브앤테이크'(2013)에 설득하지 않고도 설득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준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테이커(Taker)와 상대방을 우선 생각하며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 두 사람의 설득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그랜트 교수는 확신에 차서 단정적으로 말하는 테이커들보다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으로 말하는 기버들이 명망을 얻는 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한다. 힘을 뺀 의사소통은 덜 단정적으로 말하고, 상대의 조언에 의지하는데,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도 하며, 자기 권리는 포기하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이 정말 힘을 얻을까?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이 있으니, 훌륭한 사람이면서도 겸손히 말하고, 상대를 향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힘을 뺀 의사소통’은 설득의 효과를 크게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사법 이슈로 인한 혼란 속에 우리나라 정치가 새롭게 전환되기를 바라는 많은 시각들이 있다. 우선 위정자부터 목소리를 낮추고 무엇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대도인지를 잠잠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려 애쓴다면 그 노력은 바로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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