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계속 미뤄지면서 각종 집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관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제대로 퇴근도 하지 못하는 등 업무난이 극심해지면서 일부 경찰관들은 탄핵만 선고되면 사표를 쓰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31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기존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이달로 예상됐으나 매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미뤄지고 있다. 오는 4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 선고가 지연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일대에서 진행된 탄핵 찬반 집회에 투입된 경찰관들의 업무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경찰은 매번 집회마다 약 200명에 달하는 교통경찰과 3000명의 기동대를 대대적으로 투입해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의 충돌을 방지하고 있다. 경찰버스 등을 배치해 통제하고 있지만 행진으로 참가자들끼리 만나면 욕설이나 고성방가, 심한 경우 물리적 다툼이 발생해 이를 해결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특히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양측이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우 집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관들을 붙잡아 "중국에서 왔냐", "공안인 것 알고있다"며 시비를 걸기도 한다. 이들을 타이르던 경찰관들이 숨어서 한숨 쉬는 모습을 집회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 기동대 경찰관 A씨는 "한번 집회 현장에 투입되면 집회 참가자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가장 크다"며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현장을 통제하다 보니 참가자들은 우리에게 불만을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중국에서 왔냐는 등 삿대질을 하거나 심한 경우 폭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동대 경찰관 B씨는 "연이은 집회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 안 되다 보니 휴가는 커녕 휴식조차 꿈도 꾸기 힘들다"며 "어쩌다 지나가는 시민이 '고생 많습니다'하고 인사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서 집회가 끝나 집에서 쉬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선고 후 업무에 지친 경찰관들이 대거 일을 그만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경정급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근무하는 후배 경찰이 집회 현장에 투입되느라 3일만에 퇴근을 했다"며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경찰도 집회 현장을 지원하는데 이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다. 탄핵이 끝나면 적지 않은 경찰관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특히 4월 초 탄핵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탄핵 선고 당일 헌재 인근에 투입될 기동대원들의 부담감과 걱정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경찰 조직이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 끝나지 않는 집회로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은 '번아웃'에 빠지기 직전"이라며 "장기적으로 경찰관들의 업무난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력을 충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