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한 증인이 "두번, 세번 계엄 하면 된다"고 말한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이 마련한 포토라인을 지나치며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15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세 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오상배 전 수방사령관 부관(대위)은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간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통화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이 '다 막혀 있는데 총을 들고 담 넘어서 들어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두 번째 통화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 통화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뒤 이뤄진 네 번째 통화에 대해선 "'지금 의결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190명이 나왔는지는 확인도 안 되는 거니까 계속해라'는 취지였다"며 "(윤 전 대통령이) '내가 (계엄) 선포하기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를 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두번, 세번 계엄 하면 되니까' 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오 전 부관은 계엄 당시 국회 앞에 출동해 이 전 사령관과 함께 차에서 대기하다가 군용 비화폰에 '대통령'이라고 떠서 이 전 사령관에게 건넸다며, 스피커폰은 아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도 증언했다.
아울러 그는 윤 전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체포의 '체' 자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한 인터뷰를 보고 진실을 밝히고자 증인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석 변호사가 '대통령도 법률가다. 체포하라는 말 쓰라고 한 적 없다,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신문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이 오 전 부관에게 "이 전 사령관이 병력을 배치해서 '국회로 들어가는 모든 인원을 통제하라'고 지시했냐"는 취지로 묻자, 송진호 변호사는 "이진우의 지시는 국회 외부에서 통제하라고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주신문 과정에서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 신문기법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반대신문 때 의견을 달라며 제지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55분쯤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검은색 승합차로 법원 청사 서관 입구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이 입구 앞에 마련한 포토라인이 설치됐지만 멈추지 않고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할 생각 있느냐', '군부정권 이후 계엄 선포한 헌정사상 첫 대통령인데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 생각하느냐' 등 질문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국선거 없는 해에 대선을 치르게 됐는데 전국민에게 할 말 있나',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여전히 정치공세라고 생각하냐' 등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전 재판을 마치고 퇴정하던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이 '증인도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직접 지시한 게 맞나', '오늘 증인도 특전사 수방사 군인인데 순서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 '비상계엄 선포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고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이날 서관 입구 앞에는 윤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몰려든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환호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외침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