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4월에도 흑자를 이어가며 24개월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원자재 수입 감소, 해외 투자 배당 수입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범용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관련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 확대가 상품수지 흑자 폭을 키웠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5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24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역대 3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는 89억 9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 동월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반도체(16.9%↑), 정보통신기기(7.1%↑) 등의 수출 증가가 이끈 결과다. 특히 AI 수요 확산으로 고부가 반도체 출하가 늘면서 전체 수출(585억 7000만 달러)은 1.9% 늘었고, 통관 기준으로는 3.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8.6%↑), 유럽연합(18.4%↑)으로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 미국(-6.8%)과 일본(-5.3%)으로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중국 수출은 3.9% 증가했고, 중동과 중남미 수출도 각각 1.7%, 3.8% 늘었다.
반면 수입은 495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원자재 수입이 10.4% 줄었고, 소비재 수입도 2.1% 감소해 전체 수입이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운송과 기타사업서비스 부문 적자 확대로 28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전월(-22억 1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다만 여행수지는 적자폭이 5억 달러로 전월(-7억 달러)보다 축소됐다. 건설수지는 2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개선됐다.
본원소득수지는 1억 9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32억 3000만 달러 흑자)에서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4월은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는 시기지만, 서학개미와 기관의 해외 증시 투자 확대 덕분에 배당소득수지 적자폭(6억 5000만 달러)은 예년보다 축소됐다. 이자소득은 6억 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계정에서는 4월 한 달간 순자산이 45억 1000만 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30억 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3억 2000만 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123억 30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21억 8000만 달러 줄었다. 파생금융상품은 11억 달러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와 의약품, 철강 등의 수출이 늘며 전체 수출이 증가했고,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감소로 수입도 줄었다”며 “4월 경상수지 흑자는 전반적인 무역 환경 개선과 투자수익의 복합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고, 실제 수출 타격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