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내수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1·2차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함께 강조하면서, 범여권이 추진 중인 대규모 추경안에 사실상 힘을 실은 모양새다.
한은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내수 진작을 위해 최소 20조 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서면 질의에 대해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한은은 “내수 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며 “정부 지출은 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고, 최근 성장세도 크게 약화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추경(13조 8000억 원)의 인플레이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2차 추경 역시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1·2차 추경을 합산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에 소폭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언급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한은은 “추경 규모는 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국회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차 추경 논의 당시였던 지난 2월, 국회에서 “추경을 15조~20조 원 규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후에는 대규모 재정 투입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선회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성장률이 낮다고 무작정 추경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는 “환자가 힘들다고 스테로이드를 마구 투입해선 안 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재정 신중론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범여권에서는 최소 2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회의에서 “적어도 21조 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차 의원 역시 같은 날 “20조 원 이상의 적극적인 추경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세입경정과 채무조정 등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추경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