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기업들의 외형 성장세는 주춤했지만, 수익성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중심의 실적 호조가 평균 수치를 끌어올렸지만, 건설업과 중소기업 등 다수의 업종과 기업군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1~3월 외부감사 대상 법인 가운데 3940개 표본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4%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3.5%) 대비 낮은 수치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다. 전년 동기(1.2%)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구조적 회복세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2.8%, 비제조업은 1.9%에 머물렀다. 특히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8.0%에서 5.9%로 줄었고, 1차 금속 업종은 0.6%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다. 중국산 저가 수입 제품의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원인으로 꼽혔다.
비제조업 중 건설업은 -8.7%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는 주택 건설 경기 침체와 주요 프로젝트 종료의 영향이다. 운수업도 해상운임 하락으로 13.3%에서 5.6%로 증가율이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6%, 중소기업은 1.4%에 그쳐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중소기업은 전기(4.8%) 대비 크게 후퇴했으며, 여전히 많은 기업이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수익성은 대체로 개선됐다. 전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0%로 전년 동기(5.4%)보다 상승했다. 이는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의 고수익 구조가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제조업 내에서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6.9%, 운송장비업이 7.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고사양 반도체 수출 증가와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보통신업은 게임업체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10.0%라는 두 자릿수 이익률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세전순이익률은 7.7%로 전년 동기(7.4%)보다 개선됐다. 다만 제조업은 8.6%로 전년 동기(8.9%)보다 소폭 하락해 수익성 개선이 모든 분야에 고르게 이뤄지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재무 안정성 지표도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전체 부채비율은 89.9%로 전 분기(91.2%) 대비 하락했고, 차입금 의존도는 25.0%로 유지됐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소폭이나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정영호 한은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며 “2분기 이후 흐름은 관세나 글로벌 수출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