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그간 위축됐던 인허가와 분양 여파가 입주 물량 감소로 본격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공급 가뭄이 향후 2~3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불안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8만 743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33만 6199가구) 대비 약 15%(4만 8767가구) 줄어든 수치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 광주·세종 ‘반토막’…수도권도 뒷걸음질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광역시와 지방 주요 도시의 타격이 특히 컸다. 광주는 1만 3716가구에서 4820가구로 65% 급감했고, 부산 역시 2만 7077가구에서 1만 1418가구로 58% 줄었다. 세종도 3793가구에서 1840가구로 51%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수도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도는 11만 3731가구에서 7만 3918가구로 35% 감소, 인천은 4만 3079가구에서 2만 2602가구로 48% 줄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서울은 예외적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늘었다. 2년 전 2만 7778가구였던 서울의 입주 물량은 올해 4만 6738가구로 68% 증가했다. 제주도 역시 132가구에서 1493가구로 10배 이상 증가해 전국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 전문가 “공급 부족, 앞으로 2~3년 더 간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주 감소가 단발성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 몇 년간 분양과 인허가 시장이 위축되면서 입주 물량에도 타격을 입었다”며 “앞으로 2~3년간 입주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 실수요자의 선택 폭이 좁아지고, 특정 지역에서는 집값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부 “도심 재건축·재개발 통해 공급 확대”
정부도 공급 위축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도권 2·3기 신도시 유휴부지 활용과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선호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고,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입주 가뭄과 경기 침체라는 이중 악재 속에, 부동산 시장은 장기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