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가득한 수원의 가을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며 아름다운 추억이 단풍처럼 물들어 간다. 수원화성의 우수함을 느끼는 '수원화성문화제'는 60회를 넘기며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원행을묘정리의궤 속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경기신문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이 담긴 수원시만의 대표 3대 가을축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조선시대 왕실에서 국가 주요 행사나 의식을 기록한 공식 문서로, 행사의 모든 과정을 상세히 정리한 보고서를 의궤라고 한다. 수원시의 대표 가을축제 중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이 의궤를 바탕으로 개최되는데 바로, '원행을묘정리의궤'다.
원행을묘정리의궤는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해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수원화성)을 참배하고 대규모 연회와 행사를 기록한 조선왕실 공식 보고서로, 시는 이같은 기록에 따라 당시 정조대왕이 현륭원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孝'가 담긴 여정…여민동락의 국민축제
1789년 정조대왕은 사도세자의 무덤을 양주 배봉산(拜峰山)에서 화산(花山, 화성시)으로 옮기고 현륭원(수원화성)으로 승격한 후 매년 이곳을 방문했다. 이후 1795년은 정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였는데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은 해였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을묘년(1795년)에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총 8일간 진행한 대규모 원행을 기록한 것이 '원행을묘정리의궤'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따르면 1795년 2월 9일 새벽 정조는 혜경궁 홍씨와 함께 창덕궁을 나서 노량행궁과 시흥행궁을 지나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수원화성에 도착한 정조는 혜경궁 홍씨와 함께 현륭원 참배에 나섰고 다음 날 '봉수당'(奉壽堂)에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거행됐다. 특히 당시 기록된 내용들을 보면 원행에 동원된 인원은 6000여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창덕궁에서 수원화성까지 100리 길을 행행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가장 큰 능행차로 손꼽히고 있다.

◇시간을 넘어 수원에서 재현되는 능행차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한 의궤 문헌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반해 오늘날까지 전해진 정조대왕의 원행은 수원시에서 재현되고 있다. 서울 창덕궁부터 수원화성에 이르는 거리를 지났던 만큼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 등 경로상의 지자체가 힘을 모아 그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을 통해 서울시 창덕궁에서 수원을 지나 화성시 융릉까지 총 59㎞에 걸쳐 행렬이 완벽 재현된다.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효심을 바탕으로 부국강병에 대한 철저한 의지와 노력,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려 했던 정조의 애민사상과 효심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능행차 공동재현은 단순한 역사 행렬 복원 행사를 넘어 조선 후기 정치적 상징성과 문화를 되살리는 대표적 역사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정조의 가마와 어가를 중심으로 궁중 악대 '취타대', 호위 무관, 문무백관 등 다양한 계층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돼 조선의 시간을 느끼는 듯한 생생한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이같은 역사적 고증과 체험을 바탕으로 그의 효와 애민사상을 되살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역 주민과 청소년, 예술인,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단순 과거 재현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적 가치와 문화 협력 모델을 실천하는 기반이 됐다.

축제 기간 전통시장과 연계한 행사나 지역 예술 공연, '수원화성문화제'가 함께 개최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전통문화 보존, 관광 콘텐츠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다음 달 28일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당시 정조의 원행에 함께 했던 호위 부대 '장용영'의 야간 군사훈련 '야조'(夜操)를 3년 만에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1795년 원행 당시 정조대왕은 수원화성 서장대에서 '장용영'을 지휘하며 야간 훈련을 펼쳤다고 한다. 올해는 야조를 주제로 기마 무예·군무·병법 시연 등 전통 콘텐츠에 워터스크린·특수효과 미디어맵핑 등 과거와 미래가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빛과 함께 어우러지는 수상공연 '선유몽'(仙遊夢)도 주목할 만 하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시를 읊고 음악을 즐기며 유람하던 연못 '용연'에서 진행된다. 잠든 정조의 꿈속에서 학춤, 춘앵무, 군무, 시와 노래가 어우러지고 달빛 속 방화수류정과 용연이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화적 우수성을 세계로, 무형유산화 지정 노력
경기도와 수원시 등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따라 오늘날 재현된 '정조대왕 능행차'를 무형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시는 '정조 유산의 전승과 정조대왕 능행차의 무형유산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정조 유산의 무영문화유산 지정 전략을 논의했다.
포럼에서 최지연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조의 화성행차와 수원의 문화유산'을, 이은하 국가유산정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수원시 무형유산으로서 을묘원행 의례 전승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달 도는 정조대왕 능행차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정조대왕 능행차 무형유산 가치분석과 등재 추진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앞서 김현수 수원시 제1부시장은 "정조대왕 능행차는 단순한 왕의 행차가 아닌, 백성을 향한 군주의 철학과 개혁 비전을 담은 살아있는 유산"이라며 "이를 계승하기 위해 지속해서 학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정조대왕 능행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행사로, 이를 무형유산으로 계승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며 "학계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