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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파이어 시대] 지금 취업시장에 필요한 건, 세대를 뛰어넘은 ‘공존’이다

  • 주원
  • 등록 2025.09.03 06:00:00
  • 13면

 

60세에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아직 젊다’는 위로를 들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둥대고 있다. 정년 연장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법정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과정에서부터 강조되어 온 공약이자, 초고령 사회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핵심 대책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지는 상황에서, 정년 60세는 곧 5년의 소득 절벽을 의미한다.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서는 시대, 60세는 은퇴하기엔 이르고, 노후를 즐기기엔 경제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나이다. 결국 ‘빈곤’이 노년의 가장 큰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내놓는 재취업·전직 프로그램도 몇년새 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제한된 직종은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중장년을 담아내지 못한다. ‘내려놓기엔 너무 젊고,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현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을 좌절하게 한다. 단지 나이 때문에 배제되는 고용시장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도적 지원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환영하지만, 기업의 시선은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1%가 60세 이상 인력을 정규직으로 두기보다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한다. 임금은 퇴직 전의 70~80% 수준으로 낮추는 조건이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선택이겠지만, 이는 고령 근로자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디지털 자산거래소 포블게이트가 정년을 만 80세로 연장한 사례가 그렇다.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경험과 직업윤리를 디지털 산업에 접목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상징적이다. 단순한 인사 정책을 넘어, 세대 공존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청년 세대에게는 때때로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청년층 일부는 “정년이 늘어나면 우리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토로한다. 실제로 고용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뿌리 깊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다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만으로는 산업 현장을 지탱할 수 없다. 경험 많은 중장년이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한다면 기업 역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청년과 중장년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세대 간 공존 구조를 만드는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은 시니어 인력을 단순 노동력으로만 보지 말고, 후배 세대와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멘토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청년은 디지털 역량으로 세대의 약점을 보완하며 함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년 연장은 청년과 중장년 간의 제로섬이 아니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대와 도전과 창의성을 가진 세대가 함께할 때, 한국 사회는 더 단단해진다. 고용시장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해법은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다. 세대 간 신뢰와 협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일자리 구조가, 초고령화 사회 한국의 미래를 떠받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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