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레미콘 믹서트럭 신규 등록을 2027년까지 금지하면서 건설업계가 ‘레미콘 수급 절벽’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증차가 허용되지 않으면서 현장 곳곳에서 공급 불안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에서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를 이유로 레미콘 믹서트럭 신규 등록 제한을 2년 연장하기로 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는 2009년 8월, 건설기계 대여업자의 생존권 보장과 시장 질서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레미콘 믹서트럭, 덤프트럭, 콘크리트 펌프카, 소형 타워크레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덤프트럭은 연 3% 증차가 가능하고, 펌프카는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레미콘 믹서트럭만은 18년째 신규 증차가 전면 금지돼 있다.
문제는 수급 제한 장기화가 운송비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레미콘 가격은 2009년 5만 6200원에서 올해 9만 1400원으로 62.6% 올랐지만, 운반비는 같은 기간 3만 313원에서 7만 5730원으로 150% 폭등했다. 업계는 “수급조절이 특정 사업자에게 영업권을 사실상 독점시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도권 레미콘 공급망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한일시멘트 영등포 공장이 2017년 폐쇄된 데 이어 삼표산업 성수공장(2022년)과 풍납공장(올해 말)도 문을 닫는다. 내년부터 서울에 남는 레미콘 공장은 장지동 신일씨엠과 세곡동 천마콘크리트 두 곳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내 레미콘 생산량은 2017년 702만㎥에서 2022년 588만㎥로 16.2% 감소했고, 올해 372만㎥, 내년에는 288만㎥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증차 허용을 넘어 노후 믹서트럭 교체와 친환경 전환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급지가 줄면서 운송 거리가 늘어나면 비용과 탄소배출이 동시에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도입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없이는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믹서트럭은 건설현장의 혈관과 같은 존재인데, 과도한 억제가 오히려 비용 폭등과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며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