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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회 경찰의 날] "발전이 아닌 역행 중"…터져나오는 내부 불만

지구대·파출소 4조3교대 운영에 "대화좀 하자" 분통
내부 의견 무시 기동순찰대 강행으로 사라진 외사과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경찰이 창설 80주년을 맞았다. 80년 동안 크고 작은 위기를 겪어왔으나, 최근 들어 경찰 내부에서는 현장과 소통을 하지 않는 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민중의 지팡이로서 나설 경찰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미군정천 경무국에서 시작된 경찰…어느덧 '제80회 경찰의 날'

 

 

매년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미군정천에 경찰중앙기구로 경무국이 10월 21일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대한민국 경찰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과 함께 10월 21일 미군정으로부터 경찰권을 이양받은 정부는 내무부에 치안국을 설치했다. 1974년에는 치안국이 치안본부로 승격됐으며, 1991년 오늘날의 경찰청으로 이름이 바꼈다.

 

하지만 경찰이 매순간 국민의 편에 섰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독제정권이 장악한 1960년대부터 경찰은 정부에 반발한 대학생들과 언론인, 노동자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는 등 '정치 경찰' 역할을 했다.

 

이후 경찰의 중립성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1988년 6·29선언 이후 통일민주당이 경찰중립화를 위한 경찰법안을 최초로 발의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같은 해 8월 22일 '경찰의 중립성 보장방안'이 확정되면서 이듬해인 1989년 10월 12일 경찰법안 초안이 작성돼면서 오늘날 민주 경찰의 뼈대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크고 작은 사건을 격으며 국민들의 치안 유지에 나선 경찰은 어느덧 제80주년 경찰의 날을 맞이하게 됐다. 매년 경찰의 날은 민주 경찰로서 사명감을 일깨우고 국민과 더욱 친근해지며, 사회의 기강을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경찰의 임무를 재확인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매년 경찰은 경찰의 날마다 기념 행사와 함께 경찰관들의 노고에 대한 포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의 경우 경찰청은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한 강원특별자치도경찰청 이영길 경정을 비롯해 ▲최성우 경기남부경찰청 부천원미경찰서 소속 경감(근정포장) ▲박은정 경찰청 경정(대통령 표창) ▲서울경찰청(대통령 단체 표창) ▲전남경찰청 순천경찰서(대통령 단체 표창) 등 총 486명을 유공자로 선정하는 등 현장 경찰관들의 공로를 치하하기도 했다.

 

◇ 경찰 내부 터저나온 불만…"대화 요청에도 묵묵부답"

 

 

8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민과 함께 숨쉬어 온 경찰이지만 최근 경찰 내부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이다. 현장에 맞지 않는 경찰 정책을 잇따라 꺼내든 경찰 수뇌부를 향해 묵혀왔던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13일부터 서울 등 일부 지역 지구대 및 파출소에서 4조3교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 4조2교대는 12시간씩 일해 업무 부담이 크다며 8시간씩만 일할 수 있는 4조3교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반면 현장 경찰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구체적인 인력 충원안 없이는 불가능한 제도이며, 오히려 경찰관들의 근무 수당을 줄이기 위한 조치하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4조3교대는 근무 간격이 지나치게 짧고 패턴 변화가 잦아 수면·회복 주기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며 "경찰청이 주장하는 '피로 해소'는 근거 없는 망언이며, 실제로는 불규칙한 근무와 수당 감소라는 이중고를 하위직 경찰에게 요구하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류근창 마산동부경찰서 삼계파출소장은 경찰 내부망에 '10월 21일 갑질하는 경찰청에 함께 찾아가시죠'란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4조3교대 시행을 앞두고 우리는 편안히 제80주년 경찰의 날을 맞이하기 힘들다"며 "(근무 개편안을 두고) 극렬한 반대 여론이 휘몰아치고 있다. 4조3교대의 위험성을 얘기하고, 심지어 설명회 등 대화를 요청해도 한결같이 묵묵부답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의 날 당일 경찰청에 모여 항의성 단체행동을 하자고 강조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찰조직은 수직적인 체계와 상명하복 문화를 유지하며, 윗선의 지시는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며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이 겪는 현실을 알지 못하는 수뇌부가 현장의 목소리는 묵인한 체 보여주기 식 정책만 만들기 급급했고, 결국 최근 들어 불만이 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쓸모없다" 내부 비판에도 고집처럼 남은 기동순찰대

 

지난해 2월 출범된 기동순찰대는 현재 전국 28개 부대 2668명의 경찰관으로 구성됐다. 출범 당시 부터 실효성 논란과 함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경찰은 1년 8개월동안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기동순찰대가) 지역경찰을 보완하는 예방 조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기동순찰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 국정감사에서 다시 떠올랐다. 경찰청은 기동순찰대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외국인 사건을 담당하던 외사국을 폐지했고, 1100여 명이었던 인원은 현재 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소속 49명만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대두되면서 외사국 폐지 등 조치가 국제범죄 대응력이 약화된 원인이라고 꼽힌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다. 엄청난 지원과 원조를 해주면서 수사 협조도 못 받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들도 "전문성 있는 수사 인력이 없는데 어떻게 캄보디아와 공조하고 수사하겠느냐"며 "외사국을 복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유 직무대행은 "조직 개편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현장과 소통을 일절 하지 않는 수뇌부에 대한 불만은 지난 정부 당시 '기동순찰대'를 창설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며 "결국 아무런 효과 없이 경찰의 홍보 수단으로만 전락한 조직이 됐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 상명하복 조직 문화 국민 눈높이 맞지 않아…개선 필요

 

 

일각에서는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경찰 수뇌부로 경찰 조직이 진보가 아닌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계엄사태 당시 상부의 지시로 국회 등에 투입된 군은 실탄을 챙기지 않거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반면 경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력을 투입하고 실탄과 소총을 챙기기도 하는 등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경찰 조직 문화가 치안 당사자인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계엄사태 당시 경찰은 정치 경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온갖 비판을 받았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윗선 지시를 무지성으로 따른 몇몇 수뇌부로 인한 일"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찰도 개선돼야 한다. 상부는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경찰 조직의 개선안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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