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계엄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검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수감 중인 노 전 사령관을 전날인 19일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노 전 사령관을 구속기소한 뒤 출범한 특검팀이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최근 개정 특검법에 '자수자 및 수사 조력자에 대한 필요적 감면 제도' 조항을 신설한 이후 노 전 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수첩 내용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진술할 경우 형량 등을 감면해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노 전 사령관은 그간 수첩 내용 등과 관련한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그의 피고발 혐의 중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노 전 사령관 조사는 지난 6월 대검찰청에 고발돼 특검에 이첩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관련"이라며 "조사 시 노 전 사령관은 혐의 관련 질문에 진술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1997년 대법원의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에 대한 내란 혐의 판례를 근거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미 기소된 혐의와는 별도로 살인 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법원 판례는 내란죄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수단으로 하는 반면 내란목적살인죄는 '살인'을 수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고 규정했다.
또 특검팀은 내란 실행 과정에서 폭동에 수반해 개별적으로 발생한 살인 행위는 내란 행위에 흡수돼 별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특정인에 대한 살해가 의도적으로 실행된 경우에는 내란 행위에 흡수되지 않고 내란목적 살인의 별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들을 '수거 대상'으로 규정하며 'GOP(일반전초)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 이들에 대한 '처리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박 특검보는 다만 "예비음모 혐의는 상당한 법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며 "수첩 하나만 가지고는 (혐의 성립이) 어렵고, 여러 가지 정황을 같이 검토해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아울러 '계엄 보고 직무 유기' 등 혐의와 관련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난 15일과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18일에는 2차 조사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조서 열람도 이뤄졌다.
박 특검보는 "2차 조사 때 준비한 질문이 다 소화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 부분을 좀 더 보강한 뒤 추가 조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지 묻는 말에는 "피의자에 대한 신병 처리 및 기소 여부는 조사 후에 결정된다"며 "방침이 없다는 게 특검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