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관세·안보·원자력 분야를 묶은 포괄 협상이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막판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양국 간 투자 방식과 관세 조정, 원전 기술 자율성 문제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여부도 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 실무장관단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말레이시아)에서 최종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미·중 무역협상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어 한미 협상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협상이 지연될 경우,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안보 분야 협상은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괄 협상이 어려울 경우 안보만 우선 타결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대통령실은 포괄 타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원자력협력 개정 협상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간에 시한을 두지 않고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시행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2015년 발효)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전면 금지하고 있어 원전 기술 자율성 제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큰 틀 합의만 하고 세부 사항은 APEC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투자 방식이다. 미국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에 달하는 한국의 현금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은 일부를 대출·보증 등 간접투자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최근까지 미국은 ‘선불 투자’ 원칙을 고수했고, 연간 250억 달러씩 8년 분할 지불 방안이 논의됐지만 자금 조달 여력은 제한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1년에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라며 전액 현금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와 투자 방식을 맞바꾸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포괄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기에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문제도 막판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으로 미국이 판로 확대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기존 수입쿼터(TRQ) 내 조정 방안만 검토하며 국산 콩 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며 ‘정상외교 슈퍼위크’ 일정을 시작했다. 27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캄보디아·말레이시아 정상과 회담을 가진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대면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세안 행사에 참석해 한미 정상회담(29일) 전 양국 정상이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APEC 준비를 위해 귀국한다.
APEC 정상회의는 31일 개막하며, 무역·투자 증진과 AI,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등이 논의된다. 이 대통령은 2세션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의장직을 인계하고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시진핑 모두 국빈 방문으로 한국을 찾는다.
북미 정상 간 회동에 대해선 일각에서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부는 “새로운 동향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