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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문화가 되다…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의 진화

기업 기술유산을 시민에게 연다
수원에서 시작된 산업 브랜딩 실험

 

수원시 영통구, 도시 속에 또 다른 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 디지털시티로 불리는 수원 삼성전자 사옥이다.

 

'디지털시티'라는 명칭답게 식당은 물론 임직원들을 위한 은행, 피트니스 시설까지 마련된 이곳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시설이 있다. 바로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amsung Innovation Museum, SIM)이다.

 

◇ 가족 명소가 된 '기업 홍보관'

 

인터넷에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을 검색하면 '가족 나들이 추천'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기업 홍보관으로 지어졌지만 전자 산업 전반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규모 때문이다.

 

 

5층 규모의 SIM은 총 3관으로 나눠져 전자 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특정 장치를 작동시켜 안내영상을 재생하거나, 투명 스크린을 터치해 스크린 너머에 전시된 사료의 설명을 보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 홍보관이지만 타사의 제품들도 전시돼 있다. 전자 산업의 전반적인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5층에 있는 1관 '발명가의 시대'에서는 '최초'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최초의 TV, 진공청소기, 휴대전화와 같은 사료 약 150점을 모아 전시했다. 관람객은 사료를 통해 현대 전자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기본 원리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최초'를 설명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기업

 

 

3층에 위치한 2관 '기업 혁신의 시대'로 내려오면 ▲반도체 존 ▲디스플레이 존 ▲모바일 존을 만날 수 있다. 2관의 전시 역시 최초의 휴대전화, 최초의 TV 등 많은 '최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국내 최초의 휴대전화와 TV가 모두 삼성전자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전자산업 박물관의 역할과 기업 홍보관의 역할에 두루 충실하다.


◇ 흑백 티브이부터 4K까지…'다름'을 이해하는 시간

 

2관에 펼쳐진 옛날 TV, 옛날 휴대전화 등을 보면 가족 단위 관람객의 입에서 이른바 '라떼'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은 각자의 '첫 휴대전화', '첫 TV'에 대한 이야기로 경험을 공유했다.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투박했던 옛날 휴대전화, 두꺼운 옛날 TV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모바일·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을 이해했다.

 

반도체 존에서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레트로 감성'으로만 찾게 되는 디지털카메라의 저장 장치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또 1983년 삼성전자가 한국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는 광고와, 불과 9년 뒤인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했다는 설명이 나란히 자리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이 삼성전자 64M D램은 기념비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에 등재되기도 했다.

 

◇ 삼성이 그리는 '머지않은 미래'

 

 

3관 '창조의 시대'로 내려오면 익숙한 거실 풍경에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들이 배치돼 있다. 배치된 모든 제품은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와 연동돼 음성만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우측에는 냉장고, 세탁·건조기 등의 가전제품이, 좌측에는 모바일, PC 모니터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은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며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최신제품 경험 후에는 SIM 영상관에서 삼성전자가 그리는 미래를 7분여의 파노라마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드론, 웨어러블 기기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기술부터 전기차 급속 무선 충전 같은 개발·상용화 되지 않은 기술도 담겨있다.

 

관람객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특히 개발·상용화 되지 않은 기술도 머지않은 미래에 삼성전자의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주를 이뤘다. 영상을 감상한 한 관람객은 "제일 비현실적인 건 영상 속 가족들이 너무 화목하기만 하다는 것"이라며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 귀빈부터 관광객까지…이 정도면 '국중박'의 전자산업 버전

 

SIM은 국빈들이 자주 방문하는 '귀빈 코스'이기도 하다. 개관 해에만 마크 저커버그 현 메타 CEO,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COO,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총리 등이 다녀갔다.

 

이후로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튀르키예 대통령, 故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 압둘라 빈 투크 알 마리 현 UAE 경제부 장관 등 다양한 경제·외교 인사들이 SIM을 찾았다.

 

해외 귀빈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에게도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한국어 이외에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도슨트를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영어 홈페이지에서는 수원의 명소 중 한 곳으로 화성, 팔달문 등과 함께 SIM을 소개하고 있다. 수원의 화성, 팔달문 등이 우리나라의 과거를 보여준다면 SIM은 미래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러한 인기는 수치로 입증됐다. SIM은 개관 10주년인 지난해 이미 누적 50만 관람객을 돌파했다. 기업 홍보관으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 막연히 '과학자'를 꿈만 꾸지 않도록

 

SIM의 전시는 전반적으로 중고생에게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라이덴병 축전기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등 ▲모토로라 다이나택8000X 등 귀중한 사료와, 전자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이론과 사례가 집약돼 교육적 가치가 높다. 지난 202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 선정한 '교육 기부 우수 참여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SIM 내에서 ▲전자산업사 투어(청소년 대상 투어 프로그램) ▲통신의 역사(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 청소년·어린이 대상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SIM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나보고, 유망한 과학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토대로 관심사를 결정할 수 있다.

 

◇ 보안 까다로운 디지털시티지만 SIM만은 '개방'

 

 

수원의 삼성 디지털시티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연구소들이 집결돼 보안이 매우 까다롭다. 주변 도로가 삼성전자의 사유지로 구성돼, 용건 없이는 출입이 힘들다. 하지만 SIM만은 일반인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SIM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예약제로 운영돼 평일 관람을 원할 시 SIM 홈페이지로 예약 후 찾아가면 된다. 토요일은 예약 없이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다.

 

[ 경기신문 = 강혜림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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