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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농담] '소버린 AI' 시대, 정당성의 시험대에 서다

 

이른바 ‘소버린 AI’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경제·안보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되면서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 인프라, 모델 개발,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대규모 GPU 확보, 한국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한 5개 컨소시엄 선정 및 지원, ‘국가과학자’ 제도 신설 등 다양한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확장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전통적 의미의 주권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데이터는 국경 앞에서 멈추지 않았고, 글로벌 플랫폼은 영토를 초월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클라우드, 통신망, 플랫폼 등의 서비스가 외국 기업에 의해 제공될 경우, 국가 주권은 제한된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로 텔레그램을 수사하는 데 한국 정부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허비했는지를 떠올려보라. 반면 자국 기업이 핵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 주권적 영향력은 커진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등 자국 기업을 통해 백신 관련 정보를 제공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전 세계 국가들은 디지털 기술 전반에 대한 통제력, 즉 디지털 주권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기술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 인프라 운영, 서비스 개발, 인재 고용 모두 기업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이자 실천자이다. 즉, ‘소버린 AI’ 시대에 인공지능 기술이 중요하게 여겨질수록 인공지능 기업은 유력한 주권적 행위자가 된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실질적 주권자, 특히 인공지능과 같이 자원 집약적인 기술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소수의 대규모 기업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버린 AI’의 시대, 국가는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업은 국가의 필요를 부풀리며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해 공생한다.

 

문제는 정당성이다. 기업은 선출되지 않았고, 민주적 통제에도 취약하다. 결과적으로 ‘소버린 AI’ 시대는 국가 주권의 일부를 인공지능 기업에 이양한 것에 대한 항시적인 정당성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두 측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첫째로, 소버린 AI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누가 참여하는가?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된 정책 의사결정은 대기업 중심으로 좁혀져 있으며, 인공지능의 부정적 영향을 직접 겪는 사회 집단은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투입 정당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로, 소버린 AI가 자원 집중을 정당화할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가? 인공지능이 감시, 사생활 침해, 차별, 불평등, 기후 위기와 같은 기존 사회 문제를 한층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뼈아프다. 교육, 돌봄, 기후 같은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산출 정당성 역시 갖추었다 보기 어렵다.

 

‘소버린 AI’ 시대의 주도권은 결국 인공지능 거버넌스에 있다. 기술 경쟁력에만 매달리면 정당성 결핍은 더 커질 뿐이다. 인공지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면, 민주적 감시와 사회적 책임 강화는 이 시대의 첫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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