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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초상'이라는 기록을 따라 옛 얼굴과 역사를 마주하다

실학박물관,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개최

 

현재는 사진과 영상으로 일상을 남기지만, 조선 후기에는 초상으로 기록을 남겼다. 실학박물관은 '초상'이라는 기록을 따라 옛 얼굴과 역사를 마주한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무장애 특별기획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록으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8년 청풍김씨가 기증한 ‘김육 초상’과 지난 2024년 전의이씨가 기증한 ‘이덕수 초상’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사행 초상의 흐름과 역사∙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번 전시는 동선이 단순화된 무장애 관람 코스를 선보인다. 또 수어 안내 영상과 점자 패널, 3D 스캐너 기반 촉지물이 마련돼 시∙청각 제약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글∙그림의 기록에 집중한 이번 전시는 ‘초상’에 시선을 둔다. 전시는 ‘기록으로 바라본 초상’, ‘신문물에서 이어진 초상’, ‘영원으로 기억하는 초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초상은 단순한 인물 묘사에 그치지 않고, 한 시대의 정신과 사회 구조를 반영하는 기록물이자 예술품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조선 사행길 변화 영상은 ‘사행’이 외교적 행위를 넘어 문화 교류의 장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육로 노정 기록과 사행단을 떠나보내면서 지은 송별시, 사신단 초상화 등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국제 외교 현장이 드러난다.

 

 

이어 김육 초상과 이덕수 초상은 동아시아 초상 속에 스며든 서양화법의 흐름을 보여준다. 초상에는 ▲점으로 찍어 묘사하는 ‘점묘법’ ▲명암으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명암법’ ▲선과 점으로 원근감을 구현하는 ‘투시법’ ▲붓 자국을 최소화한 ‘선연법’ 등 다양한 기법이 적용돼 있다.

 

특히 정면을 바라보는 전신상의 구조, 신선의 의복인 ‘허찬’ 등은 조선 초상화와 다른 양식으로, 중국의 영향이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또 세세하게 표현된 천연두 자국은 사실성에 기반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김재호 초상과 이덕수 초상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주요 작품이다. 

 

 

보통 초상화가 관복 차림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이덕수 초상은 평상복인 ‘유복’을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오른쪽 눈을 살짝 찌푸린 표정은 이질적이만, 사실적인 묘사로 주목된다.

 

이어 강세황과 손자 강이호의 초상에서는 세밀한 손톱, 수염의 결, 반투명한 망사 표현 등 사진과 가까운 정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19세기 카메라 옵스큐라의 영향으로 초상화에도 현실성이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또 이덕수의 아들 이삼배 초상은 사후에 제작된 것으로, 그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남긴 기록물이다. 이를 통해 19세기까지 초상이 지닌 기억과 보존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을 나오면 6명의 발달장애 예술가가 초상의 의미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이들은 한 시대를 기록한 과거의 초상을 오늘날 ‘공존의 얼굴’이자 ‘영원한 초상’으로 새롭게 제시한다.

 

이는 기록으로 남겨진 초상화뿐 아니라 오늘날의 작업 역시 공존하는 한 형태의 초상임을 시사한다.

 

사행을 통한 초상과 기록을 따라 걷는 이번 전시는 2026년 3월 1일까지 실학박물관 기획전시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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