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의도에 따라 멈췄던 로봇이 오늘날의 기술과 만나 다시 한 번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았다.
백남준아트센터(이하 센터)는 28~29일, 백남준의 기일인 1월 29일을 기념해 추모 행사 ‘AI 로봇오페라’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1965년 뉴욕에서 선보인 백남준의 역사적 퍼포먼스 ‘로봇 오페라’를 모티브로 기획됐으며 대표작인 ‘로봇 K-456’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K-456은 1964년 백남준에 의해 태어난 이후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인간의 형상을 한 이 로봇은 ‘기계도 생명을 가질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백남준의 세계관을 구현한 존재로 의도된 죽음을 맞이했다.
백남준은 이 사건을 ‘21세기 최초의 참사’라고 명명했으며 K-456은 이후 복원 과정을 거쳐 44년 만에 관객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로봇 ‘나엘’과 함께 등장한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이 세팅을 마치자 센터 TV정원 앞 대형 브라운관에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리듬 위로 쌓이는 사운드와 함께 권병준의 퍼포먼스가 실시간 영상으로 중계되며 로봇과 비디오가 결합된 예술 세계가 펼쳐졌다.
부채 형상의 구조를 펼쳤다 접기를 반복하는 ‘나엘’은 권병준의 움직임에 반응하듯 자유롭게 작동하며 백남준의 예술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했다.
이후 화면이 전환되며 사다리 형태의 로봇 ‘GF2’가 센터 밖을 누비는 모습이 영상으로 이어졌고 곧 외부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GF2는 몸체를 접었다 펼치고 팔을 흔들며 천천히 이동했다.
다시 전환된 화면 속에는 하얀 가면을 쓴 권병준이 등장했고 그와 함께 나타난 로봇 ‘아해’ 11대는 철판 위에 고정된 채 그의 동작에 맞춰 몸을 흔들며 군무를 펼쳤다.
센터 곳곳에 배치된 아해들은 사운드와 손짓에 반응하듯 일제히 움직였고 찰랑이며 반짝이는 필름 장치는 신비롭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권병준이 아해를 들고 관객 속으로 사라지자 같은 가면을 쓴 로봇 ‘GF3’가 화려한 조명과 함께 등장했다.
GF3는 기다란 팔을 활용한 역동적인 동작과 섬세한 표현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관절 하나하나 정교하게 구현된 손가락과 팔은 자유롭게 휘어지고 말리며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TV 모형의 대형 스크린 뒤편에서 ‘K-456’이 깜짝 등장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외치며 나타난 K-456은 고개를 끄덕이고 팔을 들어 악수를 청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가 하면, 머리 위에 달린 은박 접시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복원 이후 처음 선보이는 K-456의 걸음마이자, 관객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어 권병준과 기술진에 의해 스크린 밖으로 옮겨진 K-456은 발에 달린 바퀴로 이동하며 경쾌한 사운드에 맞춰 행진을 이어갔다.
한참을 움직이던 K-456은 미술관 입구에 이르러 갑자기 커피콩을 배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현장에 놀라움을 안겼고,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행진을 이어가며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에서는 권병준의 ‘유령극단×로봇 K-456: 다시 켜진 회로’ 외에도 김은준 연주자의 ‘시퀀셜’ 등 다양한 추모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현재적 언어로 재해석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