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참여하고 있는 한 학회에서 어떤 명상관련 인사를 초빙하여 마련한 강의코너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대표는 낭랑한 목소리로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제 마음챙김명상이 주류문화임을 말하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실리콘벨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마음챙김 명상을 앞다투어 직원들의 근무능력과 사기진작을 위해서 사내프로그램으로 도입하였고 민간 분야를 넘어 미국 공립학교와 군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었다. 명상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유발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명상이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서술이 연상되었다. 어느샌가 그 문화가 우리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명상을 언급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지고 유튜브 영상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쉴새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한편으로는 불안과 우울이 늘어가는 현대의 우리에게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숨결을 느끼게 한다. 명상을 주류문화로 끌어올린데는 40년전 존 카밧진이 만든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매뉴얼(Mindfull Based
가슴이 답답하고 속으로 열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깊이 못자고 3,4시간마다 깬다. 검사상 우울과 불안 그리고 적대감을 보인다. 화병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의 이 젊은 아가씨는 엄마와 마주할 때 심해진다. 자신의 증상은 엄하게 많이 때리면서 키운 폭력적인 엄마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도 여전히 엄마는 본인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쓸데없이 예민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여러 치료 들을 거치면서 엄마의 지나친 통제와 폭력이 원인일 수 있지만 엄마도 또 부모에게서 대대로 물려받은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대에서라도 이런 대물림을 끊으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한의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가능할까? 심리상담의 한 분야에 가족치료라는 분야가 있다. 한 개인은 개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그 환경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이다. 적절한 양육과정이 아닌 폭력적인 관계나 지나친 과보호 또는 방임 또는 방관 등 역기능적인 가족 체계는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고통을 초래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최근에는 뇌과학과 연관된 연구결과들과 결합되어 대물림과 체계론적 가족치료들
수년전 한의사 선후배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봉사를 가서 건강검진과 함께 아이들에게 강의도 하고 퀴즈와 선물을 준비해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한의사가 치료하는데 쓰는 이것 이름은 무엇일까요? 하며 침과 뜸, 부항, 한약의 그림을 보여주고 각각의 이름을 맞추는 문제도 있었는데 다른 세가지와 달리 뜸은 좀처럼 맞추지 못해 놀라워하며 답을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20대의 환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몸의 불편함으로 한의원을 찾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뜸의 적응증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의학에서 침과 한약과 더불어서 대표적인 세가지 방법 중 하나로 꼽는 뜸은 대체로 쑥이 원료인 뜸뭉치를 직접적으로 해당 경혈(침이나 뜸을 놓는 한의학에서의 치료점) 피부위에 올려놓고 불을 붙이거나 간접적으로 연기를 쐬어 치료효과를 내는 치료도구이다. 뜸으로 쓰는 쑥은 따뜻하고 건조한 성질이 있어 쑥뭉치를 태우면 발생하는 열기에 쑥이 따뜻하게 경락을 통하게 하는 약성이 더해져서 효과를 나타낸다. 쑥뜸을 어떤 경혈에 어떤 형식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치료의 효과가 달라지지만 큰 틀
한의원에서 화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다 보니 많은 인생역정을 만난다. 그 많은 만남 중에 수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분이 있다. 내원당시 77세였던 그녀는 10년전에 이혼을 했다. 사연인즉 평생 열심히 돈을 벌었고 꼬마빌딩도 사고 제법 재산을 모았는데 평생 일 안하고 속썩이던 남편이 어느 순간 잘해주고 해서 잘 지내게 되었다 한다. 그 즈음 남편이 건물을 자기명의로 해달라고 해서 그래도 아이들 아버지인데 하는 생각에 그녀는 그렇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고 알고보니 그가 건물도 팔고 재산을 많이 빼돌려 놓아 이혼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남편을 바보같이 믿었다고 자책하며 많이 아팠는데 설상가상으로 뇌경색이 왔다. 15년전 이미 요통으로 수술을 3번 한 그녀는 3년전에는 자다가 넘어져서 어깨가 골절되어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였고 그 즈음부터 양쪽 4번째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 했다. 치료로 아픈 발가락을 긁어내는 수술을 했는데도 여전하였고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는데 1년동안 복용 후 아픈통증이 크게 변화가 없자 그 병원에서 추천한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후 또 1년 가량 약을 복용하였는데 신장기능이 11퍼센트밖에 남지
6.25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세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일랜드계 양부모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열병을 앓고 지적장애인이 된 여자아이를 정성껏 키웠고 후에 미혼모가 되어 나은 손자까지 사랑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한다. 그 손자인 리처드 용재오닐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의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할머니가 10년 간 기사 노릇을 해주셨다. 차로 30분이나 되는 거리, 배로 3시간 걸리는 곳, 나중에는 5시간 거리를 갔다. 80대 나이에도 왕복 200km를 다니며 제가 15살이 될 때까지 10년 간 운전기사 노릇을 하셨다.” 며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조부모님은 용재오닐이 대학에 진학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사랑한다는 말을 뛰어넘는 행동들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회고한다. 나는 작년 온라인으로 송년음악회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서 그의 연주와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고 그 후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면서 위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지만 그를 훌륭히 키워주신 조부모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2019년 6월 10일 출생,
드디어 그녀가 2주간 3일을 빼고는 매일 걸었다는 표시가 된 체크리스트를 나에게 주었다. 시간도 기입하였는데 보행시간이 모두 30분은 넘고 1시간씩 되는 날도 몇 번 있었다. 치료 초기에는 위장기능이 극도로 저하되어 속도 쓰리고 잘 먹지도 못해서, 통증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서, 두통이 심해서. 생리통이 심해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주저되었고 몸의 증상이 조금씩 호전이 되자 조금 활동이 느나 싶더니 곧, 비가 여러날 와서, 날씨가 추워지면서 나가기 싫어서. 김장을 하느라 며칠간 몸살이 나서, 또 나가서 걸으면 귀가 너무 시려서 라는 아주 다양한 이유로 주저되었던 걷기였다. 체크리스트를 나에게 건내면서 그녀는 계속 걸으니 소화가 좀 되고 장이 움직여서 그런지 식사량이 좀 늘었어요, 두끼가 먹어져요. 라고 덧붙인다. 몸도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단다. 과연 체크리스트를 비교해보니 30분씩이라도 걷기를 지속한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 되니 식사가 한끼에서 두끼로 늘기 시작했다. 좋은 면역을 위한 영양섭취와 소화를 위해 움직임이 필요하고 최소한 하루에 30분정도의 걷기를 권했던 5개월만의 일이다. 그동안 위장통증, 설사를 비롯하여 불안장애도, 화병도, 대상포진도, 진통제
양평 용문사에는 은행나무가 있다. 추정나이 1100년, 높이 42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14m, 가지너비가 동서로 28.1m, 남북으로 28.4m라는 숫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은행나무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인상을 잊을 수 없다. 그 나무, 아니 그녀(암나무이다)는 나에게 동양최대라는 거대한 자태로 힘찬 가지와 무성한 은행잎을 휘날리며 지나온 1100년의 시간을 문자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 나이의 두 배가 넘는 기간 전부터 여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했던 불교는 2500년 전 보리수나무 밑에 앉아 호흡을 통해서 지혜를 개발한 붓다의 한 숨결에서 시작되었다. 그 모습은 초기불교서적인 (맛지마니까야:들숨날숨기억경)에서 ‘가부좌를 틀고 상체를 곧추세우고 전면에 기억을 확립하여 앉는다. 기억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기억하면서 숨을 내쉰다.’로 시작되는 설명에서 호흡을 의식의 중심에 두고 관찰함으로 고요한 호흡과 삼매에 도달하는 방법을 전한다. 2200년전의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서는 양생 즉,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호흡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호흡이 고요하면서 가늘면서 천천히 이루어지고 들숨날숨비율이 적절한 호흡
수도권에서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변화하였다. 아무래도 2020년은 코로나 19와 함께 마무리되려나 보다. 한의원 입구의 마스크안내문은 물론이고 몇 달전쯤 한의원에 설치한 안면인식체온계와 자동손소독기는 자연스럽게 한의원의 풍경이 되었다. 한명 한명을 치료할 때마다의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의 알콜소독, 대부분의 1회용화도 마찬가지다. 오셨던 분들을 제외하고 올해 최근에 내원하는 환자분들은 설진(혀에 나타나는 색과 모양등의 징후를 보는 진단법)을 꼭 해야 하거나 코와 입부근을 치료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마스크를 벗지 않기에 얼굴을 잘 모르는 환자들도 꽤 된다. 망문문절로 얼굴의 이목구비를 관찰하기도 하는 한의사인 나에게는 꽤나 이례적인일이다. 이렇게 낯설음이 어느덧 익숙해진다. 종종 미열, 기침, 콧물등의 동반하여 양방병원을 방문하나 코로나 19의 진단여부검사를 위해 며칠을 불안해하다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내원하는 환자들를 종종 마주한다. 치료와 함께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으로 설명되는 감기, 비염, 기관지염에서의 면역과 한약의 효용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효용을 이해한다. 아프리카의 풍토전염병이라도 말할 수 있을정도로 아프리카에서
며칠전에 어깨가 뻐근하고 팔에 힘이 없다고 내원하여 침과 보험한약 며칠분을 처방받았던 환자가 주말을 지내고 오늘 와서는 50% 정도 통증이 좋아졌다고 하면서 묻는다. 그런데 원장님 그때 주신 한약이 무슨 약이예요? 그래서 나는 일종의 한방감기약이예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열이 많이 난다기 보다는 평소때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의 기침, 콧물, 통증 등의 감기에 쓰는 약 이예요. 여러종류의 감기약중에 보약에 속하지요. 했다. 그런데 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신기해요. 그걸 먹으니 피로감이 덜하고 기운이 나는 것 같아서 여쭤봤어요,’ 한다. 그럴수 있지요. 환자분이 타고나길 소화기능이 좋지 않고 몸이 찬 경향이 있어요. 최근 여름이라 에어컨, 찬음식 등으로 어깨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해서 처방을 한거고 이 약이 체온을 올리고 따뜻하게 혈행을 도우니 몸이 가볍고 좋아진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대답했다. 한 엄마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데리고 온다. 아들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재채기와 콧물이 간혹 있는데 최근에 덥다고 에어컨을 많이 틀고 찬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며칠 전부터 난다고
20여년 전부터 한방전문의 과정이 실시됐다. 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전문의 과정을 거쳐 한방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그로부터 15년이 넘어가는 많은 기간을 한의사 역할로 진료실에서 채워갔다. 그 과정에서 치료를 하는 일은 오히려 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현실에서 넘어야 될 벽들을 마주할 때였다. 한약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게끔 돕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전문의 교육병원이 그러하듯 그때의 한방병원은 양방병원과 협진형태의 시스템으로 임상병리실과 영상검사실을 두었고 여러 검사들에 제약이 없었다. 재직했던 한방내과는 특히 환자군도 다양하고 중한 환자의 입원이 많아 MRI, CT 뿐아니라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심전도, x-ray, 초음파 등 검사가 다양하게 필요했다. 병동주치의로서 양방병원에 진료의뢰를 해서 입·퇴원시 뿐만 아니라 입원기간 중에도 검사의뢰를 했고 대부분 당일내로 결과를 확인했다. 수련기간 동안 혈압, 당뇨, 심장질환, 중풍, 간질환, 파킨슨, 치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 환자의 증상에 따른 검사영상, 수치를 확인하고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대부분의 입원환자들은 양약을 복용중이었다. 간염, 간경화, 간암환자들이 입원하는 경우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