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최악의 통증 세 가지를 꼽아보라면, 대개는 자신이나 가족이 겪은 병치레를 근거로 답할 것이다. 나는 통풍(痛風), 산통(産痛), 참척(慘慽)의 고통을 꼽는다. 참척은 부모 앞에서 자식이 먼저 죽는 비극을 말한다. 악상(惡喪)이라고도 한다. 이 셋 가운데 가장 아픈 병은 무엇일까.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통풍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통풍을 앓고 있거나 심하게 앓았던 사람들은 이 문답을 어리석다고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서른 살 때 처음 어느 날 밤,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통증을 겪었다. 6.25처럼 그날 잊을 수 없다. 병원에 가서 통풍이라는 관절염인 걸 알게 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나의 투병사는 과장 없이 핏빛이다. 처절하고 혹독했다. 어린 딸 앞에 두고 울었다. 초반에는 1년에 두세 차례, 나이 들면서는 분기에 한 번, 이후에는 한 달에 두세 번 강력한 공격을 받았다. 그때 나는 통풍 환자들이 모인 세상이 바로 지옥이라고 주장했다. 마취하지 않고, 엄지발가락 첫 마디에 송곳을 찔러 박은 채 사나흘 동안 흔들면서 좌우로 돌린다고 가정해보라. 단 1초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바로 그 통증이다. 해병전우회처럼 그래서 통풍환자들
Benefit Corporation! 최근 친구의 권유로 『비즈니스 혁명, 비콥』(크리스토퍼 마퀴스著)을 읽었다. 놀라웠다. 저자는 하버드와 코넬에서 15년 넘게 기업의 사회책임론을 가르치는 교수다. 푹 빠져 읽게 된 사연은 좀 거창하다. 인류사회를 종말론적 염세주의에 빠뜨리고 있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1:9의 불평등 세상, 신자유주의의 난폭함, 노예시대와 다름없는 저질 고용시장 등 시대적 난제들을 경영목표로 삼아 이를 해결하고 있는 특별한 그룹에 대한 연구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M IBM 삼성 등 전통적인 기업들은 물론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도 자본가들은 인색한 품삯으로 일을 시키고 그 과실을 독차지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소수 주주들을 巨富(거부)로 만들어주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다. 씨알들은 그 대가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대를 이어 남루와 궁상을 숙명으로 여기는 슬픈 족속이다. 드디어 대안이 출현했다. 비랩(B Lab)이다. 2006년 스탠퍼드대학 출신의 친구들 셋이 뭉쳐서 중환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세상을 구할 거대담론 끝에 비영리단체를 창립한 것이다. 2007년 비콥을 설립하여,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도 이제는 개고기를 먹는 걸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냐, 면서 임기말에 매우 민감한 사안을 제기했다.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으로 여기며 함께 사는 반려인구가 1500만 명이 넘는다. 대선후보들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언론이 지금 '품격 저널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비교적 공정하고 이성적이며 상식적이라면, 윤석열 후보는 소위 '개사과' 논란만으로도 낙마할 수 있었다. 자멸적으로 황당무계하고 불가사의한 언동이 날마다 벌어져도 그가 건재한 것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제일의 특징이다. 개를 자식과 다름없이 키운다는 그는 또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는 망언을 했다. 자가당착이다. 바보 같지만, 교활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동물정책연대는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는 개는 없다"며 심지어 후보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지율은 그대로다. 나는 채식주의자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훗날 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걱정과 충고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고맙지만 이 길을 멈출 마음은 없다. 변함없이 이렇게 가다가, 어느 날 낙엽지듯 소리없이 쓸쓸하게 이번 생을 마치고 싶다. 아래의 체험이 초식 인생의 결정적 계기가
선생은 당대 러시아 소설가로서 대문호 톨스토이와 솔제니친 등을 잇는 현존 최고의 작가다. 1939년생으로 여든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력적으로 쓴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미술대학, 고리끼 문학대학에서 공부했다. 6공 때 한-러 수교 덕분에, 1989년 9월, 세계 한민족 체전 참가자의 일원으로 우리 정부가 보낸 전용기를 타고 '조국' 땅을 밟는다. 100년 만의 귀향이었다. 그는 돌아가면서 친구 인 번역가 김근식 교수에게 자신의 뿌리를 확인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 얼마 후 실로 경천동지 할만한 편지를 받게 된다. "고개 숙여 존경하는 시인이여! 이렇게 하여 나는 당신의 후예임을 알아내고 한없이 기뻤습니다. 이제 내 운명에서 풀리지 않았던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의 결심과 행동으로 자신의 운명을 이끌어왔던 나는 결국 많은 면에서 당신의 길을 따랐던 것입니다. 이 놀 라운 소식에 형언키 어려운 기쁨을 느끼면서도 어이하여 나는 울적한 마음을 금치 못하는 것일까요?" 김시습이 아나톨리 김의 17대 직조(直祖)였던 것이다. 이 문장은 선생이 당시 한 일간지에 기고했던 에세이 "나는 한국인인가, 러시아인인가?"의 첫대목이다. 그 기사를
"국가 지도자들이 수십 년간 쓸데없는 소리만 해왔다. 이렇게... blah blah blah. blah blah blah. 오늘의 진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어느 정치평론가가 대한민국 현대사와 기후이슈를 묶어서 함께 비판한 것 같다. 아니다. 10월 31일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회의를 앞두고 18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2003년생)의 가디언지 기고문의 일부다. 모두들 알다시피, 인류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수준으로 지구온난화의 상한선을 정했다. 이게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끝이다. 과학자들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우 폭염 산불 태풍 등의 연쇄적인 이상현상들은 종말론적 재앙을 경고하는 거라고 말한다. 노벨재단이 이 위대한 소녀에게 평화상을 주면 좋겠다. 금년까지 3회째 빗나갔다.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거로 보인다. 금년 평화상 수상자는 필리핀계 미국인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각각 두테르테와 푸틴에게 저항한 언론인이다. 나는 언론자유보다 기후위기가 백 배 더 긴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가. 결코 깡패로
크게 축하합니다. 2021년 10월 10일 18시. 이는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과반을 넘김으로써 결선까지 가지 않고 민주당의 후보가 된 점, 야당의 예선전을 관전하면서 본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점은 전략적으로 매우 큰 이점입니다. 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하여 더 큰 장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이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채장보단(採長補短)의 특징을 공공분야 전반에 문화로 정착시킨다면, 국격이 높아져서 온 세상의 존경을 받게 될 겁니다. 그 효과가 남북한 7000만과 1000만 해외교포들에게 강하게 체감되기 바랍니다.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전국 자치단체장들 가운데 그 누구도 달성한 적 없는 공약 이행률 95%의 신화가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20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은 특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후보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묵직하고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안들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치가 젊어져야 합니다. 가까운
동지(同志). 뜻을 같이 하는 자로서, 말이 통하는 동무 또는 어떤 비밀도 맘 놓고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친구를 일컫는다. 이 혈맹의 칭호를 3류정치가 가져가서 매우 위선적으로 쓰고 있다. 동지라 부르면서도 원팀정신을 산산조각 내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특정 후보를 비판한다. 당시(唐詩) 한편이 떠오른다. 이백 두보와 동시대인으로, 그 명성은 천년이 넘도록 조금도 줄지 않는 시인 왕유(699~761)가 있다. 이 삼거두(三巨頭)를 중국은 국보로 여기며 각각 시선(詩仙), 시성(詩聖), 시불(詩佛)로 존숭한다. 선생의 시편들 가운데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의 일부다.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평생을 서로 알고 지낸 친구도 자리나 이권을 다투게 되면 주머니 속 칼집을 만지작거린다네. 뿐만 아니라, 관직에 먼저 나간 권문세가의 자식들은 자네 같은 후배들이 뒤따라 진출하면 이끌어주기는 커녕 잘되나 보자며 비웃지. 세상인심이란." 작금 이 나라 대통령 선거 경선은 여야 공히 목불인견이다. 참혹하다. 우리 정치판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놀라운 것은 그 위에 두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다는 점이다. 기적이다. 추미애의 포효, "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아버지' 맹자. 대표 시 '대장부의 노래'와 함께 실로 큰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시편이 있다. 선생은 당시 특급 정치컨설턴트이면서 큰 시인이었다. 그 위대한 문장 원문 그대로 옮겨보자.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사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노기심지) 苦其筋骨(고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窮乏其身行(궁핍기신행) 拂亂其所爲(불란기소위) 是故動心忍性(시고동심인성)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달프고 우울하게 한다. 몸은 죽도록 힘들게 하고, 온 가족이 함께 굶어 죽을 만큼 가난뱅이로 추락시킨다. 뿐만 아니다. 하는 일마다 어그러지고, 어지럽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이는 '그 사람'의 마음을 크고 깊고 높이 움직여, 태풍 앞에서나 불판 위에서도 의연한 성품으로 단련하여, 마침내 지금까지는 할 수 없었던 어려운 일들을 너끈하게 이뤄내는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함이니라." (원문의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역을 맘껏 감행했다.) 2022년 3월 9일은 13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제 6개월 남았다. 스무 명의 후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각축한다. 나에게
"나로 하여금 소중한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이곳까지 오게 한 것도, 후회 없이 기쁘게 살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존재를 체험케 만드는 나환자(한센인)들의 신비스런 힘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게 된다." 이 신부는 부산 인제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병역을 마친 뒤 광주 카톨릭 신학교를 다녔다. 2000년 로마 교황청이 세운 살레시오 신학교에 유학 중 내전 중인 남수단 오지 톤즈 마을에 선교사로 간다. 이 신부가 그곳에서 8년간 실천한 선교 의료 교육활동은 초인적이었다. 그들은 신부를 '남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부른다. 2008년 잠깐 휴가를 나와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4기였다. 투병기간에 톤즈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끝내 선종했다. 48세였다. 종군기자로 명성이 높았던 kbs의 구수환 피디가 이 신부와 톤즈의 사랑과 우정을 다큐영화로 만든 게 '울지 마 톤즈'다. 나는 지난 2010년 9월 '울톤'을 관람했던 45만 명 가운데 하나다. 요즘도 영화 보면서 종종 눈물 나지만, 그날처럼 펑펑 쏟은 적은 없다. 세 번을 봤는데, 처음 혼자서 보던 날처럼 울었다. 실은 관객 모두 마찬가지였다. 특이한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어
"과거는 과오의 시간!" 요즘 기준으로 시골 면장쯤 되는 자리로 승진 전보된 하급관리가 부임 후 80일이 되었을 때다. 부하가 "상부에서 감찰 나온다 하니 의관을 정제하고 영접해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머지않아 반드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한다."고 귀뜸한다. 미관말직으로 간신히 쌀독을 채우며 살던 그 관리는 그 말에 크게 모욕을 느꼈다. 잠시 후 결연히 외친다. "我豈能爲五斗米折腰於鄕里小兒" "내 어찌 쌀 다섯 말에 그 어린 촌놈에게 허리를 굽히겠나." 폭탄선언이었다. 1600년 전, 중국 동진시대의 큰 시인 도연명(365ㅡ427)이 마흔 살 때다. 그렇게 직장을 때려치고 귀향하여 그가 남긴 시가 우리 모두 감동했던 '귀거래사(歸去來辭)'다. 이 시만 보면 시인은 별문제 없이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여생을 보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를 흠숭했던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도연명의 옛집을 찾아서'라는 시에 보면, 백이·숙제가 수양산에 들어갈 때는 홀몸이었고, 도연명은 별로 똑똑하지 않은 다섯 아들을 둔 가장이었기 때문에 시인이 더 세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 長詩에서 6父子가 추위와 굶주림을 함께 겪는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겹다. '걸식(乞食)'이라는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