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열린공감TV’에 출연하여, 이재명 후보가 살아남은 것은 현재 국내 기득권 미디어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20세기였다면 신문과 방송의 눈 밖에 난 정치인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레거시미디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대중매체가 쇠락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약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유 전 이사장이 지적했듯이 박근혜 씨는 그들의 비호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씨는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직전 대통령을 만들었고, 현재 야당 대권후보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약한 힘’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기득권 언론이 ‘낙선운동본부’를 자처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여당 대선후보가 되어 굳건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이 후보의 강력한 대언론 전투력과 맷집, 투명성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후보는 험난했던 가정사나 개인 스타일과 관련하여 주류언론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검사사칭사건, 음주운전건, 친형강제입원사건, 총각사칭과 여배우 스캔들, 조
시인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에는 서울의 주류언론을 압도하는 '옥천신문'이 있다. 옥천은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을 지낸 청암 송건호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12월 21일 옥천우체국에서 옥천FM공동체라디오 개국식이 열렸다. 옥천FM은 송건호기념사업회와 '옥천신문' 그리고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쏘아 올린 새로운 풀뿌리 미디어다. 공동체라디오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를 방송 권역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비영리 방송이다. 전파 도달범위가 반경 5km 내외인 작은 미디어로 지역의 노인과 청소년, 장애인과 이주민 등 주류미디어에 잘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하여 ‘우리동네이야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국내 공동체라디오는 2004년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서울의 관악FM과 마포FM, 대구 성서FM과 광주FM 등 7개사가 운영되고 있다. 최초 허가 이후 전국 각지에 공동체라디오가 속속 등장하여 새로운 ‘지역공동체 미디어’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MB정권 등장이후 최근까지 공동체라디오는 변방의 ‘잊혀진 존재’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무려 17년 만에 전국의 20개 지역에
국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제도개혁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여당과 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놓고 크게 충돌한 후, 언론중재법과 방송법을 포함하여 국회에 제출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통합 논의하기 위해 국회 내에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는 언론특위 구성에 합의한 후 48일이 지난 11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이어 11월 25일에는 문화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을 불러 미디어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의견을 경청했다. 12월 2일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세미나를 열었고, 6일에는 가짜뉴스 규제와 국민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선임 등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17건,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법개정안 56건, 포털뉴스서비스의 공정성 확보 관련 신문법개정안 18건, 포털사이트나 SNS의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 48건이 각각 계류 중이다. 언론특위는 연말까지 이러한 법개정안을 통합 심
조중동에스와 종편 등 ‘적폐언론’의 무기는 불법, 탈법으로 장악한 기득권과 선택적 ‘담합저널리즘’이다. 이들의 특권을 통한 여론시장 개입과 왜곡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최근 이들 적폐언론의 부당한 기득권과 여론시장에서의 횡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 서울행정법원은 11월 19일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셜록 등 ‘독립언론’들이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검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거부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법조기자단’을 배타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행정법원은 “신청이 거부됨에 따라 침해되거나 제한되는 기본권 내지 법률상 이익은 그 소속 기자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언론기관 고유의 것도 포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적시함으로써 배타적 기자단 운영으로 특정 언론기관이 배제될 경우, 그 언론과 관련한 국민의 보편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법조기자단 카르텔은 검찰과 언론 유착과 ‘부당거래’의 핵심 고리였다. 감시대상과 감시자의 담합결과 언론사는 기소되지 않는 특권집단이 되었고 검찰비리는 언론보도의 성역이 되었
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BTS에서 오징어게임까지’라는 제목으로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이 세계 문화계의 ‘거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겨울연가’에서 소녀시대로 이어져 온 짧지 않은 한류의 역사,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콘텐츠 성공 사례에 대한 빠른 벤치마킹,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불평등 확대와 계급갈등과 같은 보편적 소재의 적절한 활용 등을 꼽았다. 그럴듯한 분석이지만 한류 성공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의 문화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DJ정부 등장 이후 민주화의 진전과 이에 따른 표현의 자유 등 시민 공론권 확대, 그리고 2016년 이후 촛불혁명에서 찾아야 한다. ‘한류’라는 말은 1999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문화부는 한국 대중음악 해외 홍보를 위해 ‘한류(Song from Korea)’라는 제목의 음반을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 그 결실로 2000년 무렵 H.O.T.와 보아가 중국과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고, 이어 드라마 ‘겨울연가’(2002)와 ‘대장금’(2003), 영화 ‘살인의 추억’(2003)과 ‘올드보이’(2004)와 같은 걸작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공사로 있던 1787년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많은 신문업계 종사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기서 제퍼슨이 강조하고자 한 것은 ‘신문지’가 아니라 ‘국민 의견’ 소통의 창구로서의 미디어다. 그가 대통령 시절 신문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것은 일관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 신문들이 ‘여론 통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제퍼슨이 오늘날 미디어를 보면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없는 신문’의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2021년 대한민국 최대의 화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한국과는 별 관계가 없다. 넷플릭스의 ‘하청’을 받은 한국인 제작자가 제작비를 받고 만들어 ‘납품’한 것이다. 한국정부가 이 넷플릭스에 드라마의 수익이나 저작권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오징어’가 보여주는 것도 국경과 국가의 경계가 사라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권력(VIP)과 승자독식의 비정함이다. 근대 신문은 전제군주제 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왕권을 견제하고 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차기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었다.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튀어나온 대장동 의혹사건을 정면 돌파하며 얻은 승리였다. ‘침묵’을 지키던 이낙연 씨가 승복함으로써 ‘잡음’도 사라졌다. 이번 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을 보면 큰 변수는 없었지만 마지막이 ‘드라마틱’했다. 서울지역 3차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가 62.37%를 얻어 28.3%를 얻은 이재명 후보에 두 배 이상 앞섰기 때문이다. 1~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는 20% 이상의 차이로 이낙연 후보를 압도하고 있었고,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후보에 뒤진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대장동 의혹사건 영향으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별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다. 그 건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자가 갑자기 대거 이탈했다면 이후보와 지지자가 거의 겹치는 추미애 후보의 득표율이 크게 올랐어야 한다. 결과를 보면 오로지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만 급격하게 올랐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선거인단에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 역선택이 가능한 구조다. 대장동 의혹이 갑툭튀! 불거지는 과정도 수상했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화천대유(火天大有), ‘패거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천화동인(天火同人). 때 아니게 《주역》 64괘 중 두 괘(14괘, 13괘)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는 2015년에 설립된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기업이고 천화동인은 그 자회사로 ‘대장동복마전’의 주역들이다. ‘대유평 솔바람에 기세 좋게 날리는...’ 수성고등학교 교가 시작 부분이다. 고교시절 뜻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유평은 수원시 정자동 지역으로서 지금의 화서역 건너편 수성고와 상공회의소, 연초제조창 일대의 넓은 뜰을 가리킨다. 본래 황무지였으나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조하면서 개발한 국영농장(屯田)이다. 정조에게 화성이 노론이라는 수구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기 위한 혁명 기지였다면 만석거(萬石渠)와 축만제(서호), 대유평 둔전과 서둔(西屯)은 그 보급기지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부동산 투기전문 ‘도적떼’가 화천대유 운운하지만 ‘정조의 꿈’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화천대유의 돈줄과 투기를 위해 줄을 섰던 자들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권시절 잘 나가던 법관과 검찰, 언론인과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궁지에 몰
추미애 후보가 민주당 대선 순회경선에서 대구·경북과 강원을 지나며 11.35% 누적득표율로 ‘빅3’에 안착했다. 추 후보는 주류 기득권언론의 집요한 공격으로 비호감 1위, ‘마이너스 10%’ 지지율로 ‘지하’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지지의원 하나 없이 ‘촛불시민들’이 꾸린 캠프에서 ‘필마단기’로 싸우고 있다. 추 후보는 경북여고 출신으로 정읍출신의 변호사와 결혼했다. 광주고법에서 판사를 하다가 DJ의 권유로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서울에서 지역구 5선을 했고,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여성 당대표를 지낸 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15대·16대·19대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의 요직을 맡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그 과정에서 ‘추다르크’ ‘돼지엄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람이 높은 세상’을 표방한 추 후보의 대선공약은 누구보다 참신하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축으로 하는 ‘지대개혁’, 모든 국민이 월급 받으며 일정기간 쉴 수 있는 ‘국민안식년제도’, 청년평화기금과 남북 대학 교환학생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신세대평화’,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에코정치’,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창의융합교육’,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촘촘하게
가짜뉴스에 대한 손해배상 강화를 골간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는 8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개정안에는 언론의 고의 중과실의 사례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유발, 충분한 검증절차 없는 복제·인용 보도, 내용과 무관한 제목·시각자료 사용 등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해왔듯이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한 사업체가 하루아침에 파산할 수도 있고, 한 집안이 ‘무간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추산이 어려울 정도다. ‘가짜뉴스’를 내보내는 미디어는 언론이 아니라 사회적 흉기다. 가짜뉴스는 포털에 수직계열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조회 수 올리기나 저렴한 뉴스제작 등 주로 경제적 이유로 인해 양산된다. 손해배상제 강화는 이러한 이윤 동기 무력화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경우 징벌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