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에 하나는 멸치볶음이다. 멸치는 통째로 먹는 생선이라서 칼슘과 비타민D 뿐만 아니라 비타민A, 마그네슘, 기타 무기질이 풍부해서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뼈 건강과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음식이다. 한국 음식 중 국물이 있는 요리의 맛을 내려면 멸치를 우려내는 것은 기본,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음식의 재료로 쓰이니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멸치의 생태와 일생을 보면 참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떼를 지어 다니며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 먹이로 삼는 멸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낮은 층에 속하지만 개체수는 가장 많은 어종이다. 그래서 멸치잡이 배에서 그물을 한번 던지면 한가득 멸치가 잡히기 때문에 “일망타진”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멸치는 말린 멸치로 큰 생선에 비해 누렇고 볼품없지만 바다에서 갓잡은 멸치는 비록 아주 작은 체구라도 은빛 찬란하다. 주로 수심 20미터 내외에서 살지만 빛을 좋아하는 본성 탓에 멸치잡이 배의 집어등 불빛에도 그만 유혹되고 만다. 멸치의 입장에서 보면 제 아무리 뼈대있는 물고기라고 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비루한 삶을 이겨내려
1933년 2월 27일, 독일 국회의사당이 화염에 휩싸였다. 불길이 채 꺼지기도 전에 히틀러와 나치당은 이 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로 몰아갔다. 방화 현장에서 네덜란드 출신 공산주의자가 체포되었고, 그는 단독 범행을 주장했지만, 히틀러는 이를 믿지 않았다. 나치는 “공산당이 독일을 전복하려 한다”는 주장을 퍼뜨렸고, 독일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 사건은 나치 독일의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나치당은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히틀러의 권력 기반이 불안정했다. 히틀러는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을 빌미로 공산당을 탄압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사건 다음 날, 히틀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바이마르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을 정지시키는 국회의사당 방화령을 발효했다. 언론, 집회, 출판의 자유는 중단되었으며, 수천 명의 공산당원과 반대 세력이 체포되었다. 이후 나치당은 1933년 3월 총선에서 공산당을 배제하고 선거를 치렀으며, 나치당은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했다. 히틀러는 이를 발판으로 의회를 압박해 수권법(전권위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행정부에 의회의 동의 없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1910년 8월 29일. 조상들은 그날을 왜 망국(亡國)의 상실과 분노, 거대한 슬픔의 날로 규정하지 않고, ‘국치(國恥)의 날’이라고 천명했을까. 그로부터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오늘날도 우리는 모두가 그날을 ‘크게 부끄러운 날’로 상기한다. 참으로 특별하지 않은가.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날, 무너진 가슴을 안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가장이 빈 쌀독을 바라보면서, 그는 가족이 조만간 다 함께 굶어죽을 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전에, 그보다 더 먼저 그 처지를 부끄러워하였다. 조상들은 그런 족속이었다. 불가사의하지 않은가. 나는 조상들의 그 특별한 마음을 늘 불행 중 ‘다행스러운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뿌듯해했다. 강도에게 가진 걸 모두 털린 사내는 우선 목숨이라도 건진 것을 조상의 음덕(陰德)이라 여기고, 정신 차리고 나서 그 상실을 아까워하고 분노하고 두려움에 떨며 걱정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맨 먼저 부끄러워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 일제 35년은 이 민족이 그 ‘큰 부끄러움’을 줄이고 또 줄여서 끝내 제로로 만들려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망국의 슬픔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공동체의 정신으로써, 그리고 국권회
지난 글을 통해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날 즉,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피상속인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기 이전에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매도, 주식을 매각하거나 예금채권을 찾아 사용하는 등 상속재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거나,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 또는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실히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속재산을 처분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한 경우 상속인들에게는 상속재산의 청산이라는 후속 절차가 남게 됩니다. 이러한 상속재산 청산절차는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사람에 대한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신문에 공고(한정승인이 있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2개월의 기간 동안)하고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배당 및 유증의 이행 절차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속재산 청산 절차는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없이는 어렵고 상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를 써서 유명해졌다. 모두가 외롭다는 것. 자연도, 하나님도 외롭다는 이 형벌 같은 외로움의 본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명으로서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문제인 것일까?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은 시와 산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언어요 문장일 것이다. 외로움에도 갈래가 있다. 각각 느낌과 고통스러운 우울감이 다르다. 꿈과 사랑을 잃은 젊은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희망이 꺾이어서 주저앉고 싶은 소상인과 농민들, 가족을 잃은 이들의 피맺힌 한 같은 그리움과 외로움- 어떻게 하면 새해에는 외로움이 덜 느껴지는 가운데 살맛 돋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에는 윤석열이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음 날 04시 30분에는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따라서 12월 14일 오후에는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안이 비상계엄령 선포 11일 만에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게 무슨 한밤중의 악몽이었던가. 아니면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따른 군인들의 작전 연습이었던가. 이 순간 국가의 명예를 빛내고 문화예술인과 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한강 작가는, 스웨덴의 밤을 빛낸 수상자로서 스톡홀름 노벨 만찬에서 ‘생명 파괴하는 모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월 5일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1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ARS 조사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집계된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만 여권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6일에 발표된 에너지 경제 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1월 2일과 3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4%를 기록했다. 이런 여론조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대항해,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당 여론조사들이 ARS 조사라는 점이다. ARS 조사는 기계음이 묻는 문항에 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응답층 대부분은 정치적 고관여층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진보·보수
윤석열 정부는 검찰에 의한 ‘독재’를 추구하다가 ‘주술’에 의한 정치로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독재와 주술정치의 부적절한 만남은 ‘12.3 비상계엄’이란 사생아를 출산하였다. 윤석열은 어떻게 주술정치를 불러들였는가? 주술은 종교와 달리 목표가 합리적이지 않고 수단은 윤리적이지 않다. 주술은 자기 개인과 가족의 이익을 추구하므로, 종교와 달리 사회 공공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 주술이 개인 차원에서 머문다면 굳이 나무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공적인 차원에 나타난다면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된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그 예가 되었다. 2018년 소가죽을 벗기는 굿판에 윤석열 부부의 이름이 연등에 올려졌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하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王(왕)’자를 써서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크게 실소했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3일만에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하였을 때 국민들은 비로소 심상치 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배후엔 영부인 김건희가 있었다. “나는 영적인 사람이고 도사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김건희가 말할 때 건진법사와 천공의 이름이 거론되었
최근 50대 초반인 지인의 ‘권고사직’ 소식을 듣게 됐다. 이런 일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건 처음이다.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소식을 가까이서 접하고 보니, 우리나라 경제 위기와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지 피부로 오롯이 느껴졌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1500원대 환율 전망과 경제 위기, 역대급 고용 불안 등으로 대한민국호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대기업들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새해를 앞두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KT, LG헬로비전, 롯데면세점, G마켓, SSG닷컴 등 기업들은 인원 감축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 기업은 대대적으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역대급 퇴직금과 위로금을 내걸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새해벽두부터 은행권 역시 대대적인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일 희망퇴직을 통해 541명을 떠나보냈고,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KB국민은행도 지난해(674명)와 비슷하거나 더 큰
몇 년 사이에 스포츠 팬들이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워크에식’이다. 직업에 대해 성실한 정도를 의미하는데 한국어로는 직업 윤리로 번역될 수 있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 중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술, 담배를 비롯한 각종 몸을 해치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지만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팬들이 이런 선수를 비판할 때 워크에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늘 몸 관리를 하고, 팀에 헌신하는 자세를 가진 스포츠 스타에게 워크에식이 좋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며 더그아웃의 쓰레기를 줍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직업 윤리가 좋은 대표적인 선수다. 특정 종목에서 슈퍼스타라고 해서 꼭 직업에 대한 자세가 좋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공무원에 속하는 교사의 워크에식은 어떨까. 교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도는 이야기가 있다. 업무분장을 할 때 눈물을 잘 흘린다면 일을 맡지 않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학교는 오는 업무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일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거다. 공무원이기에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게 아니니 일단 업무를 피하고 보는 게 유리하다. 이러다 보니 똑같은 연차이지만 누구는 업무에서 모르는 게 없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2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미국의 상당 수 국민들도 향후 4년이 참 길 것이라는 자괴감을 가질 것이다. 우리도 2년 반 전쯤, 5년은 너무 길다라는 생각을 가졌었고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등장을 걱정하는 미국 내 지식인의 목소리는 다양한 대중문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원더풀 랜드』와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가 그것이다. 지난 해 연말에 개봉됐던 알리 아바시 감독의 ‘어프렌티스’란 영화도 트럼프 시대의 재개가 새삼 두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중 앞의 두 작품, 『원더풀 랜드』와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둘 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깊은 증오의 정치가 미국이라는 큰 나라를 두 쪽으로 쩍 갈라 놓게 한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소설 원더풀 랜드에서는 미국이 ‘연방 공화국’과 ‘공화국 연맹’으로 갈라지는데 그 영토의 분포도가 딱, 대선 때의 민주당 지지 주와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거기에 독일 베를린 처럼 중립지대가 하나 있다. 그건 미니애폴리스이지만 왜 작가가 미니애폴리스로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스윙 보트 지역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