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송은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소송이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 열심히 싸워야 할 뿐 아니라 열심히 싸우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소송은 극이고, 법정은 극장이며, 고객은 관객이다. 모든 극은 관객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고 모든 소송도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작년 미국 순방에서 “XXX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한 발언을 MBC가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외교부의 정정보도 요구는 언론조정신청으로 시작했으나 조정은 결렬되었다. 정정보도 청구의 소가 법원에서 1년 넘게 계속되다 올해 1월 12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통령이 “바이든은 쪽팔려서”라고 한 사실이 없으므로 MBC의 보도는 허위보도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MBC가 항소했으니, 소송은 계속될 것이다. 이 판결이 형사고발과 압수수색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탄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도 내용이 허위로 판단되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었으니,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 판결이 입증책임 전환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 내용을 허위
내 고향은 시골 농촌이다. 덕분에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정서적으로 복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0여 가구 마을 사람들은 한국전쟁 때 모든 집과 살림이 불태워진 잿더미 위에서 다시 집을 짓고 살아낸 조상들이었다. 그래도 동산에 달이 뜨면 소쩍새는 구슬프게 울어주었고, 낮에는 넓은 밭 위로 종달새가 소리 높이 울며 하늘로 치솟았다. 정지용의 ‘향수’에 나타나듯 ‘넓은 벌 동쪽 끝으로 구림천이 휘돌아 나가 섬진강’으로 이어졌다. 그런 자연환경 속에서 경쟁을 모르고 시기 질투 없이 먹고사는 일만을 운명으로 알고 살았다. 반면, 문화적 삶과 문명의 정보는 한없이 뒤졌다. 하고 싶은 공부도 못했고 가고 싶은 학교에도 진학할 수 없었다. 청소년 시절 ‘수확한 촌놈’이라고 무시당하기도 했다. 운명적으로 재탄생을 생각하고 어느 도시에 머물며 개척정신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자존심으로 인한 가슴속 출혈이 심했다. 그럴 때마다 더욱 철학적인 독서활동에 전념했다. 자기 갱신과 정신적 새로운 자아 세포 분열로써 굳건히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닦달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고향이 시골이요 농가이었다는 게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마음만은 있었다. '대지'의 작
2024년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이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면담하고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회담 뒤 라브로프는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조치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부인치 않았다. 최선희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정식으로 초청했고 긍정적 답을 얻었다. 예견된 바이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급격한 강화가 불안하다. 이를 감지한 탓인지 1월 25일에는 중국의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급히 북한을 방문했다. 북중 수교 75주년 준비라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한 우려와 북한 달래기가 아닌가 싶다. 미국과 중국의 회담도 있었다. 1월 26일과 27일 양일간에 걸쳐서 태국 방콕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회동했다. 형식은 지난해 11월 미·중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지만 내용은 대만 선거결과를 두고 향후 중국식 평화통일을 지지해 달라는 중국의 요구와 북한 도발 예방을 위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촉구라는 미국의 요구가 주요의제였다. 가장 활발하게 외교활동을 하는
‘마약과의 전쟁!’ 정말 가능할까? 우리가 살면서 피해야 할 한 가지는 전쟁이다. 그런데 왜 이 무서운 단어를 그리 쉽게 사용하는 걸까? 정부가 표방한 마약과의 전쟁에 경찰은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식 수사를 벌이는 듯하다. ‘걸릴 때까지 끝까지 추적한다!’ 언론은 이에 덩달아 가십성 뉴스로 도배질 한다. 결국 한 배우는 목숨을 끊고 말았다. 참으로 애석하다. 이쯤해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마약과의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벌이는 것인가? 이제라도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이 전쟁은 필시 마약으로 인간이 병들고 사회가 병들어가니 이를 막아보자고 시작한 게 아니던가. 그런데 왜 본질에서 벗어나 엄벌주의로 자꾸만 치닫는 것일까? 이는 마약광고에도 선명히 나타나 있다. “마약 시작, 인생 끝!”이란다. 광고를 이렇게 1차원적으로 만들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단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 하던 중 엊그제 경기신문 문화면에서 책 하나를 발견했다.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 국내 최초로 청소년 마약 문제를 다룬 책이다. 이런 책이 나오길 학수고대했기에 반가웠다. 특히 이 책의 추천사에 눈이 갔다. “편견은 치유와 변화의 길을 막아선
1948년 제헌 국회 의원 수는 200명이었다. 당시 인구가 2천만 명으로 추정되어 국회의원을 10만 선량(選良)이라고 일컬었다. 단원제 의회인 우리나라 국회의 의원 수는 현재 300명, 2023년 말 기준 인구는 5132만 5329명으로 의원 1인당 약 17만 1000명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의 단원제 의회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캐나다 양원제 하원의 의원 수와 비교해 적은 편이다.(오스트랄리아 하원 의원 수와 비슷함) 1949년 제정된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로 국회의원에게 세비·직무수당·거마비·여비 등을 지급하였다. 현재는 '국회의원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로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등을 지급한다. 1981년 국회의원의 보조직원은 비서관·보조원·운전원 3인이었다. 현재는 8인(보좌관 2인, 선임비서관 2인, 비서관 4인)의 보좌직원으로 증가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많은 편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자율적인 입법·정책 형성력은 저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용 대비 효능이 낮다. 그 원인은 대통령 중심의…
사이비는, 생활에서나 공부에서나, 경계(警戒)하여야 할 대상이다. 사이비종교 사이비기자 등 그 경계의 사례를 보여주는 어휘들이 수두룩하다. 서양문물의 영향 때문에 동아시아 문화의 거대한 상징인 용(龍)을 드래곤(dragon)이라고 번역한 것도 물론 사이비다. 새해 ‘청룡(靑龍)의 해’를 ‘이어 오브 블루 드래곤(Year of Blue Dragon)이라고 쓴 여러 (영문) 매체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드래곤(이라는 상상 속 동물)이 없다. 서양에는 龍(이라는 상상 속 동물)이 없다. 어쩌다 언제부터인지 용을 드래곤이라고 번역하고, 시간 지나도 그 번역이 황당하다 생각하는 지적이 없었음이 신기하다. 개는 도그(dog), 계란은 에그(egg)지만 용은 드래곤이 아니다. 그럼 뭔가, 용은 용이고 영자(英字)로 적자면 ’yong’이다. 청룡처럼 [룡]으로 발음될 때는 ‘ryong’으로 적으면 된다. dragon이 드래곤인 것도 같은 이치(理致)다. 번역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나 사물인 것이다. 단군 할아버지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려는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인공 제우스나 디오니소스를 어떻게 번역하려는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군은 겨레의 시조(始祖)로
총선 이슈가 블랙홀이 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화제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 틈을 잠시간 비집고 들어온 뉴스는 다름 아닌 미국발 ‘김정은 전쟁결심설’이다. 1월 11일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소속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가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Is Kim Jong Un Preparing for War?’ 제하의 칼럼이 발단이었다. 국내 다수의 언론매체가 연쇄적으로 이 칼럼을 전쟁설의 근거로 인용보도하였고 그 파장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주변사람들까지 내게 ‘진짜 전쟁이 나느냐’고 물어보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의 단계로 나아가는듯하다. 지척에 DMZ를 두고서도 경계 너머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을 살면서, 태평양 건너에서 쓰여진 칼럼 한편에 요동치는 우리사회의 모습에서 저마다 내재된 분단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또렷이 확인하게 된다. 언론지면을 전쟁위기설이 장식하는 사이, 북한은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일주일간 동해와 서해로 세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위기국면의 한반도에서 조연이 되기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두 개의 전선(러-우·이-하 전쟁)과 경제안보의 진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정통 저널리즘이다. 탐사보도를 통해 사회이면의 문제점과 비리를 찾아내고 개선을 촉구한다. 나도 시청자 중의 한명이다. 한정된 취재인력과 제작시간 등 제작여건도 여유롭지 않고, 다뤄야할 문제는 많으니 취재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은 고심스러울거다. 많은 아이템 중 사회적 우선가치가 있어야하고 그 폐해가 심대하여 즉시적 개선을 요청해야 한다거나 나름의 기준이 있을거다.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자료접근이 안되거나 취재불가능한 영역도 있을거고 반대로 제보도 있고 자료접근 등은 수월한데 아이템 선정기준에 의문을 달만한 취재도 있을거다. 2024년 1/21 방송된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은 후자에 해당한다. 미디어 전공자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한 바를 프로그램 비평 시각으로 간단히 기술한다. 예능, 드라마만 선정성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 보도 역시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제목부터 매우 선정적이다. 즉답하기엔 많은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제목인데 비해 프로그램 내용은 일방적이다. 다른 말로 물어보자. 국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소비자는 진짜 왕인가, 방송의 주인은 누구인가, MBC는…
전회에 언급했듯이 연금 소득에 대한 과세 개념은 가입 기간 동안 가입자가 납부한 금액을 매년 소득에서 공제해서 소득세를 줄여주는 대신 이 부분에 대해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소득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하는데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시기에는 과세 소득이 많아서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이때 소득공제를 받게 되면 나중에 소득이 낮은 시기에 수령하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납부해야 하는 세금 보다 많은 금액의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이 도입된 시기는 1988년인데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소득공제로 소득세 계산과정에서 차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이다. 따라서1988년부터 2001년 사이에 납부한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으므로 이 기간 동안의 소득공제 부분은 제외하고, 2002년 1월 이후 납입한 보험료에서 발생한 연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통해 세금 산출 과정 알아보자. 나은퇴 씨는 1994년 1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2023년 12월까지 3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고, 2024년에 노령연금으로 1200만 원
새해를 맞이했지만 세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각종 천재지변이 심상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집을 잃고 때아닌 북극 한파에 목숨까지 잃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 또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이러한 재앙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지만 특히 빈곤 계층과 취약 계층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재앙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과거 냉전의 주도국이던 러시아와 미국은 또다시 패권 경쟁을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을 주도하거나 부추기는 데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중재 역할은커녕 오히려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국제정세를 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보인다. 여기에다가 일본이 핵 오염수 무단 방류로 생태계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음에도 서방 선진국들은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강대국들은 각종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