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란 새어나가게 마련이니 그만큼 말조심하라는 뜻이겠다. 늘 이놈의 새나 쥐가 골치였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하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쥐나 새가 우글거리는 동네에 살면서 모르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애초 미군기지 바로 옆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야당에서 보안관련 우려를 제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알다시피 미국은 도청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전력이 화려하다. 2013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요원 스노든의 기밀자료 폭로사건이 있었다. NSA와 영국의 GCHQ 등 정보기관들이 전 세계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사찰해온 사실을 드러낸 것이었다. 스노든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비난이 빗발치자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은 “우리만 정보 수집하냐? 다들 미국 정보에 의지해놓고 이제와서 왜 이러냐?”식으로 반응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이었다.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으로 분류하고 미군 기지와 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하고 전방위적으로 도청 활동
한국 정치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치개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외치는 정치개혁이 국민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언행일치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정치 기득권 타파, 거대양당 체제 극복 등 정치개혁 아젠다를 내놓았지만 국회의원삼선제한, 국회의원국민소환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문화를 개혁하는 법과 제도 개선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이 기득권 체제를 스스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검사, 판사 등 법조인, 고위공무원, 중앙 언론인, 교수, 대기업 CEO 등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 밀어주면서 그들만의 정치를 해 온 결과가 지금 한국 정치문화의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는 자기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기 행위의 탓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문화 속에서 국민의 삶은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밥 한 공기 다 비우
효과적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지자체가 강제성 없는 ‘행정지도’만 할 수 있다 보니 시간 낭비는 물론 즉각적으로 시정돼야 할 불공정 비리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피해를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권한을 광역시·도가 공유함으로써 감시·단속과 시정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모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 6곳이 분쟁조정신청을 접수한 경기도기 분쟁 해결에 나섰지만, 프랜차이즈 본사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조정은 결렬됐다. 도는 가맹점주‧본사 조사, 현장 방문, 대표이사 면담 등 3개월간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강제 권한이 없는 도의 입장에서는 행정력만 낭비된 셈이다. 경기도는 공정위로부터 가맹‧대리점 분야에서 ‘가맹사업분쟁조정권’을 위임받아 도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분쟁 조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분쟁 조정 과정에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 허점을 놓칠 리가 없다. 이
국회에서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년 만의 일이다. 이라크 파병 기간 연장을 놓고 전원회의가 개최된 이후 처음인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의 주제는 선거제 개편 문제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난데없이 국회의원 정수를 30명 줄이자는 제안을 들고나왔다. 이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실언 시리즈”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런 제안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17만 명이어서, OECD 국가들의 지역 대표성 평균을 두 배 넘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원 주장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우리 국민들이 무조건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권을 가진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증원안을 들고나온 것과 현재 국민의힘의 감원 주장을 비교할 때, 얼핏 반대 방향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쪽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줄이겠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에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능 부여로 도시를 사회적·경제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어떤 도시를 원했고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현 정부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크게 수정되고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모양새이다. 작년 7월, 도시재생사업이 전면 개편되어 경제거점 조성과 지역특화 재생이 강조되며 기존 5개 사업유형이 대폭 간소화되고 효율적인 공공지원을 위해 지역 기반의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1호 마을인 서울 종로구의 창신동 마을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도시재생을 연장할지 도시재개발을 시작할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주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 보존되고 삶의 질 또한 개선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시재생사업은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주거복지 사업 중심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사람 중심의 사람복지사업으로 진화하였다. 도시재생사업 지원 기간 내에 주민 역량강화 사업이나 주민공모 사업 등으로 주민 참여형 비즈니스모델 기획과 사업화를 잘 이루어
19년 만에 개최된 국회의원 전원위원회 회의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다. 전원위가 논의를 시작한 주제들은 국회의원 정수 문제와 연계된 정치개혁의 핵심 요소들을 포괄한다. 무엇보다도 기득권과 당리당략에 휩싸여 개혁 과제를 소아병적으로 인식하는 소탐대실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국회 혁신’을 소원하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여 이번엔 반드시 감동적인 ‘정치개혁’의 변곡점을 만들어내길 신신당부한다. 전원위는 토론에 앞서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열고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와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소선거구제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들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마련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이다. 토론에는 더불어민주당 54인, 국민의힘 38인, 비교섭단체 8인 등 총 100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한다. 토론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수렴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파생하고 있는 승자독식(勝者獨食) 모순이 빚어내는 케케묵은 불합리, 비능률을 더 이상 용
지난 3월말, 3박 4일이란 짧은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를 다녀왔다. 도쿄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나머지 유수한 도시들은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지인들과 다녀오게 되었다. 마침 윤석렬 대통령의 전격적인 일본방문으로 문재인 정부시절 경색되었던 한일관계에 새로운 물줄기가 형성되고 있었기에 가고픈 열망이 솟구쳤다. 소설 같은 상상일 수 있겠지만, 일본 저변에 흐르는 한국에 대한 감정도 느끼고 싶은 것도 전격적인 투어의 요인이기도 했다. ‘나라’는 고대 우리와 인연이 깊은 곳인데다 경주처럼 일본 고도의 흔적이 상당부분 남아 있어 인상적이었고, 오사카의 대표적 명물인 오사카성은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히데요시를 대하는 일본인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웅변해주고 있었다. 오사카성 입구에 히데요시를 배향한 ‘豊國神社(풍국신사)’가 자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사카 중심가를 비롯한 그 어느 곳에서도 반한 감정이나 물결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심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으나, 적어도 외양만은 그랬다. 오사카 중심가에서는 한국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왕의 나라 조선의 역사에서 정도전은 신권국가(臣權國家)를 꿈꾼 발칙한 혁명가였죠. 태종 이방원에게 되치기당해 뜻을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당시 정도전의 이상에 동조한 여론이 있었다는 것은 무소불위 왕권국가(王權國家)에 대한 민심의 저항이 만만찮았다는 정황을 반증해요. 조선의 역사를 아예 ‘신하의 나라’로 보는 해석도 있어요. 마음에 안 드는 왕들은 독살로 명을 끊곤 했었다는 끔찍한 주장까지 나와 있죠. 현대정치에서 테크노크랫(technocrat 기술관료) 세력이 권력의 핵으로 등장한 것은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에요. 인구가 늘고,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칼 잘 쓰는 무사들 둘러 세우는 일로만 리더 십이 발휘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테크노크랫이 직접 권력자가 되는 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어요. 젊은이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망(羨望)해 온 역사는 깊어요. 5급 행정·외무·사법고시라는 현대판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집단을 이뤄 공부하는 신림동 녹두거리가 가장 먼저 생겨났죠. 그리고 21세기 들어 9급, 7급 공무원 열풍이 일면서 공시생들이 즐비한 노량진까지 고시촌이 늘어났지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