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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오로지 헌법에 충실한 만장일치 판결 내려야

윤 대통령, 마지막까지 사과와 반성 없었다

  • 등록 2025.02.28 06:00:00
  • 13면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종료됐다. 지난 해 12월 14일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에 접수하면서 시작된 탄핵심판은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과 11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쳤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대한 계엄군 투입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 된 탓에 헌법상 쟁점은 크게 없어 보였으나, 헌재가 11차례의 변론기일을 진행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11차례의 변론기일 과정을 되돌아보면 탄핵심판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은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이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수반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엄청나고 일시적으로 헌정질서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2.3 비상계엄에서 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을 침탈하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게 체포 명령을 내린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 탄핵심판의 본질이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 등은 탄핵심판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 주장일 뿐이다.

 

탄핵심판 과정은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마치 본인이 왕조시대의 군주인양 망상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벌인 참담한 실수에 대해 헌법과 국민들에게 참회할 마지막 기회마저 외면했다. 탄핵심판 내내 ‘통치행위’, ‘계몽령’ 타령 등 갖가지 궤변을 쏟아내며 국민을 염장지르는 행태만 보여왔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68분 동안 A4용지 77장에 달하는 원고를 읽어내린 그의 최후진술은 최악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위헌 위법행위가 가져온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국민에 대한 형식적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더 나간 발언도 이어갔다. 최후진술에서 그는 ‘간첩’이라는 단어를 무려 22번 언급했다. 민주당은 물론 자신을 반대했던 모든 집단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그는 “저는 잠시 멈춰 서 있지만 많은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거나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봤다”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일부 극우세력에 지지를 호소하며 일말의 뉘우침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의 발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지금은 헌재의 시간이다. 모든 변론 절차는 마무리 되었고, 재판관 평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고만 남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경제, 민생, 안보, 외교, 사회통합 등 대한민국 전체에 드리워진 위기의 그림자를 확실하고 명쾌하게 걷어내야 한다. 헌재는 헌법적 가치와 헌법적 근거에만 충실하기 바란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있어서는 안된다. 또한 비상계엄 행위에 대해 위헌, 위법 여부에만 충실한 평의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일부 이견이 있다면 며칠 밤을 세워서라도 만장일치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12.3 내란세력이 만들어 논 사회 갈등을 말끔히 봉합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국헌문란과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가 면책된다면 대한민국에서 내란은 끊이지 않고 재발될 것이다. 탄핵이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은 복귀 후 바로 비상계엄을 발동할 것이 뻔하다. 국회는 봉쇄되고, 언론은 통제되며, 집회결사의 자유는 중지될 것이고, 정치인 법관을 망라하고 반대세력은 모두 체포될 것이다. 경제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이것이 이번 탄핵 평의의 본질이다. 대다수 법조계 인사들이 만장일치 탄핵을 예상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을 위기의 수렁에서 건져 낼 역사적 책무가 헌법재판관들에게 지워진 것은 안타깝지만, 나라의 생명줄인 헌법을 수호한다는 일념으로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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