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든 산의 기운이 늦가을의 정취로 가득하다. 산을 오르다 보이는 돌 틈에서 피어난 들꽃은 가냘픔과 강인함을 함께 품고 한 세상을 산다. 돌과 돌 사이 피어난 꽃에게 비좁은 흙속에 자리한 뿌리는 곧 생명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란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다. 그 진리는 문화에서도 통한다. 우리나라 문화행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오래되지 않은 그 역사 동안 문화정책은 중앙으로부터 시작해 지자체로 옮겨지는, 즉 하향식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중앙의 문화정책을 따라야 하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문화정책이 발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기초문화재단들은 이러한 하향식 문화정책 흐름의 한계 극복을 위해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결과로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새로이 제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초문화재단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이라는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역 문화라는 ‘뿌리’의 견고함에 힘을 쏟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용인문화재단 역시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간을 두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에 맞춰 올림픽 성화 봉송도 이뤄지고 있는데, 그리스 올림피아시에서 채화한 성화는 인천을 출발해 101일 동안 2천18㎞의 우리나라 전국 17개 시·도 및 강원도 18개 시·군을 달려 내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올림픽 성화가 한반도를 달리는 것은 88 서울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한반도에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두 차례나 열린다는 것은 무척 뜻 깊은 일이다. 성화가 가로지르는 이곳이 불과 67년 전에는 탱크와 포탄이 가로지르고 전쟁의 화마가 짙게 드리워져 폐허나 다름없었던 곳이었다고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6·25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발전한 한국의 모습에 큰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30년 전보다 더 발전된 한반도를 접한다면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더욱 큰 놀라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67년 전 유엔군이 찾았던 대한민국은
운 좋게 파리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파리라고 하면 대부분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 센 강 같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모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곳에 살아보기 전까지는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파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파업’이라는 단어다. 당시는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각종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때였고, 프랑스 전체를 마비시킨 파업의 영향은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고, 관공서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파업’이라는 것은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성가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파업’은 나에게는 불편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들에게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표출이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통치제제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대의민주주의제 하에서 국민은 실제로 국가의 주인이 되어 모든 권한을 직접 행사하기는 어렵다. 선거라는 행위를 통해 대표자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게 부여받은 권한을 수행하는 대표자가 있는 반면, 일부는 유권
얼마 전, 프랑스의 유명 요리가가 한국에 와서 한국음식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유럽에서 한국음식 전도사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TV장면을 보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음식의 매력은 발효에 있다”고 인터뷰하면서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은 한국인에게 ‘삶’ 자체인 것 같다”고 했다. 우리민족의 독특한 발효 식품인 김치는 우리의 자연 환경과 조상의 슬기로운 음식 솜씨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으로서 곡물 위주의 식생활을 영위하면서 채소를 즐겨먹었고 청명한 기후와 산수가 풍요로워 채소가 연하고 향미도 뛰어나다. 또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다양한 채소를 즐길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생산되지 않고 저장도 어려워 건조 처리나 소금 절임 등 가공에 남다른 슬기가 필요하였다. 이처럼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에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김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김치의 재료는 한반도에서 재배하는 채소뿐 아니라 자생하는 산나물, 들나물이 모두 이용되었다. 참으로 우리 조상의 지혜가 대단한 것 같다. 김치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모
가을은 오곡이 풍성히 익어가는 만큼 마음을 넉넉하게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옛 성인들도 가을을 일컬어 등화가친(燈火可親)하며 지성을 가다듬기에 딱 좋은 시기로 꼽곤 했다. 이번 가을, 500년 백제의 혼이 서린 ‘하남 위례길’을 걸으며 역사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면 어떨까. 하남시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최초의 도읍 ‘하남위례성’을 정한 역사적인 도시다. 이에 하남시에서는 이러한 역사성을 담아 관광명소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함은 물론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트레킹 코스 ‘하남 위례길’을 조성했다. 하남위례길을 한강을 따라 가을의 정취가 내려앉은 자연경관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또 남한산성과 위례성 등 우리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충분하다. 이곳은 크게 4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먼저 1코스인 ‘위례사랑길’은 산곡천(山谷川)에서 출발해 닭바위~연리목~도미나루~두껍바위를 거쳐 팔당댐에 이르는 5㎞의 구간이다. 이중 도미나루는 백제 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왕권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도미 부부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사랑길
소화전은 도로변에 우뚝 서있는 십자가 형태로 보통의 경우 65㎜ 방수구 두개가 달려있는 그것이다. 소방차 탱크만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화재가 발생 시에 소방호스를 이용하여 소방차에 물을 계속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소방용수시설이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면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대형화재나 좁은 골목길로 인해 소방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도 신속하게 소방작전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소방용수시설을 소방관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소방용수시설은 도로교통법 제33조에 의거 5미터 이내 주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소화전 맨홀위에 버젓이 주차를 하거나 심지어는 박스, 잡쓰레기 등을 쌓아두어 화재발생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유사시 화재진압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커다란 적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소방용수시설 5m 이내에 주·정차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야간 운행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리고 주변 공사를 하게 될 경우 사전에 관계기관이나 소방관서에 통보하고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한 소화전 맨홀…
최근 몇년간 ‘규제개혁’은 분야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회두가 되고 있다. 미래신산업이 등장함에 따라 새 기술에 맞는 새 정책이 필요한데 기술의 변화를 정책이 따라잡지 못해 기존의 규제가 신산업 발전에 제약이 되고 있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규제가 한번 신설되면 폐지도 쉽지 않다. 이러한 규제의 보수성 때문에 변화와 규제가 발맞춰 가지 못하고 그 때문에 종종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규제개혁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규제가 단순한 규정이나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우리들의 실제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민원인을 마주하게 되면 국민의 편익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오히려 국민의 편익을 감소시키는 모순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도 보훈대상자의 편인증진, 보훈가족의 명예와 자부심을 높여드리는 따뜻한 보훈을 기본 방향으로 다양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개혁으로는 독립유공자 후손 주택 및 대부지원 확대, 치매 등 의사능력이 없는 분들의 보상금 관리지원, 국립묘지 안장대상 확대 및 안장형태 개선, 응급진료비 지급신청 구비서류 간소화, 제대군인 위탁교육 접수 시 제출서류 간소
지난해 말 부평구를 비롯한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오랜 숙원이었던 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됐다. 굴포천은 부평가족공원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부평의 시가지를 지나 계양구와 경기도 부천·김포시를 거쳐 서울 강서구를 통과해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15.1㎞의 인천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굴포천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오·폐수와 생활하수 등이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돼 수질악화, 악취, 퇴적오니 등 문제가 심각했으나, 5개의 자치단체가 책임지다보니 정상적인 관리가 어려워 굴포천 유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토교통부에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굴포천의 환경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오염하천에서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변모시킬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관리한다 하더라고 바로 생태하천으로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구간은 부평구청부터 시작되는 본류이며, 굴포천 오염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부평공원부터 부평구청까지 약 3㎞의 상류복개 구간을 해결해야 건강한 상태의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우리 사회는 기초가 약한 사회이다. 기초가 약하기에 작은 자극에도 나라의 틀이 흔들흔들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는 학문에서나 기업경영에서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 가지이다. 학생들의 공부에 기초실력 쌓기가 기본이듯이 기업경영에서도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점은 영적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국민들은 장점이 많은 국민들이다. 세계 어느 국가 어느 민족에 손색없는 빼어난 자질을 갖춘 국민들이다. 그럼에도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채로 어려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 수 있겠지만 그런 이유들 중 으뜸 되는 이유가 기초가 약하다는 점이다. 기초가 약하게 된 이유의 첫째가 훈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런 훈련 부족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유·초등 과정을 거쳐 중·고등학교까지 모두 해당된다. 내 친구 중 일본 마이니찌신문의 한국 특파원이었던 친구가 있다. 한국에서 10여 년을 근무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 내가 점심을 대접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식사 도중에 그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십여 년을 보내며 한국인에 대해 느낀 소감이 어떻습니까?”그랬더니 그가 답하기를 “한
우리나라 기초행정의 말단은 각 행정부락의 마을이다. 마을의 조직으로는 이장과 노인회장, 새마을지도자(부녀회장)의 3개 조직이 있다. 이장은 마을의 수장으로서 읍면장과 긴밀한 연락으로 지원행정을 돕고 있으며, 마을 전반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정부에서는 매월 일정한 금액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준공무원의 신분을 부여하고 있다. 노인 회장은 마을의 경로당을 운영하면서, 노인들의 복지와 건강 그리고 주민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경로당의 관리와 운영에 따른 국가 지원금을 집행하고 있으며, 역시 일정한 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부녀회장은 마을의 안살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가정에서 주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에서 노력봉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마을의 행사에는 효도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봉사란 ‘국가사회와 남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봉사는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무보수 노동력의 제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난 부녀회장(지도자)의 역할과 봉사활동은 그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공공기관의 각종행사와 집회에서 인력동원의 대상이 되고, 사전준비와 사후처리의 노역을 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