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향기 /신현정 호박꽃 안에는 아주 조그마한 할매가 호호 살고 있어서 거길 찾아오는 벌이며 나비에게 신방을 차려주기도 하고 꽃가루로 경단을 만들어서는 가느다란 다리에 붙여주어 날려 보낸다. -시집 ‘화창한 날’ / 2010년 이 시를 읽고 나면 따듯한 동시 한 편을 읽고 난 기분이 든다. 순하고 맑은 초롱한 눈빛을 가진 아이의 마음으로 사물을 읽고 대하는, 지금은 고인이 된 신현정 시인의 순수한 동심을 들여 다 보는 것 같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을 무렵 시골동네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할머니의 넓은 마음을 닮은 얼굴이 커다란 호박꽃이 푸근하게 피어있다. 덥석 손이라도 잡아줄 것 같은 마음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품을 열은 호박꽃, 그 방에는 아주 조그만 호호 할매가 살고 있어 벌이며 나비에게 신방도 차려주고 노란 꽃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다리에 붙여주어 날려 보낸다. 벌이며 나비는 멀리멀리 날아가 할머니의 다정한 향기를 전파 할 것이다. 우리를 행복 짓게 만드는 향기, 시골길에 오르다 호호 할매가 살고 있는 호박꽃을 만나면 나도 내 마음에 착한 향기를 심어 멀리멀리 날아가야지. /정운희 시인
지난 6월 안성의 한 주택에서 미장비용 문제로 시비가 되어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쳐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한 남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남성은 가해자와 합의를 보지 못했고, 치료비 100만원을 온전히 자비로 부담했다. 상해사건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보험급여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전전긍긍하던 남성은 안성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의 도움으로 범죄피해관련 서류를 제출해 뒤늦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잘못된 상식으로 피해자들이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억울한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상해치료비 환급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 사실을 몰라 실제 환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도 드물다. 상해 등 범죄피해로 진료, 수술, 입원 등 치료를 한 경우, 피해자가 부담할 본인부담금은 입원치료시는 20%, 통원치료시는 50%이고, 나머지는 공단이 부담한다. 단, 쌍방폭행 등 범죄에 원인을 제공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유발한 경우, 기타 방법으로 이미 치료비 지원을 받은 경우는 건강보험 적용 예외사유이다.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고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라도 치료 후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본인부담금 외의
정치인과 검찰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그동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직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이 검토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때마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실패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안에 공수처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고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가진 기소권과 수사권 중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른바 검찰의 셀프 개혁이라고도 불리는 공수처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작용했다. 국민의 80%가 공수처 신설을 찬성한다는 여론이 그것이다. 사실 그동안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공수처 신설은 힘을 얻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조직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청렴과 도덕성은 고사하고 범법행위로 수백억 원 대의 돈을 챙기는 검사들이 나타났다. 제2의 홍만표, 진경준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 개혁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었다. 더욱이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에 영장청구권까지 상당한 권력을 독점해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게다가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정(自淨)을 통해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책 가운데 하나는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북측에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 남북관계는 꽉 막혀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으라는 것이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7일 북측에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국방부는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우리 측의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여 회담이 개최되면 현재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 양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확성기방송 중단 문제와 우리 측 민간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남북군사회담과 함께 남북적십자회담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갖자고 제의했다. 남북 십자회담에서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열릴 수 있다. 물론 이는 북측이 우리의 제안에 응했을 경우에만
현대사회에서 지방행정의 전문성 확보는 매우 필요하다. 현 순환보직 체제는 일반행정가적 자질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너무 잦은 변경으로 인해 오히려 행정의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인천광역시하천살리기추진단(이하 ‘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은 환경직과 토목직 공무원이 NGO와 함께 근무하였었다. 필자가 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으로 햇수로 8년을 활동하다 보니 추진단을 거쳐간 공무원들은 수 십 명에 이른다. 담당부서장의 마인드에 따라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6개월 많게는 환경직, 토목직, 행정직 3명의 공무원들이 함께 근무한 적도 있었다. 순환보직(job rotation system) 제도는 직무(보직)을 순차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조직의 직무 전반을 이해하여 지식, 기술 및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업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확보와 일반 행정가 양성에 유리하고 부처 할거주의(割據主義)를 예방하고 조직의 침체를 방지와 민간과의 유착방지 차원에서는 필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순환보직에 따른 잦은 이동은 전문성 확보의 미흡과 업무 인수인계의 부실, 업무에 대한 책임성 확보의 미흡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남부지방은 24일, 중부지방은 26일에 장마의 끝이 보인다는 기상청 예측 통계에 따라 이제 폭염 속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더위를 피해 바다와 산으로 가는 휴가 행렬이 절정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상 여름철만 되면 극성인 피서지 성범죄 때문에 즐거운 추억이 되어야 할 휴가가 평생 잊혀지지 않은 정신적 상처가 되기도 한다. 피서지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들로 해수욕장, 워터파크 등 인파가 북적이는 장소 또는 탈의실, 물속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여름휴가철 7~8월 사이 집중되고 있고 특히 피서지에서 노출이 많은 여성상대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이용 ‘몰카’범죄는 지난 5년간 5배 가량 증가하여 성범죄 유형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는 피서지와 같은 공중장소에서의 성범죄중 신체접촉 성추행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이하의 벌금,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죄(몰래카메라)의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경찰에서도 7월부터 워터파크 등에서 성범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과 예방캠페인을 전
미국의 상징 동물은 1782년 국조(國鳥)로 공식 지정된 흰머리수리(Bald Eagle)다. 뒷얘기도 있다. 당시 의회는 국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흰머리수리와 칠면조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흰머리수리는 원주민이 신성시 여기는 숭배의 동물이었고 칠면조는 청교도들이 인디언에게 감사의 표시로 대접하던 화합의 상징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논쟁 끝에 흰머리 수리가 낙점을 받았다. 이유는, 칠면조는 일부다처고 흰머리수리는 암수 한 쌍이 평생을 함께 산다고 해서다. 하지만 결정에는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흰머리수리가 북아메리카 대륙에만 서식하고 있으며 긴 생명과 강인한 힘을 가진 하늘 위 최상위 포식자로서 강한 미국을 지향한다는 건국이념과 무관치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이러한 흰머리수리를 포함한 독수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조류의 지존이다. 시인 박남수가 읊은 시를 보면 더 실감난다. “불타는 눈/오그린 부리/갈퀴진 발톱, 어느 하나도/무기 아닌 것이 없다/독수리는 시시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급강직하(急降直下) 땅에 내렸다가/기수를 올리어 날아오르면, 이미/발톱은 전리품을 사로잡아/승전을 하늘에서 누린다” 독수리의 최대 무기는 눈과…
변증법적 갈등 /신명옥 포도를 통째 달라는 A, 알알이 떼어 달라는 B의 주문사이 포도를 먹는 방식 한 송이 포도로 A와B를 만족시킬 방식 달다와 짜다로 반응하는 방식 겉이 희고 딱딱하고 각진 것으로 닮은 방식 소금과 설탕이 함께 녹아 절묘한 맛을 내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변증법적 방식 포도를 나누네, 반은 통째, 반은 알알이 A와B에게 반대로 줄 때 어떤 반응 보일까 기대하면서 주문과 주문 사이 해답 찾는 - 신명옥 시집 ‘해저 스크린’ 변증법적 갈등이란 ‘희소자원의 불균등한 소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현상’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화자는 양자택일에 따른 이분법적 논리 속에서 나타나는 변증법적 추론을 시에 접목시켜 A와B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다. A와B는 어쩌면 나와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포도를 먹는 방식에서부터 미각과 시각 그리고 감각을 통한 변증의 방식을 통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의 맛과 일상의 삶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다. /정겸 시인
올해는 오월이 윤달이다. 윤달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4년에 한번 정도 돌아오는 여벌의 달로 윤달에는 뭘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뤄 두었던 일을 한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궂은일도 탈이 나지 않는 달로 여기고 있다. 예전에는 어르신이 있는 집안에서는 수의도 만들고 산소를 손질하거나 이장하는 일을 했다. 수의를 미리 만들어 놓으면 장수한다는 말에 아버지는 손수 좋은 베를 골라 할머니 수의를 만드셨다. 내 기억으로는 한 열흘 넘게 수의를 꿰매던 것 같다. 마을에 솜씨 좋은 여인네들이 모여 재단을 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했다. 살아서 고생하셨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좋은 옷 손수 지어 보내드리고 싶다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 수의를 볕 좋은 날을 골라 펴 널고 좀약을 넣어 벌레가 들지 않도록 잘 손질하여 장롱 위에 얹어두고 할머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셨다. 아버지의 정성덕분인지 할머니는 수의를 만들고 10년도 넘게 장수하시다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후에도 윤달이 든 해에는 사초를 하고 뗏장을 새로 입히는 등 산소 가꾸기에 정성을 쏟곤 하셨다. 조상을 잘 섬겨야 자식도 잘 되는 법이라며 조상 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