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잘 만난 남녀같이 음식 궁합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는 ‘겉들이면 더욱 좋고, 떨어뜨려 놓으면 어색한’ 찰떡궁합 음식들이 많이 있다. 치킨과 맥주, 탕수육과 짜장면, 삼겹살과 소주 등 원초적 조합으로 불리는 것 이외에 ‘환상의 궁합’으로 불리는 ‘음식 짝궁’들은 수없이 많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비롯해서 된장과 부추, 감자와 치즈, 고등어와 무, 굴과 레몬, 냉면과 식초, 닭고기와 인삼, 딸기와 우유, 미역과 두부, 복과 미나리, 인삼과 꿀,초콜릿과 아몬드 등등. 궁합이 좋은 음식은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토마토는 위장의 소화를 돕고 산성 식품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고기나 생선,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는 식이다. 파전도 그렇다. 파전의 주재료인 파의 성질은 따뜻하다. 거기에 굴이나 오징어, 녹두, 밀가루 등을 섞어서 파전의 성질을 중화시켜 궁합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육회등 쇠고기 요리에 배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배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고기와 만나면 아미노산을 만들어내 육질이 연해지고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의 조화라는 것이…
한식 /이정록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렇게는 못하지.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건 어림없지. 땅을 치던 사람, 이제 조용하다. 가슴이 둥글게 부어올랐다 - 시와 사람 2016 여름호 요즘 시국이 말이 아니다. 국민 대부분이 멘붕상태다.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신념과 도덕이 실종된 국가의 국민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로서 50년 전으로 후퇴한 것인가.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물음과 함께 고작 70~80년을 살자고 그 많은 악행과 부도덕을 저질렀는가 생각하며 이 시를 읽으니 새삼 저들의 어리석음에 통탄할 뿐이다. 한 기 봉분으로나 남을, 한 줌 재로나 남을 인생인데, 금강경의 <凡所有相 皆是虛妄>이란 4구게가 가슴을 친다. 시인은 성묘를 하며 결기가 하늘을 찌르던 한 노인의 무덤 앞에 서서 그 허망함을 절절히 깨닫지만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이제 조용하다./ 가슴이 둥글게 부어올랐다’라고 툭, 던짐으로써 오히려 큰 울림의 시적 성취를 이룬다. 아, 저 봉분들! 둥글게 부어오른 가슴이구나. /이정원 시인
입춘이 지나고도 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그래도 양지쪽으로 모이는 햇발은 도탑다. 초록빛을 다 잃고 하얗게 마른 풀을 들추면 냉이 잎이 숨어있을 건만 같다. 일 하는 틈틈이 밖으로 눈이 간다. 서울지역 대보름 달 뜨는 시간을 검색해보니 오후 6시 27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가 조금이라도 빠르지 않을까 싶어 눈에 익은 능선을 바라보지만 아직은 저문 하늘만 가득하다. 바쁘게 살다보니 보름 쇠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열 나흗날 오곡밥도 마트에서 파는 잡곡을 사다 겨우 흉내만 내고 나물도 일하는 사이사이에 서둘러가며 억지로 아홉 가지 구색을 맞추기도 절로 한숨이 나간다.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상을 차리면서 준비한 나물과 오곡밥을 보니 동동 거린 보람이 있다. 거의 매일처럼 빼놓지 않고 막걸리를 사 들고 온 남편에게 한 마디 한다. 기껏 나가서 좋아하는 막걸리만 사고 부럼은 안 사왔느냐고 하니 내일 사다준다며 벌써 의자에 몸을 앉힌다. 피곤한 탓이겠지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해마다 이제부터는 그냥 편하게 살자 하다가도 이맘때면 벌써 마음이 들썩인다. 이렇게나마 거르지 않고 지나가는 것으로 작은 기쁨이 된다. 정월 대보름은 보름날 당일에 끝나는 명절이 아니
헌법의 수호자 논쟁’.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인 1931년경 칼 슈미트(C. Schmitt)와 한스 켈젠(H. Kelsen)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다. 한 명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중립적 권력인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한 명은 대통령, 의회, 사법부, 헌법재판소 모두 헌법의 수호자이고 특히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던 대통령이 헌법의 유일한 수호자인양 떠들며 대통령의 결단을 따라야 한다는 논지의 주장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2달 넘게 탄핵정국을 걷고 지금 현 시점에서는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필자가 대학교 학부 시절 헌법교수님이 강조한 말씀이 기억난다. “헌법의 최종적인 수호자는 국민이다. 굳이 국기기관 중 헌법의 수호자가 누구인가를 꼽는다면 헌법재판소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은가!” 헌법재판소. 1987년, 이른바 ‘87항쟁’을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제9차 현행 대한민국헌법은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권보장과 헌법수호에 보다 효과적인 권력분립의 장치로써 선택했다. 1987년…
1830년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발표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작품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시체 더미를 넘어서며 민중을 이끌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전혀 아름답게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신고전주의 회화에서는 여인들이 대개 이상적인 균형과 절제미를 지닌 매끄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삼색기를 들고서 민중의 기수 역할을 하는, 화면 중심에 위치한 여인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건장했고, 반쯤 벗겨진 드레스와 드러난 몸에는 얼룩이 묻어 있으며, 겨드랑이에는 털까지 나 있었다. 작품을 보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들라크루아는 이미 대세적인 화가였으며, 그 이전에 발표했던 ‘키오스 섬의 학살’, ‘미솔롱기 폐허의 그리스’와 같이 다른 지역의 전쟁이나 혁명을 다룬 작품들로 대중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낸 적이 있었다. 수십 년째 혁명과 반동이 반복되는 시국에 이성과 균형을 외치는 신고전주의 화풍은 지친 대중들의 정서를 전혀 반영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신고전주의 회화는 권력과의 유착관계로 신진 화가들의…
‘곳간’을 채우려는 과세자 입장에선 아무리 많이 걷어도 부족한 게 세금이다. 그러다 보니 한 푼이라도 더 긁어내려는 희한한 명목의 세금을 수없이 양산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공통이다. 역사도 인류만큼이나 오래됐다. 1세기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공중변소에서 수거한 오줌으로 양털의 기름기를 제거했던 섬유업자들에게 물렸다는 오줌세를 비롯 러시아 귀족들에게 부과한 수염세, 17세기 프랑스의 창문세, 공기세, 독일의 매춘세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65년 전인 1951년 지방세법 개정 이전 일부 지방에 요정 출입자에게 물리는 입정세(入亭稅)를 비롯 전봇대에 매기는 전주세, 개주인에게 부과하는 견세 등이 있었다. 피아노와 선풍기가 귀하던 시절이라 피아노세와 선풍기세를 받기도 했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 건강과 관련된 비만세 탄산음료세 포테이토칩세 선탠세 트랜스지방세 같은 기발한 세목이 잇따라 추가되고 있어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세금을 거둔다는 명분 때문에 비교적 조세저항이 적은 편이라 지구촌 파급 효과도 크다. 하지만 세금에는 무슨 명목을 갖다 붙여도 불만이 생겨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김왕노 애초부터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이건 처녀에게 폭력적인 것일까, 언어폭력일까. 내가 알던 처녀는 모두 아줌마로 갔다. 처녀가 알던 남자도 다 아저씨로 갔다. 하이힐 위에서 곡예하듯 가는 처녀도 아줌마라는 당당한 미래를 가졌다. 퍼질러 앉아 밥을 먹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아저씨를 재산목록에 넣고 다니는 아줌마, 곰탕을 보신탕을 끓여주고 보채는 아줌마, 뭔가 아는 아줌마, 경제권을 손에 넣은 아줌마, 멀리서 봐도 겁이 나는 아줌마, 이제 아줌마는 권력의 상징, 그 안에서 사육되는 남자의 나날은 즐겁다고 비명을 질러야 한다. 비상금을 숨기다가 들켜야 한다. 피어싱을 했던 날들을 접고 남자는 아줌마에게로 집결된다. 아줌마가 주는 얼차려를 받는다.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란 말은 지독히 아름답고 권위적이다. 어쨌거나 아줌마는 세상 모든 처녀의 미래, 퍼스트레이디 이른바 ‘퍼스트레이디’의 시대다. 낡고 퍼진 이미지를 떠올리던 ‘아줌마’라는 단어는 더 이상 ‘언어폭력’이 아니다. 당당한 ‘처녀의 미래’다. 아줌마는 ‘권력의 상징’이다.
요즘 시국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는 ‘더 킹’이다. 사법고시 합격 후 평검사에서 부장검사, 검사장, 검찰총장에 오르고 정권의 줄타기를 잘 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까지 진입하는 ‘정치검사’들의 이야기는 현실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 권력 상위층인 검찰 조직을 풍자했다. 비록 영화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김기춘·우병우씨 등의 인물들이 떠오를 정도다. 한국의 사법 질서를 유린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사법고시 선후배로서 법 위에 군림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검찰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이 법률안은 국회에서 통과돼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사법고시는 올해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대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3년 과정의 로스쿨을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로스쿨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경제, 경영, 외교, 의학,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를 전공한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다. 법 밖에 모르는 법조인이 아니라 각 방면의 전문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고시를 완전히 없애고 로스쿨만 남게 되면서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법시험 존
최근 경기도내 7개 연구기관이 ‘경기도 공공기관 협력연구 협약’을 맺었다. 경기연구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도농업기술원,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복지재단,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으로 경기도의 각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주요 기관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기관들은 사회·경제·기술·복지·농업 등 전 분야에 대한 통섭연구를 진행키 위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통섭연구란 학문끼리의 융합을 통해 지식을 통합해 살펴보는 학제간 연구를 말하는 것으로 최근 모든 분야의 연구에 있어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기도내 연구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통섭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발전의 속도와 넓이가 이전과 달리 상상할 수 없이 발전하고 있는 21세기 사회에 경기도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러한 통섭연구를 위한 협력체계가 더 이전에 구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와 같은 연구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에 대한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도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다.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