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대학자이자 선비였던 남명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은 평생 권세에 굴하지 않고,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간절히 호소한 인물이었다. 그는 천왕봉(天王峯)이 보이는 지리산 자락 덕산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임금에게 올린 여러 상소를 통해 부패한 조정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의 상소에는 시대를 넘어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울림을 주는 ‘경고(警告)’와 ‘충언(忠言)‘이 담겨 있다. 1555년 명종에게 올린 을묘사직소에서 남명은 “나라의 근본이 이미 무너지고, 하늘의 뜻과 민심이 떠났다”고 한탄했다. 이는 작년 12.3 불법 계엄을 마주했었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사회의 공정은 흔들리고 있다.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집값 앞에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지만, 상류층의 과소비는 더욱 노골적이고, 불법 부동산 투기와 특혜는 끊이질 않는다. 국민의 고통은 깊어가는데, 지도층은 여전히 말뿐인 개혁과 정쟁에 몰두하고 있었던 셈이다. 남명 선생이 지적했던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이 없는 정치”가 50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명은 상소에서 “정치는 사람을…
아직도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같은 자본가다. 반면에 우리 대중은 기후 변화를 피부로 절실히 느낀다. 4계절이 뚜렷하던 한국은 이제 여름과 겨울 두 철로만 나뉘는 나라가 되었다. 지구촌 여기저기는 잦은 가뭄, 홍수, 산불,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위협받고 있다. 카리브해 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달 말 이 섬에 시속 300km의 허리케인 멜리사가 몰아닥쳤다. 가장 높은 5등급의 이 허리케인은 자메이카를 휩쓸고 쿠바로 올라갔다. 이 열대성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황량하고 쓸쓸했다. 자메이카 지방정부 장관 데스몬드 맥켄지에 따르면, 멜리사가 지나간 후 53만 명이 넘는 자메이카 주민들이 전기 공급을 받지 못했다.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15만 명의 세인트 엘리자베스 교구는 물에 잠겼다. 자메이카의 곡창고로 불리는 이곳은 피해 규모가 대단했고 한 병원은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중부 세인트 캐서린에서는 리우 코브레 강이 범람하여 강풍이 울타리와 지붕을 무너뜨렸다. 맥켄지 장관은 “멜리사의 피해는 상당하며, 자메이카 전체가 파괴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수원시가 시민들의 시정참여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새빛톡톡’의 성과가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민선 8기 이재준 수원시장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새빛톡톡’은 민·관 소통을 통한 협치와 적극행정의 선례로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민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행정의 성공사례가 돼가고 있는 이 정책의 활용 폭을 더욱 넓혀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수원시의 꿈을 성원해 마지않는다. ‘새빛톡톡’은 2023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2년간 시민제안, 설문투표, 신청 접수 등 수원시 대표 시정참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새빛톡톡’은 지난 2023년 2월 모바일 시민참여 플랫폼 구축 용역으로 같은 해 6월 시범 운영을 거쳐 7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출시 당시부터 ‘새빛톡톡’은 시민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치와 적극행정의 모범으로서 호평받고 있다. ‘새빛톡톡’은 지난 7월 기준 가입자 수가 13만 명을 돌파했고 시민 제안 접수는 3300건을 넘었다. 시민 제안 플랫폼에서 나아가 초등학교 및 대학 수업 도구로 활용되고 시정 주요 홍보 플랫폼 역할도 수행하
학교에서 축제를 이틀 동안 연다고 말하면 주변 반응이 비슷하다. 중, 고등학교도 아니고 초등학교에서 축제 진행이 돼? 하루는 음식 부스와 각종 체험 존, 안 쓰는 물건이나 만든 물건을 파는 장터, 이튿날은 학생들의 공연과 초청 공연이 어우러진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축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피, 땀, 눈물이 말라붙는 시점 즈음에 멋들어진 결과물이 나온다.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하루에 장터와 공연을 몰아서 진행했다. 올해는 욕심을 조금 더 냈다. 하루는 장터, 하루는 공연으로 나누어 이틀 동안 ‘백양놀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백양’이라는 학교 이름에 ‘놀이터의 장(場)’을 더해 만든 이름답게,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어우러진 진짜 축제의 장이었다. 이틀 동안 교육이 살아 숨 쉬는 배움의 시간이자, 학교라는 공동체가 서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첫째 날은 바자회였다. 체육관 필로티와 현관 앞이 순식간에 시장으로 변했다. 학부모 부스에서는 김치전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솜사탕 기계에서는 하얀 구름이 피어올랐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작품,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부스에 줄지어 놓였고, 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해외에서 한국 식품(K-푸드)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금할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K-푸드 수출액은 84억 8100만 달러(약 12조 157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77억 8700만 달러였으니 무려 9%가량 증가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0월 29일자 4면, 전 세계에 위상 떨친 ‘K-푸드’ 저력… 수출액 ‘역대 최대’ 경신)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2년 연속 100억 달러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품목은 라면 등 가공식품이 가장 많았다. K-푸드 전체 수출액의 60%가 넘었다. 가공식품은 6.7% 늘어났다. 특히 라면은 11억3000만 달러를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5% 증가했다. 아이스크림(24.2%)과 믹스커피를 비롯한 커피조제품(15.8%)도 눈에 띄게 늘었다. 수산물 중에서는 ‘검은 반도체’라고 불리는 김이 14.0%나 증가했다. 이처럼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K-콘텐츠 흥행과 연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지난 2020년 한식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한식 세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이 타계한 지 꼭 7년이 되었다. 필자가 선생을 곁에서 직접적으로 모시게 된 것은 2007년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가 발족하면서부터였다. 이 사업회의 출발을 위한 발기인대회에서 선생과 함께, 이병주 작가의 고향인 경남 하동 출신의 전 검찰총장 정구영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이어령 선생이 고문, 임헌영·전상국·김춘미·여상규 등의 인사가 부대표, 이문열·김인환·안경환·김언호 등의 인사가 운영위원, 그리고 필자가 사무총장을 맡게 되었다. 그로부터 김윤식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2018년까지, 필자는 선생과 지근거리에 있었고 늘 아버지를 대하는 심정으로 모시려고 애썼다. 선생이 문학 단체의 수장을 맡은 것은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유일했다. 함께 이 조직을 구성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러했지만, 이병주라는 작가가 선생과 유다른 관계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예화를 들면, 이는 선생 자신이 직접 토로한 대목이다. 이병주, 김윤식 두 분이 TV 토론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여 이병주 장편소설 '비창'에 대해 토론하는데, 김 선생이 그 소설 속 주인공인 술집 마담의 행적에 당위성이 없다고
매년 12월 31일 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곳은 종로1가사거리의 보신각 앞이다. 자정이 되어 서울시장과 그해의 주요 인물이 함께 보신각종을 ‘둥~~’하고 울리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환호성이 방송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간다. 온 국민에게 전하는 기쁨의 아름다운 종소리로 33번을 타종한다. 그런데 타임머신을 타고 정조가 능행하던 1795년으로 돌아가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보신각종은 밤 10시경에 28번, 새벽 4시경에 33번 쳤는데, 각각 인정(人定)과 파루(罷漏)라고 했다. 인정의 종소리는 ‘이제부터는 성문을 닫으니 들어오려 하는 자가 있으면 큰 벌을 내리겠노라! 도성 안에서도 돌아다니는 자가 있으면 똑같은 벌로 다스리겠다!’ 이런 의미다. 1980년대 초까지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실시된 야간통행금지와 같다. 무서운 소리다. 파루의 종소리는 ‘이제부터 성문을 여니 도성 안팎을 돌아다녀도 된다!’는 허락의 의미니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야간통행금지를 전제로 한 허락이 아름답게 들리긴 어렵다. 그러면 보신각종은 왜 거기에 만든 것일까? 당연하다 여기며 질문을 던지는 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수도의 밤을 통제하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