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서해5도 어민들이 해양수산부·해양경비안전본부·국방부합동참모본부·행정자치부·인천시·옹진군 등 정부 대표단과 만났다. 이른 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서해5도 어업인 피해대책 관계기관 회의’였다. 해경이 미처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로 600~700척씩 들어와 물고기를 싹쓸이 하고 어구까지 걷어가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중국어선들은 창과 칼 등으로 무장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조업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중국어선이 나타나면 우리 어민들이 다칠까봐 피하라고 옹진군 어업지도선이 방송할 정도라니 할 말이 없다. 영해 주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관계당국의 대책은 늘 똑같다. 중국과 협력해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관계기관 회의 이후에도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계속됐다. 서해는 물론이고 제주도 인근 해상이나 동해상 울릉도 지척에서도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어구
어떤 내재율 /김선재 이제, 헤어질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긴 계 절을 통과했던 열차를 타고 다시 새로운 계절을 지나갈 뿐 그 밖의 사실은 모두 무익한 일 그것이 이별의 내재율? 구구단을 외워볼까? 오래된 리듬을 더듬으며? 헛된 수에 기대볼까? 곧, 목소리를 낮추고 조도를 맞춘 낯빛으로 누군가는 실패한 소망 을 쥐고 누군가는 새로운 소망을 품고 네가 사라진 방향에서 내가 돌아와 누군가를 버리고 간 노트에 적는다? 익명이 될 것? 날아간 새처럼? 바람 없는 숲처럼? 고요해질 것? 달아난 이름을 쫓아? 그리 멀리 가지 말 것? 늙은 이끼처럼? 어제보다 파래질 것? 그리고 맨 마지막까지? 돌아보지 말 것? 뒤돌아보지 않을 것 -계간 〈시와 사람〉 2013년 가을호 이제 안다,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남도 헤어짐도 부단한 변화의 움직임인 것, 공원 끝에 서있는 소크라테스들, 단풍잎 내려놓고 익명이 되는 중이다, 고요한 숲이 되는 중이다, 떨어진 잎들을 그리워하지 말 것, 어제보다 고독해질 것, 겨울을 견딜 것,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중이다, 저녁 어스름 속, 어둠이 밝히는 빛의 뒷면을 보기위해, 밤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진정한 나를 만나 함께 돌아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이다. 모처럼 부모·형제, 친지들을 만나 덕담을 주고받으며 회포를 풀기도 하고 못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다시 만날 기약을 하는 모습에서 훈훈한 정을 느낀다. 노모는 자식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그동안 장만해놓은 것들을 주섬주섬 차에 실어주고 떠나는 차의 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다. 며칠간의 북새통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벌써 그리움이 차지한다. 그게 사는 맛일까. 나도 한 열흘 동안 정신없이 살았다. 섣달 하순이 생일인 남편을 위해 생일상을 준비하여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 초대해서 밤이 늦도록 놀았다. 1년 중 우리 집에서는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하다. 곧이어 가족, 친지를 위해 선물 준비하고 차례상 차리고 어른들 찾아뵙고 세배 올리는 등 정신없이 지냈다. 친정이 가까운 관계로 나흘째 친정 나들이다. 형제가 많다 보니 동기간이 올 때마다 호출이다. 슬쩍 꽁무니 빼고 싶어도 모처럼 친정에 온 형제들 생각해서 달려가다 보니 도대체 내 자유시간이 없다.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혼자 구시렁거리고 있던 참에 홈 쇼핑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방송 사상 최저가라며 이런저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500만년이라고 할 때, 그것을 1개월로 줄여서 시대별로 계산하면, 인류가 유목민으로 살아온 제일 긴 기간은, 29일 22시간에 해당하고, 근대 산업사회의 생활은 1분 30초에 해당하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전자정보시대는 불과 12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장 짧은 12초의 순간에 불과한 전자정보시대는 인류역사상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오늘날 발달한 고도의 정보 통신기술은 인류에게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해방시켜 놓아,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조성하는 경험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주로 이 시대의 주류미디어를 사용하는 세대를 ‘신인류’로 표현한다. 그것은 삶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뒤바꿔 생활혁명을 이루어 놓은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의 미디어 전문가 데이비드 와인버거(David Weinberger)는 오늘의 지식과 정보는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로 접속하여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고, 검색하며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
2003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6차 세계보건기구(WHO)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담배규제 협약이 채택됐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오는 2020년엔 1천만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되자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나선 지 5년만에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주요 내용은, ‘5년 안에 협약 가입국에서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 후원 전면 금지’ ‘담뱃갑의 최소 30% 면적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을 싣는 등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 ‘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의 접근 금지’ 등등 다섯가지였다. 그러나 초기에 실천하는 나라는 얼마 없었다. 특히 ‘경고그림’을 싣는 나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를 비롯 2002년 도입한 브라질, 싱가포르(2004년 도입) 태국(2006년 도입) 등 극소수에 불과 했다. 세계 최대 담배생산국인 미국조차 2012년에 가서야 ‘끔찍’하고 ‘직설적’인 새로운 경고표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참여율은 저조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담배 포장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따라서 미국인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이며, 이로 인한 연
최근 대형마트의 눈속임 내지는 얄팍한 장삿속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한 나이키 운동화가 가짜(짝퉁)인 것으로 확인되었는데도 해당 제품에 대한 환불을 거부했다고 한다. 해당 소비자가 특허청에 확인을 요청해 받은 진품이 아니라는 최종 감정결과까지 제시했음에도 가짜 상품의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지 않고 납품업자에게 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고 하니 참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가하면 요즘 대형마트에서 반값할인 또는 대용량포장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사례를 확인해보니, 오히려 낱개로 사는 것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예를 들어 900㎖ 식용유 한 개를 사면 덤으로 하나를 더 주는 1+1 행사가격이 1만1천200원인데 원래 이 식용유 한개는 5천450원에 팔리던 것이라 한다. 결과적으로 행사를 미끼로 300원 더 비싸게 팔았던 것이다. 평소 아니꼽던 친구가 골탕 먹는 것을 보고 고소해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기업의 본질은 누가 뭐래도 이윤추구에 있다. 기업의 목적이 사회공헌에 있다, 일자리창출에 있다고 해도 이윤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기업 활동은 없다. 필자의 요점은 대형마트가 나쁜 것이
미국 서부 개척시대 세무공무원들은 총으로 무장하고 납세자를 만났다고 한다. 납세자들이 걸핏하면 총기로 저항하기 때문이었다. 미국 독립전쟁도 영국의 과세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촉발되었듯이 세금을 거두는 일은 목숨을 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세금 논쟁이 일고 있다.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 하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법인세를 과거 수준으로 올리고 고소득자의 세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두 일면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의 결과가 현실에서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더 부과하면 부자들은 해외로 이주하여 세금을 회피할 수도 있고, 법인에게 더 과세하면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신규투자도 해외로 돌리게 되어 국내 세수와 고용이 오히려 줄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또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가장 큰 세원인 부
한해의 첫날 임을 뜻하는 ‘설’. 언제부터 우리의 명절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에 ‘신라인들이 매년 정월 원단(元旦)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로 짐작할 뿐이다. 고려사에 설날은 상원(上元 대보름)·상사(上巳 3월삼진)·한식(寒食)·단오(端午)·추석(秋夕)·중구(重九 중앙절)·팔관(八關)·동지(冬至)와 함께 9대 명절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식·단오·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로 여겼다. 하지만 그중에 원단 즉 설날을 으뜸으로 쳤다. 새해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날을 전후해 관리들에게 7일간의 휴가를 주었고 신하들은 왕에게 신년을 축하하는 예를 올렸으며 왕은 신하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도 있다. 상서로운 날인 만큼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원신(元新)·원조(元朝)·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등 부르는 이름도 매우 많았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세시풍속도 다양했다. 고려시대 정초엔 패수(浿水)에서 물과 돌을 서로 끼얹고 던지고 소리지르며 놀았다는 기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강영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어느 먼 산에 어스름이 가라앉는 걸 바라보는데 이윽고 그 산이 어둠에 완전히 잠길 때 생기는 침전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인데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물 위에 뜬 검은 쌀 서너 알갱이가 산 위를 고즈넉이 날아가는 까마귀 날갯짓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목련 꽃잎 같은 쌀뜨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목련꽃 한 그루가 저녁 어스름에 서서히 물들어 가는 거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데 그대여 그대는 나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나는 그대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침전물에 대해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인데 그대에게 침전되어 가는 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인데 -〈시와 사람〉 2014년 겨울호 이 시는 읽을수록 아리송하면서도 매력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시로 읽어본다.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집중해서 바라보는 관(觀)의 명상법이 보인다. 대단히 깊은 경지가 느껴진다. 솟아오른 감정이 가라앉는 동안, 눈앞에 어른거리던 세계가 어스름에 잠기는 걸 지켜본다. 이윽고 혼탁한 풍경이 사라질 때, 가라앉는 감정을 바라보고, 남은 부스러기마저 비운다. 목련꽃잎처럼 깨끗해진 마음을 보면서, 서서히 고요와 내가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