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복이 지났다. 폭우와 염천(炎天)이 교대로 세상을 때리고 있다. 이 와중에 김건희 씨 논문 표절 문제가 사람들의 분노지수를 치솟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월 1일 국민대가 발표를 했다. 그녀의 2007년 학위 논문을 포함한 모두 4편의 논문에 대하여 표절이 아니거나 검증불가라고. 수여된 박사학위에도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다. 과연 그런가? 2018년 7월 17일 대한민국 교육부는 훈령을 공표했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란 제목이다. 이 훈령의 제 3장 제 12조는 표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린다.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 국민대는 박사학위 논문심사 청구 자격으로, 전문학술지 및 학술대회 발표 논문 3편의 사전 게재를 요구한다. 김건희 씨가 이 같은 요건 구비를 위해 발표한 3편의 논문 모두가 심각한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글 '유지'를 엉터리 영어인 'Yuji'라고 번역해서 제목으로 올린 논문을 보자. 본문의 5단락, 각주 3개가 특정 신문 기사와 토씨까지 동일하다. 그런데도 일체의 인용
이재용 삼성부회장은 원죄를 안고 산다. 그는 단돈 16억을 증여세로 내고 삼성그룹 지배권을 손아귀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보유지분은 단 한 주도 줄지 않았으며 이재용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모든 것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무세승계 의지와 비서실의 무세승계 전략에 따라 계열사들이 헐값발행 등 배임행위를 마다지 않고 움직여준 덕분이었다. 무세 경영권 승계는 평생 안고가야 하는 이재용의 원죄다. 오래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 말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지배지분을 이재용에게 헐값에 전환사채형식으로 신규발행해준 후 1999년에는 에버랜드에 삼성생명의 지배지분을 몰아준다. 이로써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지배구조가 완성돼 이재용이 그룹경영권을 통째로 획득한다. 그 후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에,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으로 흡수 합병되는 약간의 변화가 뒤따랐지만 이는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원죄의 후과는 끈질기다. 달랑 증여세 16억을 내고 삼성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넘겨받은 결과는 누구의 눈에도 정의롭지 못하다. 오직 이재용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 기회균등이 있을 수 없다. 경영권 무세
폭우 속에 ‘퇴근한’ 대통령이 집에서 전화로 지시했다. 총리는 ‘자택은 지하벙커 수준’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계신 곳이 상황실’이라며 시민들 마음을 춥게 했다. 한심(寒心)하다. 일반명사 정위치는 군대 경찰 등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용어이기도 할 것이다. 언론엔 현장이 정위치다. 70년대 얘기, 국회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목격한 정치부기자는 “빨리 사회부기자 보내라.” 전화했다. ‘얼빠진 기자’의 표본으로 언론계에 회자된다. 기자는 정위치인 현장을 향해 제 정신, 얼을 한 순간도 닫으면 안 된다. 허허, ‘따붙이기’나 전화질이 요즘 취재라고? 거의 전 분야에서 현장은 ‘철학’이고 때로 전쟁터다. 얼빠진 인간은 일 망치지 말고 손 놓으면 된다. 정위치, ‘바른(正) 위치’이자, ‘정해진(定) 위치’다. 재앙 때 ‘지도자가 어디에 있는가?’는 상징이자 신호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코미디언 출신 어설픈 정치인이 전 국민이 의지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힘’이 됐다. 정위치다. 우중충한 얘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前) 시장 시절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로 전국이 비상이고 시청직원들도 비상근무 중, ‘시장님’은 한정식집 저녁 먹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대학교 총장을 마친 직후인 2007년 ‘가슴으로 생각하라’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이 책에서 정 전 총장은 “상대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가슴을 열어 보일 때 진실한 대화가 가능하고, 상대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넉넉한 가슴으로 상대를 대할 때 비로소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어요. “어려운 때일수록 가슴으로 생각하고, 힘든 일일수록 가슴으로 승부해야 한다”고도 말하지요. 단순한 상식의 잣대로 보면 “가슴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형편없는 궤변이에요. ‘생각’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과학이거든요. 그런데 “가슴을 움직여야 성공한다”는 말은 지혜로운 조언인 게 맞아요. 연애든 사업이든 상대방의 가슴, 그러니까 마음을 움직여야 성공하는 법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가슴으로 말하라’는 충고는 가슴을 움직이려면 생각 자체를 머리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의역이 가능할 것 같군요. 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고 위기에 몰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회견 형식으로 마구 쏘아댄 포탄으로 인해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與圈) 전체에 포연이 자욱하네요. 여의도식 정치 문법을 깡그리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반지하 주민들이 참변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반지하 주택에 대한 대책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날마다 발표되는 “지하·반지하 공간을 주택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거나 “임대주택 보급으로 향후 20년 동안 개선하겠다”는 등 즉효성 없는 격화소양(隔靴搔癢)식 정책들을 들으며 영세 서민들은 속이 터진다. 장기적인 대책과 함께 당장 20만 가구의 열악하고 위험한 주거환경 개선책부터 먼저 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향후 20년 동안 공공임대 재건축으로 23만 호를 확보해 반지하 가구에 제공하고, 반지하 가구가 지상으로 이주할 때 2년간 월 20만 원씩 지원해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6일 ‘국민 주거 안정실현방안’을 통해 “반지하 등 모든 비정상 거처에 대해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연내에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국토부가 뒤늦게 반지하 주택 주거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기본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원 장관은 “모든 주택에 대한 지자체 수요 조사 통해서 출입문이 양방향으로 열릴 수 있도록 조치하고, 방범창을 안에서도 뜯을
우리는 단순히 모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와 정신적 유대에 의해 하나로 굳게 이어져 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든 그 내부에는 뭔가 매우 선한 것, 박애적인 것이 잠재되어 있지만, 동시에 또 뭔가 매우 악한 것, 악의에 가득 찬 것이 있어서,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어느 한쪽이 얼굴을 내밀기도 하고, 또 다른 쪽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옳은 말이다.! 나는 나 자신도 때로는 마음으로부터의 동정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매우 냉담하게, 또 경우에 따라서는 증오심이나 상대방의 불행을 즐기는 기분으로 바라볼 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분명히 우리에게 두 개의 다른, 아니 완전히 대조적인 인식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하나는 고립과 분열, 소외의 원리에 의한 인식 방법으로, 그 경우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있어서 완전한 타인, 나와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이때 우리는 그들에 대한 냉담, 질투, 증오, 악의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는 의식에 의한 인식 방법이다. 이 방법에 의하면, 모든 존재가 우리의…
누구나 알고 있으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의 치부가 폭우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반지하에서 각각 살던 장애인 가족 3명과 50대 기초수급자 여성이 불어난 비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원흉은 집중호우지만 실은 반지하다. 그들이 반지하가 아닌 지상 1층에만 살았더라도 물난리로 어이없이 죽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외신은 한국의 반지하에 방점을 찍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중요한 배경인 반지하가 이번 폭우로 맨얼굴을 드러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런 비정상적 주거 형태는 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의 반지하(지하 포함) 주택은 32만7320가구(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로 대략 62만여 명이 반지하에 살고 있다는 통계도 덧붙여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정 구두를 신고 반지하를 내려다보았고, 오세훈 서울 시장은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인재(人災) 속에서, 정치지도자들의 영혼 없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비로소 얼굴이 드러난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얼굴이 과연 있기는 있는 걸까? 지난 80년대 뿌리깊은나무의 한창기 선생은 민중자서전 시리즈를 통해 얼굴 없고,…
폭우 속 반지하 일가족 3명 사망. BBC는 “기생충 반지하의 진짜 비극”을 집중 조명했다. G5 국가를 꿈꾸던 대한민국이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국민들은 넷플릭스 세계 1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부끄러움을 달래는 중이다. 비극이 발생했던 지난 9일, 비상시국에 우리의 대통령은 “공무원 11시 출근”을 지시했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집중폭우 속에서 공무원들은 이미 비상근무체제에 들어섰고, 직장인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출근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 안 하나” “폭우 피해 있었나?”라고 해 국민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정치 효능감 ‘제로’ 상태다. 공자는 정치를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라고 했다. “먹을 것이 충분하고, 병사가 충분하고,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 정치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덧붙였다. 현대의 상황에 맞춰 해석하면 정치란 경제,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과의 신뢰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경제와 안보는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신뢰는 20%대다. 재해재난 속에서 보여준 대통령과
바라보는데 바라보지 않는다 쪼그려 앉은 시선의 끝에 이슬 같은 허공이 한 방울 매달려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LNG 시장으로 확산되며 올 겨울을 앞둔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 수입되는 평균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1일 JKM 가격은 MMBtu(열량 단위, 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9%나 올라 50.62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 3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의 70% 수준이지만 연중 이맘때 기준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세계 최대 LNG 구매국 중 하나인 일본이 겨울용 비축량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비축분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파이프 라인 공급이 대폭 축소된 유럽 국가들의 현물 시장 구매 경쟁에 아시아 국가들이 가세하면서 LNG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기준 한국가스공사의 LNG 비축량은 총저장용량(557만t)의 25%(137만t)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겨울철 수요량(최고 기준)의 10일 분량에도 못미치는 것이어서 에너지 수급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