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이은 고임금까지 ‘4고(高) 복합위기’에 무역수지까지 비상이다. 올 들어 6월까지 상반기 무역수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10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5월까지 10~20%대 증가세를 보인 수출도 지난달엔 5.4%대에 그쳤다. 무역수지는 4~6월 연속 적자다. 3개월 이상 무역적자는 14년 만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28년 만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다. 5월(10억9900만 달러)과 6월(12억1400만 달러) 연속 적자다. 199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기록들이 속출하고 있다. 만성적자인 일본에 이어 대중국 무역마저 적자구조가 고착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중국 무역은 지난해 242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발생해 홍콩(352억달러), 베트남(328억 달러)에 이어 세번째로 많고 수출 비중은 25%에 이른다. 그런데 올해 들어 대중국 무역수지는 1월(2억달러), 2월(26억4000달러), 3월 (30억3000만달러), 4월(6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다가 5월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그동안 산업부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도망치는 것들은 직선으로 달리지 않는다. 토끼는 지그재그로 달리고 사슴은 펄쩍 뛰어 오른다. 맹수의 추적을 따돌리는 방법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본능으로 안다. 사람 역시 다르지 않다. 몸을 숨기려는 사람은 목적지까지 단숨에 가지 않는다.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때도 미행하는 자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버스나 전철이 도착해도 바로 타지 않고 기다렸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올라탄다. 내릴 때는 목적지로부터 두 정거장 전에 내리는데, 역시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린다. 최종 목적지로 향할 때도 곧장 가지 않는다. 큰길을 피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만 골라서 걷는데, 뒤따르는 그림자가 없는지 모서리를 꺾을 때마다 확인한다. 사내 역시 그랬다. 삼십여 년 전, 사내는 시국사건 수배자로 청춘의 한 토막을 보냈다. 그 시절, 사내에게는 지켜야 할 수칙이 있었다. 함께 수배된 청춘들과 약속한 원칙이었다. 원칙 가운데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은신처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은신처는 수배된 청춘 모두의 것이어서, 그곳이 털리면 모두의 안전도 털릴 수밖에 없었다. 털리지 않기 위해서, 사내와 또 다른 청춘들은 멀리 걷고 많이 걷고 오래 걸었다. 명절이나 기념일이 되어도 집에 가지…
7월 4일은 1972년 남북 당국 최초의 합의 7. 4 공동성명이 채택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비공개 방북하여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과 남북조절위원회 구성 운영, 그리고 남북간 통신선 연결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당시 보도 등을 살펴 보면 7·4 공동성명 발표로 엄중한 남북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껏 올라갔던 상황으로 보여 진다. 당시 이후락 중정부장은 만일을 대비해서 청산가리를 소지하고 방북했다고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7.4 공동성명 채택이후 남북관계는 호전되지 못하였다.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남한에서는 유신독재 그리고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헌법 개정으로 김일성 장기 집권체계가 마련되는 등 남북한 정권 유지에 활용된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였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다. 이런 정치적 평가와는 별개로 지난 50년 전에 이루어진 7·4 공동성명을 남북대화와 합의사항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교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남북한 대화 협력은 공작이나 밀실거래가 아닌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사정상 남북간 협상 전 과정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6월 21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탑재된 ‘누리호’는 매끈하고 날씬한 모습이었다. 발사대를 차고 오른 누리호는 탑재한 인공위성을 고도 700km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력 기술로 위성 발사가 가능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우주 강국은 물론 미래 세계의 꿈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위성을 실은 발사체의 발사가 언제든 가능한 만큼 우주 개발에 독립적인 ‘우주 주권’을 확보한 셈이다. 이는 37만 개의 부픔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하게 하는 첨단 기술이 있었고 2010년부터 연 1000여 명과 300여 개 국내 기업 인력과 예산과 투지력과 단합된 가슴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달로 가는 길』이라는 마이클 폴 린스의 책을 읽으면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1961년 소련이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자 위기감을 느낀 케네디가 1960년대가 끝나기 전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1969년 아폴로 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여, 한 세대를 매듭지었다.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낸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 피보호국이 된 조선 “한국은 어떻게 오늘날 생존하게 되었으며 또 한국의 독립은 누구의 덕택입니까?”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질문에 고종(高宗)은 속으로는 불만스러웠겠으나“짐(朕)도 그에 대해 능히 잘 알고 있다”고 답한다. 청일전쟁에 이어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하면서 조선에 대한 독점적인 영향력을 분명히 한 일본에게 고종이 달리 뭐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어 이토는 고종에게 내궁(內宮)에 보관된 모든 외교문서의 원본제시를 요구했고 내궁의 무녀(巫女)들을 내쫓을 것이며 일본 관헌인 고문(顧問)경찰이 왕궁경비를 맡는다고 통지했다. 이와 함께 “폐하가 대소사를 불문하고 모든 정사에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보호권’이라는 이름 아래 국권이 1910년 병합(倂合) 이전에 이미 일본에게 거의 대부분 넘어가는 한일협약(을사늑약)이 1905년에 이뤄지면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 전문(前文)은 이렇게 되어 있다. “일본국 정부 및 한국 정부는 양 제국을 결합하는 데 이해가 같음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한국의 부강지실(富强之實)을 인정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아래 조관(條款)을 약정한다.” 조건부로 되어 있지만 그걸 일본이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삼은 대목도 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조리 때 발생하는 매캐한 연기와 청소할 때 사용하는 독한 세정제 증기를 들이마시며 일을 해야 한다. 인력도 부족해 이른 바 ‘만성골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폐암에 걸리고 끝내 숨지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게 “급식 노동자가 업무에 시달려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 성실이 일했으나 지금 골병에 시달려 죽음 앞에 놓여있다”며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임태희 교육감 출근을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배치기준 테스크 포스 정상화 ▲대체인력제도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등이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27일에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주최 ‘경기도내 학교급식실 집단 산업재해 고발 기자회견’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렸다. 당시 광명시 한 중학교의 급식실 노동자가 이렇게 절규했다. “튀김·
예술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나고, 어렴풋했던 것이 선명해지며, 복잡했던 것이 단순해지고, 우연이었던 것이 필연이 되는 것과 같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작용을 말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언제나 모든 것을 단순화한다. (아미엘) 보통 사람은 생각을 사물에 맞추지만, 예술가는 사물을 자신의 생각에 맞춘다. 보통 사람은 자연을 불변하는 것, 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술가는 자연을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 위에 자신의 존재를 새긴다. 예술가에 대해서는, 불복종의 세계도 지극히 순종적이 되어 그의 뜻에 따른다. 그는 흙덩이나 돌멩이에 인간성의 옷을 입히고 그것을 이성의 표현으로 탈바꿈시킨다. (에머슨) 경쟁심으로는 어떤 아름다운 것도 만들 수 없고 오만한 마음으로는 어떤 고귀한 것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존 러스킨) 진정한 학문과 진정한 예술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내면적인 것으로, 학문과 예술의 봉사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희생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수행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외면적인 것으로, 그의 학문과 예술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학문과 예술은 폐와 심장처럼 서로…
밤새 천둥을 동반한 굵은 비가 내렸다. 낮에도 앞을 가려볼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강물이 불어나면서 교통이 통제되었다. 이북지역인 북쪽에도 28일 밤부터 7월 1일까지 개성과 강원도 황해남북도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경보가 있었다. 그리고 평양을 비롯한 일부지역에 위험 수위를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남북이 동시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지만 사전 통지도 없이 황강댐의 방류는 불안한 예감을 넘어 괴씸한 생각마저 든다. 갑작스러운 폭우는 북쪽에서 최악의 재난상황이 된다. 도로와 철길이 파괴되고 농경지가 물에 잠기면서 눈앞에서 다 자란 농작물을 잃게 된다. 2020년에도 곡창지대인 황해도를 비롯한 일부지역이 폭우로 피해를 입었다.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최고지도자가 황해북도 은파군을 방문하면서 식량이 우선 공급되고, 빠른 수해복구를 지시했다. 폭우로 농경지와 도로, 철도만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빗물로 인한 식수 오염으로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생겨나 주민들을 괴롭힌다. 북쪽의 장마는 6월 말부터 길게는 8월 초까지 이어지는데, 폭우가 내리면 좁은 강이 삽시에 불어나고 심하면 강뚝을 넘는다. 수면이 낮은 곳은 물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