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별난 도서관 이야기를 들었다. 책이 아니라 사람을 대출해 주는 도서관이라는데 이름하여 ’살아 있는 도서관(Living Library).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만남을 원하는 이’를 전용 카드로 신청한다. 대개 직업과 성향등을 기록한다. 사서는 고객이 원하는 이를 백방으로 찾아내 도서관에 오게 한다. 대면 시간은 딱 한 시간. 일반 도서관의 ‘기한 내 책 반납’과 같은 규정이 있는데 ‘만난 사람과 싸워서는 안 되며 한쪽이 대화를 원치 않을 시 바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 최다 대출 희망 대상자는 ‘은행강도’였다. 당연지사, 대출을 원하는 이는 일반인이 평소 만나기 힘든 존재들이었다. 레즈비언, 랍비, 유럽연합관리 등이 눈에 띈다. ‘집시’를 만나기 원하는 ‘네오 나치주의자’도 이색적이다. 헝가리에서 집시는 보기 드문 존재가 아닌데? 그가 집시를 만나고 남긴 기록이 마음에 남는다. ‘과거 세상의 모든 집시를 증오했는데 도서관에서 만나 대화해 보고 달라졌다. 지금도 도둑질하는 놈들은 싫지만!’ 헝가리 하면 제일 먼저 집시가 떠오른다. 야생의 냄새가 맡아지는, 인간의 바닥 정서가 밴, 심장을 저미는 애조가 끓는 집시 음악을 미치도록 좋아한다. 헝가리를 집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친다. 슬기로운 사람이나 그런 공부에 대해 얘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어구(語句)다. 우리 속담(俗談)이라고도 하고, 문자 속 좀 든 이는 선비의 속성(屬性)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해다. 속담처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이 말의 전파력과 매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속담이 아니다. 첫 번째 오해다. 또 하나는 공부하는 사람을 뜻하는 우리말 선비를 한자 士(사)로 추측해 ‘하나(一) 들으면 열(十) 안다는 데서 온 말’이라고 푸는 오해다. 개연성(蓋然性)도 있고 멋진 센스의 추리지만, 어원인 갑골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士는 감옥을 지키던 벼슬아치의 도끼 그림이다. 인터넷 페이지의 글. ‘속담에 하나 들으면 열 안다는 말 있잖아요? 한문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나요?’ 어떤 이가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사자성어가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익숙해져서 우리 속담으로 아는 것이다. 들을 문(聞), 귀 이(耳)자가 뜻 짐작을 돕는다. 의미요소다. 소리 담은 門(문 door)은 소리요소다. 신문사(新聞社) 할 때의 聞이다. 한자 구성 중 뜻과 소리의 짜임인 형성(形聲)문자다. 속담도 일(一)과 십(十) 선비론도 오해라면,…
인천, 경기, 서울 수도권 일대에 깡통빌라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세대의 울분이 가득하다. 아파트 값 폭락에 따른 2030세대의 격한 분노와 뒤엉켜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종자돈을 털린 성난 청년의 한숨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하다. 신속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살아가는 게 즐겁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사기범죄 1위인 나라, 서민의 등을 쳐 잇속을 챙기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다.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연실 같은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까봐 두려워진다. 2, 3년 전부터 ‘빌라 왕’ 전세 사기 행각이 알음알음으로 전해졌었다. 행정, 입법, 사법 당국은 두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관심을 갖는 제스처를 취한다. 서민 경제사범 행위는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 데,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이제야 야당 국회의원 일부가 제도개선 법안을 발의했다. 국토부도, 경찰청도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다. 관련 협회도 뒷북을 치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2017년, 2018년부터 일부 언론이 사이렌을 울렸다. 탐사보도가 뒤를 이었다. 행정 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해 일을 키웠다.
정부는 작년 12월 28일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자유, 평화, 번영의 비전을 선포하고, 그 협력원칙으로서 포용, 신뢰, 호혜를 내세웠다. 그리고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 지역 질서 구축,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기후변화·에너지 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 등을 포함한 9대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하였다.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체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형이 중국의 견제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하여 한국형은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의 구현”을 추구한다. 한중의 긴밀한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고려한 국익 우선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지지를 표명하였지만, 구체적 정책 실행과정에서 계속 한국을 유인 또는 압박할 것이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적합한 행동 전략은 무엇인가? 자유무역의 국제규범과 규칙에 근거한 헤징 전략이 최선이다. 예를 들면 국제규범과 규칙에 따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 일본 등과 함께 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F)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 제3의 중립지대에 미
분단된 땅 한반도에 사는 우리 민족은 서럽다. 78년이라는 너무나 긴 세월 동안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지도, 방문할 수도, 서신도 주고 받을 수 없는, 전 세계의 유일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남북당국자 회담 끝에 나온 합의 이후 극소수 인원만이 몇차례 상호방문을 했을 뿐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버려진 채 분단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현재 북한과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돼 있다. 정부의 허락 없이는 서신 교환이나 만남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국가보안법(보안법)이 엄존하는 현 상황에서는 통신-회합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만과 중국도 2008년 ‘3통 조처’로 이산가족이 본토 방문과 서신 교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보안법은 1948년 과거 독립운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제의 치안유지법과 보안법을 그대로 답습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숱한 남용 사례를 남겼다.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이승만 정부 아래서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이승만의 최대 정적 조봉암마저 이 법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는 이른바 진보당 사건으로 체포돼 1심 무죄 선고를 받고도 1958년 2심과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거쳐 죽임을 당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2차…
여행은 삶 속에서 피어난 욕구를 반영한다. 행복(happiness)하고 건강(fitness)하게 잘 살고(well-being) 싶다는 욕구를 반영한 여행, 웰니스 관광(Wellness Tourism)은 2023년에도 트렌드로 예측된다. 웰니스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로, 2000년대 이후 웰빙 트렌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며 등장한 개념이다. 웰니스를 추구하는 여행 웰니스 관광은 온천·명상·요가·건강식·숲·산책 등을 통해 건강한 개인과 삶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둔다.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관광과 달리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은 주로 기본 체력과 회복력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이 생기며 질병과 가까워지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관심사였으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대되고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전 연령층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MZ세대는 건강관리도 자기 계발의 하나로 여기며 꾸준히 지켜보고 관리함으로써 조화로운 삶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3년이 지나도록 지속된 코로나19 시대는 사람들을 위축시켰
새해 윤석열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중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일단 국회 차원에서 공식 시작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1일 회의를 열고 내년 총선 시행을 위한 법정시한인 오는 4월 초까지를 목표로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조해진·전해철·심상정 등 여야 중진급 의원 9명도 지역구도 타파 등을 위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을 제안했다. 특히 김진표 국회의장은 3월까지 새로운 선거제도를 확정하겠다는 일정을 밝히며 연일 정치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일엔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와 의원 다수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침묵 또는 신중론을 펴고 있고, 특히 여권내 핵심축인 ‘친윤(친 윤석열계)’내에서도 이렇다할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어 정치개혁 논의가 또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승자 독식·사표’로 표심이 과하게 왜곡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영‧호남 지역구도와 맞물린 여야간 극단적 정쟁의 뿌리가 되고 있다. 어떤 선거구제가 최선이냐 하는 것은 각 나라마다 또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 영원한 정답은 없다.…
매서운 동장군이 맹위를 계속 떨치니 살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임인년의 마무리, 그리고 계묘년! 검은토끼가 성큼 다가오며 새해의 기운을 밝히려한다. 켜켜이 쌓인 서류를 정리하다보니 지난해 경기도의회에서 일어났던 일들,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경기도와 하남시의 협력을 이끌어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행정사무감사, 도시환경정책,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의원장으로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예산과 씨름했던 일들,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기억을 스치며 넘어간다. 개발제한구역 내 단절토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추진과 관련한 지역 거주민의 재산권 보호,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시설 개선 및 안전한 교육환경 개선방안 마련, 원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한 공영주차장 공간 확보 추진 등 주민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름 땀도 많이 흘렸다. 코로나19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경기도민의 행복을 위해 마른수건이라도 짜서 쓸 수 있도록, 새해 경기도 및 경기도교육청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어려운 시대상황으로 마음은 불편하다. 노후화와 파손정도가 심한 보도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풍산지구 보행환경 개선사업…
잠곡 김육 선생(1580년~1658년)은 조선 최고의 경세개혁가, 대동법의 명재상, 실학의 태두 등으로 일컬어지는 분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고 도탄에 빠진 조선을 다시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런 잠곡 김육 선생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 첫째, 이른 나이에 부친이 사망했다. 잠곡 김육 선생은 14세에, 김 지사는 11세에 부친이 돌아가셨다. 유년기 시절 부친의 사망은 정서적, 경제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둘째, 두 사람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민초의 삶을 직접 체험했다. 잠곡 김육 선생은 부친 사망 후 이곳저곳 거처를 옮기며 성장을 해야 했고, 청년기 때는 잠곡(지금의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4리 지역)에서 직접 움막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10년을 살았다. 김동연 도지사는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성남시의 천막촌에 가족 부양을 하며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고시에 합격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두 사람은 똑같이 25세에 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됐다는 점이다. 1580년생 잠곡 선생은 1605년 사마시에,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