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마다 단체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시기, 여행의 시대는 계속 진행 중이다.
마지막까지 주춤대던 수학여행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한 엔데믹 시대. 국내 대형 여행사가 2019년 이후 3년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에 이어 정부의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 확대, 경기도의 비정규직 노동자 휴가비 지원, 지역 관광공사의 숙박상품 기획전 등 반가운 소식이 쏟아진다. 6월은 ‘여행가는 달’로 각종 혜택이 쏟아지고, 매월 마지막 주말은 ‘여행이 있는 주말’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떠나지 않으면 손해일 듯한 시기, 여행의 시대는 절정으로 달려간다.
억눌렸던 욕구를 해소해주며 흥청망청 쓰기 좋은 시대,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진 이 시대에 팬데믹 시대를 잠시 떠올려 보자. 사람 없이 흐드러지던 벚꽃 명소와 봉쇄된 이후 더없이 맑아졌던 수로를. 여행자가 관광지를 점령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던 지역들은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묶인 팬데믹 시대는 지구의 회복기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영원히 묶여 있을 수 없고, 지구는 더이상 훼손될 수 없다.
위기를 겪지 않고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늘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머물렀던 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여행으로 자유를 누리고 휴식을 취하되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자.
가능한 한 성수기와 집중되는 여행지는 피하기. 정당한 소비로 지역의 발전을 돕기. 쓰레기는 지정된 곳에 버리기. 일회용품 사용과 환경 파괴적인 행동을 자제하며, 이를 추구하는 숙소 및 업체를 선택하기. 나쁜 행동 안 하기에 그치지 말고, 눈앞의 쓰레기를 줍는 등 작은 일이라도 실행하기.
더 많이, 더 빨리하는 여행보다 이동을 줄이고 한 장소에 집중하며, 지역 음식을 먹고 작은 가게를 방문해 지역주민과 대화하는 여행은 여행자 스스로 여행지를 더 좋게 만드는 길이다. 작게는 여행지에 국한되지만 이런 움직임이 늘어나면 전 지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보다 걸을 때 더 많은 것들이 보이듯 여행 자체가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 여행자 역시 여행의 행복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나 자신의 여행을 더 깊고 풍성하게 즐기는 길인 동시에 여행지와 자연과 인간사회를 보호하는 길이다. 나아가 내 자식과 후세대까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 의미 있는 일이다.
여행의 시대, 지속 가능한 여행을 통해 내 삶과 타인의 삶을, 나아가 사회와 자연과 지구를 위해 조금만 신경 써 보자. 거창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작은 행동과 선택만으로도 세상은 움직이기 시작한다./자연형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