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스마트폰에 집중하여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길을 걷는 사람들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어 스마트폰 좀비 또는 ‘스몸비’라고 한다. 길 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는 것에 대한 위험성은 많은 실험과 통계를 통해 입증되었다. 한 실험에서 스마트폰 미사용 시 차량과 11.9m가량 떨어진 곳에서 차량 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 시에는 그 거리가 7.7m ~ 4.7m로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관련 교통사고는 2009년 437건에서 2015년에는 1360건으로 3.1배 증가하였다. 해외 곳곳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 여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청과 각 지자체에서는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바닥신호등’을 설치, 보도블럭에 LED등을 설치하여 보행자 신호등 작동 패턴과 동일하게 신호 현출 상태를 표시하여 보행자의 무의식적인 무단횡단을 예방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청소년 스마트폰 중
영국의 평론가겸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목적이 없는 사람은 키 없는 배와 같고 한낱 떠돌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목적은 일종의 나침반이고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목적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목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목적이 흐려지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목적 없는 산만함’이라 한다. 고민은 많이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상실한 우리 시대의 역설과 잇닿아 있다.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당장은 늦더라도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링컨은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데 45분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라는 말로 이해된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빨리 나무를 베지 뭐하는 거냐며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통제된 포기를 통해 원하는 목표점에 먼저 도달할 수 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박 영 하 그대 눈에 비친 나의 삶이 안타까워 보여서 잠시 달래 주려는 마음으로 나를 기억하지는 마십시오 애절한 눈으로 잠 못 이루는 연민이 나를 감싸지는 못하니까요 오늘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언젠가는 거두어 가니까요 그림자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고 돌아서 가노라면 자꾸만 엷어지는 내 마음 나를 기억하지 마십시오. 박영하 1955년 서울 출생, 한국시인협회 이사, 여성문학인회 이사. 월간 ‘순수문학’ 편집주간
불 문 영 하 뼈 없는 몸이 납작 엎드린 채 온돌의 입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홀린 듯 홀린 듯 내장 깊숙이 흘러 들어가는, 어둠을 먹고 냉기를 밀어내는 낼름낼름 혓바닥 같은 불이여, 불이여 샤먼의 주문인가 시뻘건 불이 해탈한다 어두운 골목길 고래*를 벗어나 벌떡 일어서는 불이 굴뚝으로 올라가더니 초혼의 흰 옷자락인 듯 나부끼며 뜨거운 몸을 해체한다 불이 자신을 사르며 지나간 길 위에 누천년에 이르는 생의 내력이 피었다 지곤 한다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 문영하 1951년 경남 남해 출생. 서울시 초등교사로 32년간 근무, 명예퇴임. 201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계간 ‘미네르바’시예술아카데미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 ‘청동거울’이 있음.
비상식량 서대선 백련꽃 세 송이 사들고 꽃집을 나섰네 앞에서 걸어오시던 할머니 한 분 두 손 모아 합장하곤 공손히 절을 하시네 부처를 보신 할머니 두 손에서 돋아난 백련꽃 이파리 마다 천수관음의 손이 신호등 앞에 서있는 백팔번뇌 주머니에 연밥 한 알씩 넣어주시네 서대선 1949년 경북 달성 출생.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 작. 2013년 『시와 시학』신인상. 2014년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2019년 시 평론집 『히말라야를 넘는 밤 새들』. 2019년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한국 예술 평론가협의회상(문학 부문),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조선시대 화가를 손꼽으라 하면 안견, 정선, 김홍도, 장승업을 거론한다. 그 가운데 김홍도를 빼고는 조선회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보물 527호로 지정된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담겨있는 ‘씨름’은 필자가 가장 감명깊게 본 풍속화다. 옛날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를 통해 모내기를 막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 전체적으로 놀이를 즐겼다. 보통 남정네는 씨름, 여인네는 그네타기를 즐겼다. 여기서 김홍도의 풍속도 ‘씨름’을 들여다보자. 씨름꾼 두 사람이 가운데에 자리하고 관중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구경한다. 들배지기라는 기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드는 사람과 들리는 사람의 표정이 압권이다. 들리는 사람은 눈이 동그래지며 양 미간사이에 깊은 주름이 위 아래로 깊게 패인다. 당황한 기색도 역력하다. 들배지기를 하는 사람은 팔 근육이 힘을 내듯 주름잡고, 입을 앙다문다. 불룩 튀어나온 광대뼈와 각진 턱은 승부를 내고자하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앗차!”하며 들린 이의 당황한 눈빛은 처절하다 시피하고, 드는 이의 승부사적 기질이 담긴 굳은 입. 붓으로 표현한 생생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장대비 단상斷想 박 수 중 오래전 첫사랑과의 이별같이 찾아온 장대비를 흠뻑 맞으며 일순一瞬 떠오른 생각은 우주의 심연속으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64000개 점으로 이루어진 별들 속에 한개 푸른 점. 그 속에 76억 생각이 살고 있고 그 생각속에서 생명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느니 의미의 있고 없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대체 우주속 먼지의 먼지, 그 먼지의 10대손孫 먼지만도 못한 내 그리움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박수중 1944년 황해 연백 출신.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네르바>로 등단. 한국문학인상. 시집 '클라우드 방식으로' '박제' '크레바스' '볼레로' '꿈을 자르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1천만 명 시대, 봉쇄조치를 완화한 국가들에서 재유행이 나타나는 등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방역에 대한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 과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방역지침에 잘 따르고 있는지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외국인 숙소를 방문했다. 외국인 남녀 20여 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에서 공동물품을 사용하며 숙식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 있다는 인식 탓인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방역물품 지원이나 예방수칙 홍보물도 없었다. 그동안 정부에서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를 거듭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밀집장소는 무방비 상태였다. 그저 자신의 본국에 비해 안전하다는 K-방역만 믿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인원수를 감안한다면 이 외국인 숙소는 소모임에 준하는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함에도 누구하나 그러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또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10만 명, 그 중 불법체류 외국인은 44만 명으로 약 21%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확진 판명되어 치료받고 있다는 소식 또한 듣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 주변 음지에는 외국인이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의미가
얼마 전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처음으로 초등학교 학생회장선거에 참여 한다며 “엄마! 나 누구를 학생회장으로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 기호 1번 형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장 골대에 그물을 새로 설치해 준다고 해서 좋고, 기호 2번 누나는 운동장에 새로운 놀이기구를 설치해 준다고 해서 좋단 말이지”라고 하였다. 첫째 아이는 선거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을 느끼며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어디에 행사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유권자가 될 아이에게 선거는 무엇이고 올바른 유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올해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만18세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줬다. 비록,만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에 대한 많은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나는 이번에 처음 선거에 참여한 새내기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꼼꼼히 비교하며 투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향후 실시하는 공직선거에서도 선거권이 있는 많은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선거환경 변화에 맞춰 선거관리위원회나
소 김송포 소의 눈은 닫혀 있고 귀가 바깥을 향해 열려있고 입은 할 말이 있다 는 듯 포효의 자세로 꿈틀거린다 큰 눈으로 그려졌던 당신은 가까이 있어도 부를 수 없고 볼 수 없었다 말이 없는 것은 천성이라 했으나 혈육을 멀리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가로막고 있는 경계와 경계가 멀기만 하다 피로 맺어진 눈은 사잇길이다 눈동자를 대신해 꽃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 돌아가시자 바닥에 누워 저항하며 뿔을 휘젓던 간절함은 어데 가고 혈의 눈이 꽃가루에 휘날린다 김송포 1960년 전주에서 출생하였다. 2012년 ‘포항소재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 『시문학』에 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14년차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