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정직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인용 판결이 나왔다. 검찰, 자본권력, 극우정당, 보수언론 등으로 구성된 과두 기득권동맹은 개혁 시도의 예봉을 꺾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오산이다. 검찰개혁을 향한 발걸음은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걸음 물러서서 보자면, 윤석열이란 개인은 이른바 《신성가족(神聖家族)》이라 불리는 사법기득권의 적폐를 상징하는 존재일 뿐이다. ‘조직에 대한 무한 충성’을 통해 그가 얻은 바가 적지 않았다. 우선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대검찰청 앞에 태극기 부대가 보낸 화환이 쉴 새 없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밝음 뒤에는 어둠이 있는 법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 검찰은 노골적 정치 개입과 검찰권 남용 논란에 끊임없이 휩싸였다. 유례없는 편파수사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면서 구성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였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될 것을 외치는 《신임 검사선서》가 무색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예측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검찰은 반드시 내년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윤석열은 임기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맞서는 기득권의 작은 바리게이트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더 큰 그림을 봐야 할 때가 되었다. 일개 임명직 공직자의 거취보다 훨씬 중요한 목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찰개혁의 성과를 제도적, 법적 차원에서 완성시키는 일이 그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개혁의 대상에 사법부까지를 포함시키는 과제다.
필자는 이 같은 검찰/사법부 개혁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첫째는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다.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지적되어온 검찰 수사권의 박탈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장기적으로 검찰청을 기소를 전담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셋째는 검찰/사법부 생태계의 부패한 먹이사슬인 ‘전관예우 금지법’을 만들고 위반자를 철저히 처벌하는 것이다. 넷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변되는 법관의 판결 전횡을 통제하기 위한 ‘재판 배심원제’의 전면적 채택이다. 마지막으로 (법조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유권자 직접 투표를 통한 ‘고위직 판사/검사 선출 제도’의 도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국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위에서 말한 모든 핵심 과제들이 입법절차를 통해 비로소 뼈와 살을 얻기 때문이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획기적 차원의 검경수사권 조정 및 배심원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런 일을 하라고 유권자들이 민주당에게 국회 174석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광석화의 속도로 법적, 제도적 개혁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한다.
필자가 속해있는 교수지식인 단체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의 슬로건은 ‘검찰 개혁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이다. 검찰개혁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시 바삐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고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생존권을 지키는 과제. 자본권력의 불법과 독주를 억제하는 혁신적 분배구조 개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강력한 노동 관련 입법.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통한 가짜 언론의 통제. 계층 영속화의 도구가 된 현행 교육제도의 혁파. 지역·성별·인종·종교를 포괄하는 모든 구조적 차별의 철폐.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함께 하는 남북화해 실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확실히 꿰자. 그러한 성취와 자신감으로 시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더 높은 산을 넘어가자. 나는 이것이 촛불혁명이 밀어올린 민주공화국의 역사적 요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