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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과 퀴즈

[경찰개혁 민심시리즈 ④]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

 

검찰개혁은 국민주권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경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의 검찰개혁이 방향을 잃었다. 벼랑 끝에 몰린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다 아는 이야기다. 스핑크스는 지나는 이들에게 문제를 내고 풀지 못하면 죽였다. 뭐 이런 살벌한 퀴즈 출제가 다 있나. 그 앞에서 살아난 사람이 없게 되었는데 오이디푸스가 해답을 내놓자 이번에는 스핑크스가 충격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어라? 여직 이걸 맞춘 놈이 없었는데” 하고 기가 탁 막혔을 거다. 상대의 운명을 거머쥘 권세가 그 순간 사라진 것이다. 아침에는 네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이게 뭐지? “사람”, 하고 오이디푸스가 명확하게 말하자 상황이 돌변했다.

 

인간의 운명이 어찌 달라지는지 꿰뚫어본 자에게 스핑크스가 맥을 추지 못했다. 어떤 역사도 처음에는 아장걸음을 걷다가 승승장구하는 날을 지나 어느 날 쇠퇴하면서 다른 시대에게 길을 비켜야 한다. 앙시앙 레짐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역사가 출현하기 마련이다. 운명조차 거부하지 못하는 필연이다.

 

따지고 보면 네 발로 기어 다닐 때 두 발로 걷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 두 발로 세상 좁다고 펄펄 뛰어다닐 때는 늙어 지팡이 짚고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리라 예상하기 어렵다. 미래는 언제나 무지의 영역이다. 저 제일 잘난 줄 알았던 스핑크스에게 조차. 오만은 미련함의 길잡이다.

 

영주 패거리들이 세운 교수대

 

어느 잔혹한 영주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맹세를 시켰다. 진실이면 통과지만 거짓임이 판명 나면 교수대에 세웠다. 그런데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나그네 하나가 걸려들었다. 그러자 이 남자는 “나는 교수대에 매달리기 위해 다리를 건너오.” 했다. 영주의 부하들이 뭔 말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만다. 사나이는 영주 앞에 끌려갔다.

 

그 말이 진실대로라면 교수대로 끌려가 처형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면 그 말이 진실이 되니 살려 보내야 한다. 아니라면 거짓이니 교수대에 올려세워야 한다. 이리되면 그 말이 진짜가 되어 살려보내야 한다. 으이크, 이건 끝없는 도돌이표다. 영주는 자신의 명령을 거둘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약한 권력이 쳐놓은 덫이 얼마나 무지몽매한지 폭로 당하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맹세의 진위 판정은 영주와 그 부하들이 가진 권력이었다. 이들이 아니라면 아니고 기라면 기였다. 수틀리면 교수대로, 아니면 무사통과다. 이건 부당하오, 해봤자다. 법이 그렇다는데 어찌 하리오? <동키호테>에 나오는 이야기다.

 

검찰과 사자가죽을 쓴 당나귀

 

기소권 수사권 죄다 가지고 있는 검찰이 바로 이 영주 패거리들이다. 악을 선이라 하고 선을 악으로 몰아부쳐도 사람들은 꼼짝못한다. 다리 옆에 교수대가 세워져 있으니 두렵고 자칫 죽을 판이다. 이들과 친하던지 뇌물을 바치던지 남들 죽는데 찍 소리 말던지 눈 곱게 내려깔고 다리를 조용조용 즈려밟고 건너야 목숨 건사한다. 아차 하면, 순식간에 사냥감이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영주 패거리들 마음대로 이럴 수 있을까? 스핑크스의 퀴즈를 이 영주 패거리들은 풀었을까?

 

수명이 다한 역사는 사자가죽을 뒤집어 쓰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어리석은 당나귀를 닮았다. 길 가다 사자가죽을 발견하고 얼씨구나 변장하고 다니면서 꽤나 쎈 체 했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 그 정체가 드러나자 사자행세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이들이 퍽이나 가만히 있겠다. 이 당나귀를 음...어찌 했을까? 사자도 껍데기채 가죽을 벗기는 존재가 따로 있다. 당나귀는 그걸 몰랐다.

 

아, 바람이 불고 있다, 들불처럼. 다리를 태우고 있구나, 활활. 우린 이 다리 앞에서 거들먹거린 그 영주의 이름이 뭔지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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