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를 누리던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늙은 사제가 왕 앞에 엎드려 모두를 구해달라고 간청을 올린다. “왕이시여, 직접 자신의 눈으로 이 도시를 돌아보시옵소서. 죽음의 붉은 물결이 몰려오는 것이 보이십니까? 테베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병충해가 휩쓸고 간 농토는 황폐해지고 소들은 병들어 숨을 헐떡이고 있나이다. 여인들은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나고 병마는 집집마다 격렬한 기세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비극에 싸인 테베가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나이다.” 테베의 비극, 역병의 책임 결국 이 모든 사태는 테베에 살인자가 있기 때문이며, 그는 다름 아닌 그 나라 왕이었던 라이우스를 죽인 자라는 신탁이 알려진다. 고대 그리스 희곡작가 소포클레스가 남긴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어머니인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해서 자식을 낳은 비밀이 드러나면서 오이디푸스는 이제 왕이 아니라 들판에서 헤매는 방랑자가 된다. 운명의 화살은 그의 눈마저 앗아간다.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를 풀어낸 지혜자로 떠받들여지고 용기 있는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던 오이디푸스가 마주한 출생에 얽힌 사연은 권력투쟁의 문제였다. 자라나면 왕인…
사람이 사람을 먹는 시대가 있었다. 이윽고 사람을 먹는 습관은 사라졌지만, 동물은 지금도 계속 먹고 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이 무서운 육식의 습관도 멀리할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 보호와 동물 애호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육식이야 말로 대부분 그들이 형벌로서 방지하고 하는 잔악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채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얼마나 해괴한 일인가. 사랑의 실천은 형법상의 책임에 대한 공포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잔학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분노에 사로잡혀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잔학성과 그 살코기를 먹으려는 목적으로 동물을 괴롭히고 죽이는 잔학성 사이에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인가? (류시 말로리) 흡연과 음주와 육식은 가장 저주받아야 할 세 가지 습관이다. 이 무서운 세 가지 습관에서 최대의 불행과 최대의 빈곤이 태어난다. 인간은 이 세 가지 습관에 빠짐과 동시에 동물에 가까워져서, 인간다운 모습과 인간으로서의 가장 큰 행복인 맑은 이성과 선한 마음을 잃게 된다. (힐스) 인간은 동물에 대해 아무런 의무가 없다는 생각 속에는 참으로 무서운 잔인성과 야만성이 도사리고 있다. (쇼펜하우어) 인간이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동물은 인
떨어졌다. 목숨 하나가 또 떨어졌다. 전옥주가 죽었다. 일흔한 살의 나이였다. 이것으로 전옥주는 완전히 죽었다. 완전한 죽음으로 세상에서 지워질 때까지, 전옥주는 수도 없이 여러 번 반복해서 죽었다. 처음 전옥주가 죽은 것은 1980년 5월 광주였다. 전두환이 이끄는 공수부대가 광주 시민의 머리와 목과 가슴에 총구멍을 겨눌 때, 전옥주는 가두방송을 하며 계엄군의 학살에 맞섰다. 그것이 전옥주가 죽어야 할 이유였다.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그것이 죄의 전부였다. 죽어가는 형제자매를 살려달라고 가두방송을 한 죄로 전옥주는 죽어야 했다. 전두환이 이끄는 계엄군은 전옥주를 간첩으로 조작했다. 계엄사가 발표한 ‘모란꽃 간첩단사건’이 그것이었다. 보안대로 끌려간 전옥주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고문을 당하며 처음 죽었다. 보안대 군인들은, 몽둥이로 매타작을 하며 열흘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다. 야구방망이에 맞아 팔이 부러졌고 척추가 내려앉았다. 화장실도 못 가게 해서, 가슴에 총구를 겨눈 체 잔디밭에 신문지를 깔고 용변을 봤다. 성고문도 자행되었다. 전옥주의 옷을 모두…
포털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오는 25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어를 보여준다고 해서 ‘실검’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한 이 서비스는 대중의 관심을 표시하는 척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급상승 검색어를 만들어내서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실검 마케팅’으로 불렸다. 정치에선 ‘총공’을 펼친다고 해서 특정 키워드 올리기 운동이 일기도 했다. 실검 1위는 화제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확신의 징표로 종종 활용됐다. 실검을 폐지한다고 해서 어뷰징 기사가 사라지거나 언론의 포털 종속성이 덜해지는 것도 아닌데 포털 서비스 하나에 왜 관심이 쏠릴까? 포털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사가 알아서 포털에 뉴스를 전송한다. 덕분에 포털은 오로지 뉴스의 배치와 전달만으로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다. 포털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기성 언론 이상의 의제 설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볼만한 뉴스 가치에 맞춰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해야 할 언론이 포털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뉴스, 포털 메인에 걸리는 흥미로운 뉴스를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적응해갔다.…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가짜뉴스는 여론을 왜곡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해치는 독이 된다. 올해는 1991년 5월의 민주화투쟁이 어언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 해 유서대필이라는 희대미문의 가짜뉴스가 12명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매도했었다. 그로 인해 독재정권의 연장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도 접어야 했다. 가짜뉴스가 의제로 거론되면 학자들은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전문가인 시민들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걸 정의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가짜뉴스란 표현은 메타포(metaphor)다. 그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메타포는 직관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묘미가 있다.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이 위축된다는 엄살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우려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언론단체들의 반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는 우주에서 꼴찌다. 저널리즘의 본분을 망각한 상태에서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만끽하면서 정파적 목적으로 허위날조보도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거나, 또는 배상액이
노랑부리백로가 여름을 나고 도요새, 노랑지빠귀 겨울을 난 뒤 저어새 새로이 둥지를 튼 노을과 썰물이 뒤섞이는 봄 갯벌 붉게 검붉게 혹은 금빛으로 물드는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둔 적막을 본다 매화 향기 남은 자리에 벚꽃 분분히 날린 다음 모가지를 떨군 동백꽃 흥건히 잠겨 흘러가는 실개울 수척한 빈 산 노거수 그늘에 들어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을 더듬는다 재 너머 차밭에 연두색 눈엽 오르고 까마득히 사라졌던 기억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아련히 깨어난다 비어 있으나 차 있는 혹은 차고 비고 또 차고 비는 약력 ▶전주 출생. 대산문화재단 재직,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96년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 3'을, 2002년 [시평]에 '수락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너는' 등 ▶저서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등고대신예작가상, 애지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자연의 혜택을 누릴 권리와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기독교는 너무 왜곡되어 있고 주요 가르침이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 그건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이자 형제자매이고 각각의 생명은 신성불가침하다는 가르침이다. 진정한 평등은 신분 제도와 칭호와 특권의 폐지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낳는 최대의 무기인 폭력의 근절을 요구한다. 평등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사회적인 수단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없으며,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만 실현된다. 이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정치적인 수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참된 종교적인 가르침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남들보다 강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므로, 평등 같은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보다 강하고 영리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의 평등한 권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리히텐베르크는 말했다. 왜냐하면 강하고 똑똑한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박해가 무서운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권리의 불평등까지 자아내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나라의 근본인 바, 근본이 깎이면 나라 역시 쇠잔해지는 법이다. 그러니 잘못되어 가는 나라를 바로잡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 현상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생계와 일상을 잃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여행, 문화체육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는 등 급변한 환경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로의 증가가 초래되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백신접종과 개인 예방수칙 준수 이외에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해소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실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홈 트레이닝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운동기구 없이 혹은 운동기구를 활용해 운동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홈 트레이닝 경우 운동전문가의 지도 없이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운동을 할 경우 신체에 무리를 주고 근골격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실내에서 혹은 실외에서 운동의 효율을 높이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한 후 본 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는 순서로 진행하되 본 운동 시에는 근력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장기간 집콕 생활로 체중을 관리하는데 실패하여 다시 운동을 통해 다이어트를 실시할 경우…
1. 쌍둥이 배구선수가 학폭 가해자였다는 폭로로 소란하다. 중학생 때부터 동료 여럿을 때리고 부모를 욕하고 돈을 뜯고 칼로 협박도 했다니 기가 막힌다. 대회 나가 성적만 내면 모든 게 용서되는 작금의 엘리트 학교 체육이 이런 괴물을 빚은 게 아닌가. 어린 학생에게 사회성과 인성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부모와 지도자들도 호되게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걸 관행이란 이름으로 용인하고 어쩌면 조장하기도 했던, 금메달 지상주의 대한민국 전체가 반성할 일이다. 쌍둥이의 악행이 고발된 뒤로 다시 또 다른 선수 두 명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고환을 걷어차인 피해자는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사과는커녕 ‘부랄 터진 놈’이란 모욕을 받았다고 한다. 얼마나 치욕스러웠을까. 학생 때 저지른 잘못과 뉘우치지 않는 모양새는 남녀가 동일했는데, 폭로 이후의 대처는 약간 달랐다. 쌍둥이와 부모, 구단 등 관계자들은 짧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침묵 속에 숨었고(무기한 출전정지라지만, 그 무기한이 ‘언제고 때만 되면’이란 뜻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다른 선수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남은 기간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여론도 조금 다른 듯하다. 쌍둥이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패전국이다. 전세계 특히 동아시아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국가다. 군국주의의 폐해를 누구보다 절실히 경험한 국가다. 이러한 일본의 경험은 몇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일본 헌법 제9조 제1항은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천명한다. 평화헌법이다. 일본 총리는 자위대를 사열할 때 중절모까지 갖춘 턱시도를 말끔히 차려입어 군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다. 그러나 절대로 거수경례는 하지 않는다. 단지 오른손으로 중절모를 벗어 왼쪽 가슴에 댈 뿐이다. 이는 민(民)에 의한 자위대의 통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어느 사회이든 군과 경찰은 모든 폭력을 독점한다. 폭력을 독점한 군과 경찰을 '민'이 통제하면 민주국가 그렇지 않으면 독재국가가 된다. 그런데 군대라는 절대적 폭력을 독점한 군을 민이 무력으로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민은 민주적 정당성을 통해 군을 통제한다. 보통·평등·비밀 투표라는 절차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획득한 민주권력은 이를 기반으로 군을 통제한다. 그리고 쿠데타는 군이 시민의 자발적 복종을 획득한 민주권력의 통제를 거부하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