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통과의례가 있다. ‘수사’다. 전국에서 수많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어진다. 낙선자에게는 선거에 떨어진 마당에 수사까지 받아야 하니 설상가상일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낙선자보다는 당선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치열한 선거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수사의 결과에 따라 정확히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그 승리는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는 당선자를 한순간에 낙선자, 아니 낙선한 전과자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수사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많은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 못지않게 상대 후보의 위법사항을 수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는 한다. 상대가 지켜보고 있으니 후보들은 더더욱 위축되고는 한다. 감시와 위축 그리고 위험은 선거를 극도로 예민한 일련의 과정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한다. 그 결과 후보들은 모든 행위를 일일이 선관위에 물어보고 나서야 실행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다. 사사건건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사사건건 선관위에 질의하다 보니 선관위 역시 사사건건 규칙과 규율을 만들게 되고 만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선거규율은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부자 그리스도인이란 발 없는 경주마라는 말과 같이 모순된 말이다. 세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은 그 사람의 가진 부에 정비례하며, 인간의 내면적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진정 깨달은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존경심에서 재물과 돈을 부끄러워한다. (에머슨) 이번에는 부자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당신들에게 닥쳐 올 비참한 일들을 생각하고 울며 통곡하십시오. 당신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 많은 옷가지들은 좀먹어 버렸습니다. 당신들의 금과 은은 녹이 슬었고 그 녹은 장차 당신들을 고발할 증거가 되며 불과 같이 당신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야고보서 5장) 나는 도처에서 사회복지라는 이름하에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부자들의 음모를 보고 있다. (토머스 무어) 부는 오만과 잔인, 자만으로 인한 난폭, 부패와 타락의 뿌리이다. (퓨지) 차라리 부자의 냉담함이 그들의 동정심만큼 잔인하지 않다. (루소) 부자를 존경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가엾게 여겨야 한다. 부자는 자신의 부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획득은 자본(판돈)의 크기에 달려 있다. 이는 일종의 도박장에서의 카드놀이와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의 모 여기자는 사회자가 한 가지씩 질문만 허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윤 대통령에게 추가 질문을 하였다. 신정부의 내각 구성이 남성 위주임을 지적하고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무엇인가가 질문의 요지였다. 며칠 후 윤 대통령은 신속하게 2명의 장관과 1명의 차관급을 여성으로 지명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고, 야당의 모 정치인은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순발력을 칭송하였다. 문득 얼마 전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검토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체적인 내용과 어울리지 않은 듯한 그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펴보니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미일 3 각 협력의 확대’를 10가지 행동 계획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일 3 각 협력의 주요 과제로서 다음 4가지 과제를 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개발과 인프라 건설, 핵심 기술과 공급망 문제 그리고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등.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문제”가 한미일 협력의 주요 과제라니 무슨 의미인가? 문맥으로 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성 지위 문제를 개선하기…
6·1 지방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7~28일 이틀간 사전투표에 이어 본 투표가 내일 실시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지역구·비례대표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지역구·비례대표 기초의원, 교육감 등 모두 7단계의 지방정부 관련 일꾼을 뽑는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3‧9 대선 이후 3개월여 만에 그리고 새정부 출범 20여일 만에 갖게 돼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선거 고유의 취지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공천이 워낙 촉박하게 진행돼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의 준비 기간이 짧았고, 그만큼 후보 자신들의 면면을 알릴 기회도 적었다. 게다가 지방선거 및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지난 대선 주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며 선거전이 ‘대선 2라운드’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렇다 보니 정책이나 인물 대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선거프레임이 국정안정론 대 견제론이 충돌하는 중앙정치화라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정당대결의 ‘줄투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면 지방자치는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 지역 맞춤형 인물을 잘 골라내야 한다. 이를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꼼꼼한 선택이 중요하다. 대통령…
‘일본 극우’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토야를 떠올린다. 20여 년 전 남인도에서 만난 친구! 나는 시간을 아껴야하는 단기 여행자였고 토야는 돈을 아껴야하는 세계일주 여행자였다. 오토바이는 내가 빌리고, 운전은 그가, 주유비는 반반씩 부담해 고아와 함피를 둘러보자는 제안에 숫기 없는 그는 당황한 듯 망설이다 겨우 말을 꺼냈다. "저는 극우입니다” 혐한(嫌韓)시위를 다닐 정도라는 그에게 "그게 어때서?”라 되물으며 우리는 역사가 아닌 비즈니스로 만난 관계라 했다. 그렇게 계약이 성립되어 고아와 함피를 둘러봤다. 스콜-늦은 오후 소나기가 내리면 짜이 집에 뛰어 들어가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우리는 친해졌다. 그는 어릴 때 이지매를 당했고 와세다 법대에 진학,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거기서 만난 접대부 여성이 그의 첫사랑. 그러나 사랑에 실패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고 몇 번의 자살 시도, 몇 번의 사법시험 실패 끝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이 극우였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그는 데려갈 곳이 있다며 언덕 능선을 한참 달리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오토바이를 세웠다. 모래밭 오두막에서 술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파도소리를 들
인간의 지적 활동은, 종종 진리를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은폐하는 데 이용되곤 한다. 재판의 목적은 현재의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 또한 수준 낮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박해하고 처벌한다. 나는 농부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만큼 많이 배우지 않았으므로. (몽테뉴) 도대체 왜 그 사람은 종교적, 정치적, 학문적으로 그토록 괴상하고 불합리한 입장을 옹호하는 것일까 하고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질 때가 종종 있지만, 잘 살펴보면 그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호신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복잡한 이론으로 설명하려 할 때는, 그 행위가 나쁜 행위라는 것을 믿어도 된다. 양심의 결정은 항상 간단명료하고 솔직하다. 영혼이 구원 얻기 위해 먼저 도덕적인 인격의 자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고, 자유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현실의 발길에 차이는 돌을 우선 치워놓지 않을 수 없다. 목적은 하늘에 있으나 일은 땅에 있다. 땅을 박차지 않고 날아오르는 새는 하나도 없다. 이 의미에서 예수께서 기도를 가르치실 때에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방송대상은 73년부터 그 해의 최고 프로그램에 시상하는 한국방송의 아카데미상이다. 지상파 3사의 연말 방송대상이 자기들만의 위로와 격려잔치를 하는 셀럽들의 송년 프로그램인데 비해 방송대상은 말 그대로 최고의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드라마가 대상을 처음 받은 게 96년 KBS의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 이며 이어 98년에는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이, 오락 프로그램으로는 MBC의 칭찬합시다가 99년 대상을 받았다. 교양 다큐가 아닌 오락 프로그램이 대상을 받는데 물경 23년이 필요했다. 2000년대 들어 드라마의 한류 바람과 웰메이드 사극의 인기로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등이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5년에는 무한도전이 대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 시기에도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대상의 단골 수상자였다. 그러고 보면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아도 좋은 프로그램이란 소리를 듣기 참 어렵다. 많이 보고 재미는 있는데 좋지는 않다는 명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원래 시청자가 그렇게 수준이 낮은 거라면 시청자를 위한다는 말은 지나치게 계몽적인 표현이 된다. 과연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고 계
윤석열정부 출범 3주가 지났다. 윤석열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지난 3월 9일이다. 후보자시절 윤석열씨는 매주 언론사 기자와 만나겠다고 말 한 적이 있다. 당선된 후에도 자주 언론과 만나겠다고 했다. ‘출퇴근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오며 가며 공식,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을 만나기도 쉬워졌다. 다른 건 몰라도, 윤석열 정부의 ‘언론공약’은 100% 이상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윤대통령은 5월 16일 자신의 참모들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계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과 충분히 만나고 대화하면서 적극 소통하라"며 “'낮술'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낮술 권하는’ 혹은 ‘접대와 소통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시중의 민심을 가감 없이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참모들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한 것이지 낮술을 마시라고 권유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담은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일본 지지통신은 5월 13일 “국제 기준에 따른 원전처리수(오염수) 방출, 반대 없는 한국”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대해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은 SNS를 통해 "오염수 방출, 윤석열 반대 안 해…일본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