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한영용씨가 개발한 ‘뿅뿅사’ 모리오카 냉면은 부산 밀면가 가장 유사하다. 그 냉면 하나 가지고, 한적한 지방인 모리오카(盛岡)역 주변을 비롯해 시내 여러 곳에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리오카하면 '냉면'이라는 이미지를 떠오른다는 일본인들도 상당히 많다. 그가 이렇게 냉면을 개발, 보급하게 된 것도 유년 시절 맛본 냉면의 기억 때문에 비롯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故 가와하라 도시오(川原俊夫)사장은 어린 시절 부산 초량시장에서 먹었던 매운 '명란젓' 맛을 잊지 못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식품으로 만들어 일본 최대 명란 식품 회사 '후쿠야'(ふくや)을 만들었다. 이 명란젓 이야기는 연극, 소설, TV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부산 초량시장 유년 시절의 맛을 평생 잊지 못했다. 일본인들도 명란젓이 한국 그것도 부산에서 전래가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있어서 글로컬’(global+local), 다시 말해서 ‘지역성’, ‘현지화’의 조율을 통해 음식을 통해 지역의 ‘문화 코드’로 만들어낸 것이다. 오랜 기억, 집안 행사가 있어 아버지와 고향 큰집을 갈 때면 용산역에서 김천역까지 갔다가 꼭
방송에서 자전거 경주와 자동차 경기를 연이어 시청했다. 먼저 자전거로 50km를 수시간 달리는 경주였다. 유럽의 어느나라 전원마을의 2차선 좁은 도로를 모두 비우고 지역주민들의 응원속에 경주를 펼친다. 시속 30~50km로 달리다보니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장거리를 달리는 선수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략 100명이 넘어보이는 선수중에서 우리 선수를 찾아서 물을 전하는 일이 쉽지 않겠다. 그리고 틈새로 들어가 촬영을 하고 심판을 보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의 활약상도 멋지다. 장거리 코스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대회 주최측의 사전준비에도 큰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다음으로 자동차 경주는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것이어서 사전 준비는 자전거 경주만큼 어려움은 아니겠지만 큰 비용을 들여서 경기장을 건설했다. 우리나라에도 영암에 자동차경주장이 있는데 투자비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었다. 자동차 경주는 달리는 차와 선수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홈으로 들어와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자신의 팀이 대기한 코스로 들어오면 하나둘셋 신호에 따라 양쪽으로 달려가서 한방에 바퀴를 빼내고 통으로 교체한다. 그 작업시간이 가히 초치
내 고향은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떠내려가는 돌다리 건너, 읍내에서 꼬불꼬불한 논길을 5리 걸어가야 하는 억불산 자락이다. 어릴 적 읍내에 살았던 나는 항상 고향 가는 것이 즐겁고 기대되었다. 대여섯 살 어린이에게 5리길은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지만 나는 흔쾌히 길을 나섰다. 명분은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 첫 번째는 큰집에 가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던 쑥떡 한 덩이와 조청이었다. 큰집에는 쑥떡이 살강에 놓여 있었다. 쑥이 쌀보다 많이 들어간 쑥떡은 거칠어서 씹다보면 껌처럼 되었다. 나는 조청의 달콤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다. 어떤 때는 독 속에서 홍시를 하나 내주실 때도 있었다. 그 큰 홍시를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결코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큰집 즉 고향에 가면 맛볼 수 있는 맛이었다. 두 번째는 큰어머니가 챙겨주시는 소소한 용돈이었다. “오메 내 새끼 왔는가?” 큰어머니는 몸빼 바지 안에 항상 준비해 두었던 용돈을 내 손에 쥐어주셨다. 그때마다 내 머리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고 뿌리쳐야 한다고 배웠건만, 그 용돈을 단 한 번도 뿌리치지 못했다. 나는 그 용돈이 너무나 절실했
문재인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했다. 아마도 최근 여론조사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리얼미터가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4.4%)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6.4%p. 급락한 37.4%로 나타났다. 또, 지난 12월 1~3일에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전화 인터뷰 형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5%)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아마도 개각을 단행한 것 같은데, 민심을 수습한다는 차원에서의 개각은 과거 거의 모든 정권이 민심수습책으로 사용했던 방법이다. 그렇다면 개각을 했으니, 민심이 수습되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 곡선을 탈까? 개인적 판단으로는 이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렇다. 독일에는 “오케스트라는 바뀌어도 음악은 똑같다(Orchestra wechselt, aber die Musik bleibt gleich)"라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Time Magazine)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의 어린이'를 선정했다. 그 주인공은 미국 콜로라도주 더글라스 카운티의 고교생인 기탄잘리 라오(Gitanjali Rao)로, 15세 소녀 과학자다. 5000명이 넘는 8∼16세 후보들을 제치고 선정된 인도계 미국 소녀 라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실생활 관련 앱과 장치들을 개발했다. 2014~2015년 미시간주 플린트에서는 수돗물 납 오염 사건이 발생해 미 전역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당시 10살이었던 그녀는 “이런 문제는 곧 우리세대의 문제로 돌아온다”며 “아무도 하지 않으면 내가 (연구 개발) 할거야”라고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2년 뒤 탄소나노튜브 센서를 이용해 싸고 간편하게 수돗물에서 납을 검출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유명해졌다. 소녀 라오의 능력은 더욱 주목되는 곳으로 발휘됐다. ‘카인들리(kindly)’라는 앱을 개발했는데,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 괴롭힘 조짐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청소년이 단어나 문구를 입력하면 해당 단어와 문구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주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사이버
드럼을 처음 연습할 때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종로 5가에 위치한 합주실로 연습을 하러 나갔다. 당시에는 드럼 스틱 이외에는 다른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가방 안에 오선지와 메트로놈 그리고 드럼 스틱만 단출하게 넣어 다녔다. 약속된 합주실 이용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로비에 앉아 드럼 스틱을 꺼내 두드리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지나가던 메탈 향기를 진하게 풍기는 긴 머리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처음 드럼 연습할 때는 이 정도로 두껍고 무거운 스틱으로 연습해야 해.” 라고 이야기하며 엄지와 검지의 끝을 맞대어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낙원상가로 달려가 드럼 관련 악기사들을 뒤져, 가장 굵고 튼튼해 보이는 녀석을 사서 두드리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그 긴 머리 남자의 말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운동선수들을 연상하며, 훈련 혹은 단련의 일환 정도로 이해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면 근력 역시 붙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기본적인 스트로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5백 원 정도의 두께를 지닌 그 드럼 스틱을 내가 제대로 컨트롤할 리 없었다. 손은 손대로 여기저기 물집이 잡히고
수도권에서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변화하였다. 아무래도 2020년은 코로나 19와 함께 마무리되려나 보다. 한의원 입구의 마스크안내문은 물론이고 몇 달전쯤 한의원에 설치한 안면인식체온계와 자동손소독기는 자연스럽게 한의원의 풍경이 되었다. 한명 한명을 치료할 때마다의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의 알콜소독, 대부분의 1회용화도 마찬가지다. 오셨던 분들을 제외하고 올해 최근에 내원하는 환자분들은 설진(혀에 나타나는 색과 모양등의 징후를 보는 진단법)을 꼭 해야 하거나 코와 입부근을 치료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마스크를 벗지 않기에 얼굴을 잘 모르는 환자들도 꽤 된다. 망문문절로 얼굴의 이목구비를 관찰하기도 하는 한의사인 나에게는 꽤나 이례적인일이다. 이렇게 낯설음이 어느덧 익숙해진다. 종종 미열, 기침, 콧물등의 동반하여 양방병원을 방문하나 코로나 19의 진단여부검사를 위해 며칠을 불안해하다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내원하는 환자들를 종종 마주한다. 치료와 함께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으로 설명되는 감기, 비염, 기관지염에서의 면역과 한약의 효용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효용을 이해한다. 아프리카의 풍토전염병이라도 말할 수 있을정도로 아프리카에서
남양주시 퇴계원면이 2019년 10월에 퇴계원읍으로 승격했다. 인구 29,896명에 이장님이 29명이다. 읍면중에 전국에서 가장 작은 면적으로 생각한다. 여의도면적(2.9㎢)의 1.12배인 3.25㎢다. 서울과 경계하고 있고 사드부지와 교환하여 대기업에 제공된 군부대 토지가 퇴계원읍에 있다. 퇴계원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몇가지 있다. 첫 번째 유래는 도제원이 있었기 때문에 '도제원' 또는 '토원'이라 부르던 것이 변하여, 퇴조원 또는 퇴계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음으로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환궁하던 중, 이곳 냇가에 이르러 삼각산의 세 봉우리를 보자 분이 복받쳐서 다시 풍양궁으로 물러가 있었으므로 '퇴조원'이라 하다가 '퇴계원'으로 변하였다 한다. 내각리에 연안이씨 이조온이라는 이의 아들이 ‘퇴조원’이 아버지 이름과 비슷하여 귀에 거슬리므로 ‘퇴계원’으로 고쳐 부르게 했다는 설명이 읍사무소 홈피에 나온다. 마지막으로, 예종(睿宗)이 선왕 세조(世祖)의 광릉(光陵)에 참배차 행차하는데 교통이 불편하여 길을 새로 만드는데, 냇가를 길로 닦기 위하여 밖으로 물리쳤기 때문에 退溪(퇴계)원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다. 위 세 가지 스토리 중에 태
검찰개혁은 국민주권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경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의 검찰개혁이 방향을 잃었다. 벼랑 끝에 몰린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연일 뉴스는 윤석열, 추미애의 아수라장 같은 이야기뿐이다. 채널마다 선정적인 기사는 물론이고 마치 이종격투기 중계하듯이 흥분된 해설에 추측을 더하니 이제는 뉴스가 아니라 거의 소음공해 수준인데.. 이렇다보니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코로나와 검찰 외에 딱히 기억날게 없지 싶다. 좀비 같은 전염병 코로나는 그래도 방역당국의 지침을 지키면 언젠가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어 극복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는데, 대통령도 안중에 없는 듯이 여기는 작금의 검찰사태를 보노라면 “대한민국에서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검찰이구나”하는 두려움마저 들 정도이다. 오죽하면 며칠 전 추미애 장관조차 “검찰당이라 불릴만치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낀다”고 말할 정도이니.. 이런 공포는 코로나처럼 전염되고 증폭된다. 검찰이 백주대낮에 짜장시켜 먹으며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낼 때부터.
구약 성경을 보면 이브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 잉태하는 고통을 얻게되는데, 실제 우리 여성들은 오늘날까지 임신에서 출산, 육아 교육에 이르기까지 많은 짐을 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정이나 사회에서 유무형의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내년 1월에 출범할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는 사상 최초의 여성흑인 부통령이 탄생하게 돼 벌써부터 4년뒤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기사가 나오고 있고, 세계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도 있는 재무장관에 여성이 발탁되기도 했다. 한국도 이미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세계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여성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 영역에서는 아직 유리천장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이 10여년간의 논의 끝에 기업 임원 3명중 1명 이상을 여성에서 할당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기술주가 등록돼 있는 미국 나스닥이 기업들의 이사진에 여성과 소수자를 1명씩 포함시키도록 했다. 우리도 2022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여성 1명 이상 등기임원을 둬야 한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200대 기업을 보면 여성 등기임원(2.7%)이 미국(28.4%)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였다는 얘기다. 국제컨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