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그 반대 또한 진리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심할 여지없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만약 어떤 일이 선을 배반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짜 선한 일이 아니거나 아직 그 일을 할 시기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은 양심과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불을 켜주고 있다. 폭력으로는 믿음의 불을 켤 수 없다. 폭력과 위협이 가져다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공포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 미망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을 때는 그들을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오히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반발심을 일으켜 그들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파스칼)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일치의 기초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노) 신앙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수단으로 신앙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호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강요하면 오히려 증오를 불러일으키듯
"이 선생님, 청와대와 민주당에 들어가 있는 운동권을 저는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 "어떤 낡은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들 같아요." "글쎄요,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팩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정치권에 들어간 운동권 출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를 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에 있는 운동권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거든요." "김 선생, 나는 정치권 운동권들이 차라리 이데올로기적이었으면 해요." "......" "정치권 운동권들은 대부분 기존 철학을 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시대에 맞는 어떤 새로운 철학을 받아들인 것 같지도 않아요. 상당수는 타락했다고 봐요. 잘못된 정치 문화에 깊이 빠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인지 와 닿지 않는데요." "한편으로는 윤석열 사태가 그들의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으니까요. 싸운 건 시민들이었지요. 중요한 화두인 정의 뿐 아니라 보다 세밀한 고찰이 필요한 공정의 시험대이기도 했는데 그들이 어떤 몸부림을 쳤는지 의문입니다. 이…
명상으로 탈모를 치료한 남자가 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더 된다. 늙어가던 피부가 아이처럼 희고 뽀얗게 변하고 배도 들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 주변에서 일어난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은 전직 언론사 기자였던 60대 중반의 남성.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한 시간 넘는 명상을 십 년 넘게 하면서 생긴 변화란다. 남편의 변화를 보고 신기해하다 명상을 따라 하기 시작한 부인이 고민에 빠졌다. 남편처럼 ‘긴 침묵 가운데 오래 앉아있는 짓을 좀 쑤셔서 못해먹겠다’는 이야기다. 그녀에게 음악명상을 권했다. 명상은 좌선 상태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걷기명상, 차명상, 춤명상도 있다. 음악명상은 10여 년 전의 놀라운 체험 후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는 내 식 명상법이다. 장소는 서울 구로에 소재한 불교대학이었는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음악 명상캠프를 열었었다. 수업은 이론과 체험으로 진행되었는데 첫날부터 ‘한 소식 얻는’ 경험을 했다. 그저 편안히 앉아서 눈을 감고 강사가 틀어주는 음악을 듣는 게 다인 음악명상. 잡념이 올라오면 흘러가게 놔두라는 말까지 들으니 하나도 어려울 게 없었다. 처음 듣는 음악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편안하면
- 사라진 “고가연구” 이 문장을 해석해볼 수 있을까? “去隱春皆理米” 갈 거(去), 숨길 은(隱), 봄 춘(春), 다 개(皆), 다스릴 리(理), 쌀 미(米). 우리 말로 읽으면 “거은춘개리미”? 신라 효소왕때(690년경) 화랑 죽지를 사모해서 그의 제자 득오가 지었다는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의 첫 문장이다. 고려 충렬왕 시기 왕의 스승이라 할 보각국사(普覺國師)였던 승(僧)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남은 기록이다. 고문(古文) 교과서에도 실려 잘 알려진 바다. 1965년에 증보판을 낸 양주동 박사의 <고가연구(古歌硏究)>는 이두식으로 표기된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풀고 있다. “간 봄 그리매.” 갈 거(去)는 뜻으로, 은(隱)은 음으로 춘(春)은 뜻으로 그다음 개리미(皆理米)는 우리말 발음을 한자를 빌어 옮겨 적은 이른바 ‘차자(借字)이다. <삼국유사>도 <삼국유사>지만 양주동의 <고가연구>는 우리말 뿌리 연구의 보물창고다. 살아생전 자칭 국보(國寶)라고 했던 양주동 박사의 그 말은 틀리지 않다. 그의 65년 판 <고가연구>는 1942년에 초판을 냈고 그 당시 제목은 <
북한이 7월부터 영변 핵 시설 내 5MW급 원자로를 재가동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북한은 또 올 2월부터 7월까지 방사화학실험실을 통해 영변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변 원자로에서는 수소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의 원료인 삼중수소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1월 20일)에 맞춰 핵 프로그램이 다시 가동된 것이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정황은 없었다. 2018년 4월(1차 남북 정상)부터 2019년 2월(하노이 북미 정상)까지는 남북·북미 대화가 잇따라 열렸다. 탑다운 방식의 일괄타결 가능성이 고조되던 2018년 말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2개월 뒤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 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다시 영변 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 백악관은 대북 외교와 대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업데이트할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친구들과 체육관에서 복싱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기초 체력 향상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몇 달째 하다 보니 다들 진심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점은 진심을 소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이 장비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운동할 때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보조 기구를 사게 되었다. 그때 구입한 물건 중 하나가 운동 내역을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였다. 스마트 워치는 운동하면서 칼로리를 얼마나 소비했는지, 현재 심박수가 어떤지, 야외에서 운동하면 GPS로 경로를 기록해주는 똑똑한 친구다. 보통 운동을 마치고 오늘은 몇 칼로리를 소비했는지 보면서 뿌듯해했는데 어느 날 한참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헉헉거리던 도중에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의 화면에는 여러 가지 숫자들이 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하트 모양 옆의 숫자가 165를 찍고 있는 게 보였다. 친구들 모두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어서 현재 심박수를 물었더니 친구 A는 심박수가 175, 친구 B는 110대라고 했다. 겉으로는 다들 비슷하게 열심히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는 건 A였다. B는 자신의 심박수에 머쓱해하며 더 열심히 하겠
이성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인생의 법칙을 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배반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그것을 편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그 익숙한 생활을 방해하려는 이성의 목소리를 압살하려고 애쓴다. 사람은 자신의 생활이 양심에 합치되지 않으면 양심이 마비되어 생활에 장단을 맞춘다. 사격을 받고 있는 엄폐물 뒤에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병사들은, 위험한 순간을 더 쉽게 견딜 수 있도록 애써 일거리를 찾는다. 사람들도 때때로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은 명예욕으로, 어떤 사람은 오락으로, 어떤 사람은 법률 문서를 씀으로써, 어떤 사람은 향락으로, 어떤 사람은 정치활동으로 그것을 견디고 있다. 폭풍이 나무를 뽑고 바위를 굴리지만 하루를 못 갑니다. 정말 크고 강한 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맑은 시내입니다. 살진 들을 적셔 천하를 기르는 것도 그것이요, 모든 비, 바람, 구름, 물결을 일으키면서도 자기는 억만 년 노함도 흔들림도 없는 대양의 가슴을 채워주는 것도 그것입니다. 그리고 시내는 억억만만의 물방울이 음악 속에 하나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시내보다도 더 무한히 큰 것은 역사의 흐름이요 그 흐름을 이루는 것은 씨ᄋᆞᆯ입니다
과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약 7년 전의 일인데, 그로부터 요즈음까지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이번 “우산 사태”를 봐도 그렇다. 기자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지만,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든 젊은 공무원의 모습을 보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해의 한계”를 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 같은 일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나 당 대표는 너도나도 스스로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잠시라도 우산을 받쳐 주려고 하면 손을 뿌리치거나, 우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팔에 힘을 주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정말 “애 많이 쓴다”고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외국의 국가 원수들은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우산을 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그냥 비를 맞는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업무가 끝나면,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직장인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더 이상 독일 국민들에게 신선한 모습이 아니다. 독일인들은 그냥 보통사람으로 돌아간 “수상의 일상”이라고 받아들이기
내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네요. 먼저 시작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1차 컷오프를 거쳐서 여섯 명이 이합집산 성향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고, 제1야당 국민의힘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방전 파열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군요.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에도 전쟁 같은 ‘죽기살기식’ 정쟁 추태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지요? 선거가 치러질 적마다 등장하는 최대의 갈등 소재는 역시 ‘경선 룰’ 논쟁이에요. 규칙을 어떻게 정해야 자기에게 유리할까 하는 셈법이 작동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해요. 그래도 축구시합을 앞두고 경기규칙을 정하는 일에 선수들이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일을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눈에 매번 보여주는 이런 드잡이 모습이 편치만은 않네요. 게임의 원칙은 어디나 마찬가지여야 할 텐데, 정치판으로 가면 영락없이 시끌벅적하니 짜증 나는 거죠.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경선의 한 방식으로 시작됐지요.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으로서, 인기 있고 명망 있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