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정치화’는 위정자가 자신의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과도하게 각색해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왜곡 차원을 넘어 정보조작 수준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을 지칭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지배권력에게 도움을 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국가기관이나 국민들의 정보 판단력과 안목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정보수집하고 분석하는 정보기관이나 국가기관의 신뢰를 실추시킴은 물론 ‘정보’의 권위를 떨어뜨려 국민통합을 저해한다. <묵자>는 말했다. 百人百義 千人千義 非人之義 是以厚子有鬪 즉 모두가 자기가 옳다고 하고 남을 비난하면 결국 처절한 싸움으로 이어진다고 수 천 년 전에 설파했다. 그런 점에서 정보는 사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데 있어 등대 같은 역할을 함과 동시에 국민통합적 기능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정보의 정치화’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단적인 사례가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살해사건이다. 이 모(47)씨의 북한지역 진입을 ‘자진 월북’으로 단정 짓고 그 가설에만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서 공개했다. 이를 정보계에서는 체리피킹 cherry-picking이라고 한다. 맛있는 부분만 따 먹는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을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맘먹지 말고 죽으라." 사형 전,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이렇게도 요약 기록되었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2012년 공무원 장기연수프로그램 첫날에 이 편지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낮에 국립현충원 참배를 하였고 오후에 2박3일간의 현장 합숙교육이 이어졌다. 공무원 교육에서 정말로 필요한 내용이라는 공감을 했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1862~1927)여사는 러시아 동부 각지를 돌며 동포들의 독립의식과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강연활동을 전개했다. 1907년 7월 안중근은 독립운동을 위해 고국을 떠나고자 돈의학교 교장직을 사직하고 모친인 조마리아에게 작별을 고하자 여사는 아들 안중근에게 “집안일은 생각하지 말고 최후까지 남자답게 싸우라”격려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안중
최근 미국에서는 IT기업이 밀집해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맨해튼(뉴욕), 보스턴 등 주요 지역에서 월세 등 집값이 많이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고비용의 대도시를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심부 집값이나 월세는 내려가고 도심 외곽의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수많은 대책을 쏟아내도 서울부동산이 아직 철옹성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그동안 비싼 거주 비용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뤄왔던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가정을 꾸미려는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곁들여지고 있다. 지구촌 아래서 똑같이 코로나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미국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언택트(비대면) 산업,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테크를 중심으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 아래서 상반된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IT공룡들은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이들의 존재가치를 높이며 코로나를 즐기는 일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의 수많은 일반 제조업과 자영업자.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
팔순의 어머니는 지금 평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애틋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혼자사니 말 나눌 상대가 없어서 이겠지만 어머니는 다른 형제들보다 유독 내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머니가 화를 내거나 혹여 누군가를 비난해도 그냥 듣기만 한다. 자식에게 하소연하는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심정으로 늘어놓는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저런 일로 평택엘 가면 어머니와 둘이 소주 한 병을 놓고 앉아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주로 듣기만 한다. 무슨 말이라도 실컷 하시게 말을 끊지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하셨던 말이라도 추임새까지 넣어 드린다. 지난 백중 제사 때였다. 큰 제사도 아니고 요즘 그런 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드무니 나 혼자 내려가 제사를 지내는 편인데 제사 끝내고 메모할 종이를 찾다가 우연히 수첩 한 권을 발견했다. 무심히 수첩을 넘기다 아버지 필체를 발견했다. 그건 아버지가 죽기 1년 전에 남긴 일기였다. 아버진 오랫동안 투석을 하며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를 도왔다.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 사다주고 숟가락이며 젓가락 같은 것을 식탁 위에 놓아주고……. 그런 와중에 언제 일기 같은 걸 썼나 싶었다. 좀 신기했던 건
홀수와 짝수로 나눠서 등교하다가 전체가 다 모인 건 6월 4일 뒤로 4개월 16일 만이었다. 아침 시간의 찬 공기를 뚫고 학교에 온 아이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마친 뒤 한명씩 교실에 입장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설레는 새학기 특유의 분위기가 10월의 교실 안을 감돌고 있었다. 절간처럼 조용하던 교실이 간만에 활기를 띄고 시끌벅적 했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평소처럼 아이들에게 '아침은 먹었느냐', ' 잠은 잘 잤느냐' 같은 말을 건넸다. 10명 이내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 씩 올 때는 교실이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농담을 걸어도 대답이 시원찮았다. 코로나가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림까지 가져간 모양이었다. 열 명 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교실이 조용했었다. 등교하자마자 1교시부터 이동 수업이 있었다. 여름 방학 이후로 처음 하는 이동 수업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받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교사들이 교실을 옮겨 다녀서 학생들은 이동할 일이 없었다. 짧아진 쉬는 시간과 이모저모로 제약이 많은 수업 내용 때문에 학교에서 몸을
별은 헛것이다. 헛것인 별의 그리움은 아득함에 있다.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는 아득함이 그리움을 자극한다. 그런 이유로 별을 가슴에 품는 것은 헛짓이다. 다다를 수 없는 헛짓은 다다를 수 없는 헛것의 영역에 그냥 두는 게 좋다. 헛것의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박힐 때, 사람은 죽고 역사는 병들었다. 오일륙이 그랬고 십이십이가 그랬다. 땅에 박힌 별은 군대를 통솔한다. 살상무기로 무장한 별은 흐린 밤에도 지워지지 않고 빛을 발사한다. 권력을 노리는 자들의 계급장에 박혀 반란을 모의하고 역모를 지휘한다. 휴전선에 있어야 할 탱크부대가 수도를 점령하고, 적군을 겨눠야 할 자동소총이 국민의 이마를 정조준 한다. 오일륙 때도 그랬고 오일팔 때도 그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 아니, 처벌할 힘이 사법부에 없다. 처벌할 수도, 처벌할 힘도 없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의 기록은 왜곡되고 만다. 파묻힌 곳 어디에도 죽임의 흔적은 감춰지고 없다. 반란에 성공한 별들은 어깨에 붙은 계급장을 제 손으로 뜯어내고 청와대를 향해 진군한다. 삼공화국이 그렇게 열렸고 오공화국 또한 그랬다. 별이 땅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마감한 역사는 요원하지만, 역사의 주역들에 대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으로 얼마 전까지 홍역을 앓아왔다. 현재 아파트 매매에 대한 폭등은 점차 안정화(?)되어가는 추세이나 이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까? 전세가격이 서울기준 68주째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전화 올까 봐 세입자가 전전긍긍하거나, 전셋집을 찾기 위해 공인중개사에 성공보수도 제안하는 등 웃지 못할 진풍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지난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은 전세시장 혼란에 대해 아파트 가격 폭등 이후 또다시 전세대란에 대해 송구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제는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살 권리마저 빈부의 격차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두운 그림자 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고 있다. 현재의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시장의 기능이 정부의 통제력보다 강하다 보니 이 시스템에서는 당연히 시장의 역할인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부를 쟁취하는 것도 기회는 공평하게 가지되 쟁취하는 방법과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를 쟁취하는 이른 바 차별이 필수이다. 어느 누구도 현재의 이 자본주의 시스
중국이 25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중국의 6.25 한국전쟁 표현) 70주년을 맞아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군은 1950년 한국전 발발후 그 해 10월19일 북한의 요청으로 압록강을 건넌다. 그리고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는데, 이날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며칠전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식 항미원조의 메시지를 나라안팎에 극대화하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올해 중국에서 상영되는 애국주의 영화와 드라마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6편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전 중국 관영 매체와 누리꾼들은 우리 방탄소년단(BTS)의 원론적인 6.25 전쟁 발언을 놓고 국제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항미원조’의 잣대를 들이대, 지구촌 사회로부터 “위험한 민족주의”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나는 항미항조와는 달리 같은 날인 1950년10월25일(
정확히 100년 전인 1920년, 10월 21일부터 중국 화룡현 백운평에서 대한독립군은 일본군과 대격전을 시작했다. 이 전투에서 대한독립군은 일본군 아즈마지대의 병력 수백 명을 섬멸하고 소총 240정을 노획했다. 완루구 전투와 천보산 전투에서도 연전연승했다. 어랑촌에서는 기병 1개 연대와 보병 1개 대대가 연합한 일본군 1천5백여 명과 격돌, 대승을 거두었다. 고동하곡 전투에서는 심야에 적 2개소대를 습격해서 섬멸했다. 100년 전에 거둔 이 승전이 바로 항일무장투쟁사를 빛낸 청산리전투다. 청산리 전투의 출발점은 그해 6월 7일 벌어진 봉오동 전투였다. 봉오동 전투는 우리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과의 전투에서 거둔 최초의 승전이었다. 불의의 참패를 당한 일본군이 우리 독립군을 섬멸하기 위해 최정예부대를 투입했고, 북만주의 항일무장투쟁세력들은 연합해서 일본군에 항전했다. 결과는 동아시아를 놀라게 한 우리 독립군의 대승이었다. 홍범도는 항일무장투쟁사에서 첫 승리로 기록되는 봉오동 전투를 이끈 지도자였다. 김좌진의 부대와 연합해서 청산리 전투를 승전으로 이끈 것도 홍범도였다. 하지만 항일무장투쟁사에서 최초의 승전과 최대의 승전을 모두 이끌었던 홍범도를 제대로 아는 사
코로나바이러스(COVID)라는 미물(微物)이 참 많은 것을 바뀌게 했다. 사회 전반을 중지시킨 현재의 우려스러움과 또다시 닥칠 미래의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불황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더더욱 큰 걱정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질병을 계속 발생시킬 것이라는 학자들의 예측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신종 인프루엔자A(H1N1), 메르스(MERS),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그리고 코로나19의 추이를 본다면 미래 학자들의 예측이 헛보이지는 않는다. 요즈음 미래예측(future forecasting)이라는 단어의 생소함보다는 중요성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인 것 같다. 지금은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를 예측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전반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축제 또한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한 분야이다. 2019년도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2020년도는 코로나19로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축제는 개최할 수 없었다. 올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0여 개의 문화관광축제가 대부분 취소 또는 대안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