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지역 YWCA가 운영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비공개 보호 시설에 ‘취득세 8500만 원’이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이 시설엔 가정폭력 피해자 15명과 그 자녀, 시설 직원이 머물고 있는데 얼마 전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다. 이전이 필요했던 이유는 많은 인원이 생활하기에 비좁았던 탓도 있지만 노출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10년 전 노출이 돼서 이전한 일이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좁은 공간에서의 감염위험이 커지자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6억 원에 주택을 매입, 이전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전 과정에서 8500만 원이라는 세금폭탄을 맞은 것이다. 2012년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취득세 감면을 받아왔지만 2019년에 개정되어 지난해 시행된 지방세 특례법은 이 시설의 세제 감면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제 감면 대상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과 아동 보호 시설 등이 제외됐다. 양로, 아동양육 등 6개 시설은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정부의 관리를 받는 사회복지시설로 분류해 취득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비영리 민간단체인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공익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이 시설의
류시화. 그를 생각하면 ‘인도’가 떠오른다. 써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라는 건 진즉 알았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이 사람을 90년대 이후 불어온 인도 열풍에 편승한 상업주의 작가라고 의심해왔다. 그가 쓴, 이름이 생각 안 나는 인도 여행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중영합적인 책이구나"라는 심증이 더 강해졌다. 며칠 전 딸아이 보라고 도서관에서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대신 빌렸다. 반납하기 전에 소파 위에 놓인 책을 심심풀이로 들쳐봤다. 의외로 흡인력이 강했다. 술술 읽혀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말 그대로 마음이 '덜컥' 흔들리는 듯 충격을 받았다. 47페이지 '세 가지 만트라' 대목이었다. 왜 그랬을까. 류시화가 명상 수행을 위해 북인도 히말라야 산록을 찾았을 때 이야기다. 산모퉁이 납작바위 위에서 명상에 빠진 요기(요가수행자) 싯다 바바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 순간 작가는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완벽한' 스승임을 직감하고 반 어거지로 제자가 된다. 문제는 이 스승이 제대로 된 명상은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물 길어오기, 밭 갈기, 땔감용 소똥 주워오기 등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온종일 일만…
슬픔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슬픔이 짓누르는 것 같은 때에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매우 강하고, 틀림없이 슬픔은 우리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슬픔으로부터 도망가면 안 되고 어른스럽게 슬픔을 견뎌야 한다. 증오를 통해 슬픔을 줄이려 하지 말고, 모든 독일의 어머니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도 마라. 그들도 아들이 죽임 당하고 살해당해서 슬픔을 겪는 어머니일 뿐이다. 우리 안에 슬픔을 담기에 마땅한 공간과 안식처를 마련하라. 모든 사람이 슬픔을 정직하고 용감하게 견디면 세상을 가득 채운 슬픔이 누그러질 것이다. 반면에 슬픔이 머물 수 있는 적절한 안식처를 준비하지 않고 내면을 대부분 증오와 복수할 생각으로 채우면, 거리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슬픔이 생겨날 것이고, 이 세상에서 슬픔이 결코 그치기는커녕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전쟁은 근원에 있는 인간, 사랑하는 데 실패한 인간, 끔찍한 결과를 맞은 인간, 비탄과 슬픔에 빠진 인간을 나타낸다. 우리가 직시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을 포기한다면, 즉 엄연한 사실이 우리의 머릿속과 가슴속에 깃들 곳을 마련하여, 그것이 자리 잡고 우리를 분발시킴으로써 우리가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의
- ‘금기’가 된 죽은 자의 이름 인류학, 민속학, 종교학, 문학 그리고 예술 등의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친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J. G. Frazer)가 쓴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는 여러 “금기(taboo)”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가운데는 호주의 어느 원주민 공동체에서 죽은 이의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경우가 보고된다. 망령(亡靈)에 대한 공포 때문인데 이는 과거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관습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과 공포 그리고 기억이 희미해지게 마련이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조상의 이름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붙여져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부족은 아기가 탄생한 지 7일 뒤 여러 조상의 이름을 의미하는 쌀들을 물잔에 떨어뜨려 그 쌀의 움직임을 보고 아기와 인연이 닿는다고 여긴 이름을 선택한다고 한다. 금기에도 수명이 있고 그건 시간의 통로를 지나 사회적 생명을 얻어 재생되기도 하는 것이다. 《황금가지》의 부제는 “마술과 종교에 대한 연구(A Study in Magic and Religion)”라고 되어 있다. 그 제목대로 이 책은 아득한 시절에 살았던 인간의 원시적 정신사를 다룬 것이기도 하
코로나 확진자가 1천200명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한 델타 변이 국내 감염자가 수도권의 경우(6.27∼7.3) 12.7%에 달한다. 감염자도 최근 3주에 걸쳐 매주 2배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델타 변이에다 방역 당국의 완화된 방역 신호, 젊은 층의 느슨한 긴장 등이 화를 키웠다. 사관학교 생도 수백 명은 ‘노마스크’로 삼겹살 파티를 벌였다. 정부가 방역수칙을 한 번만 위반해도 영업이 정지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의 방역망을 뚫고 지배종으로 등장하고 있고 백신에 접근하지 못하는 나라도 아직 많다. 현재 투여되고 있는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 등에 따르면 2차 접종을 모두 마친 경우 60~80%대의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입원 예방 효능은 매우 높다. 1차 접종 뒤 화이자 백신은 94%,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1%의 입원 예방 효과를 보이고, 2차 접종에 따른 효과는 각각…
이제 갓 마흔이다. 스물아홉에 고향 함경도 청진을 떠났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처럼 그도 몇 개국을 경유하여 목적지 서울에 도착했다. 태영호나 지성호처럼 황송한 신분(국회의원)이 된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어렵게 산다.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그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일본에서 공직자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가족을 이루었다. 그리고 2년간 일본에 살면서 남편과 함께 통일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신촌에서 네 살 된 딸 하나와 다복하게 살고 있다. 객관적으로, 탈북민들 가운데 이 정도로 안착한 경우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빛나는 명함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는 정치 경제 분야에서 세속적으로 크게 성공한 소수의 탈북자들과 질이 다른 성취를 해왔다. 이는 점점 더 탄탄해지고 규모도 더 확장되고 있다. 그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에, 그에게 도움될 천사들을 모으는 중이다. 지금 남쪽에는, 목숨 걸고 가족과 삶의 터전을 떠난 뒤, 과장 없이 지옥을 건너서 마침내 서울에 들어온 북쪽 이주민들은 3만 5000명(2020년 기준)이다. 그 중 2/3는 여성이다. 그 가운데 대학생은 2천 명이 넘는다.
최근 북한 동향중에 우리가 궁금해하는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김정은 총비서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방역태세하에서 당 간부들의 태만과 무능으로 발생했다고 하는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극심한 식량위기를 토로하면서 인민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직접 서명해서 시행했다는 ‘특별 명령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척 수척해 졌다고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상태는 어떤지가 대표적인 궁금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대화가 활성화되고 북한이 개방사회라면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은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이 직접 탐색하는 휴민트 정보에 근거하거나 통신 감청 등 최첨단 장비를 통한 시진트 정보를 통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소원한 상황에서는 휴민트 정보는 기대하기 어렵고 시진트 정보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남북관계가 소원할 때 북한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은 북한의 방송 보도나 대북소식통이라고 하는 북
‘침구동인’ 이라는 것이 있다. 그 청동으로(또는 청동처럼 색을 입혀) 만든 인체 모형은 혹자는 한의원에 진료를 받을 때 한 번씩 보았을 수도 있고 TV 드라마에서 한의원의 배경으로 봤을 법도 한 풍경이지만 실제는 침구경락학의 요약지도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의(긴 시간 전의) 침구학의 연구자들이 인체의 경락과 경혈을 청동으로 만든 인체모형에 새겨 표시해 놓았던 것인데 세월이 흘러 현대에는 보급형 플라스틱 인체모형에 WHO에서 정한 국제표준경혈명의 영문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최근은 경혈경락 어플 속의 3D 모형으로 컴퓨터나 모바일 속의 이미지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은 긴 세월 동안 변함이 거의 없다. 나의 진료실 한켠에도 꽤 큰 ‘침구동인’이 그렇게 시간을 건너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그 동인을 한의원에 ‘침 한번 맞으러’ 치료를 받으러 왔지만 한 번도 침 치료를 받은 적 없는 이들에게 동인의 몸에 새겨진 오랜 지혜의 흔적과 함께 소개한다. 환자들 중에서도 한의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 오랜시간 공부를 한 분들도 만나기도 하고 모 대학의 피부미용학 수업시간에 안면의 해부학과 함께 경락과 경혈을 가르치는 분의 경락학에 관한 지식을 뽐내는 것을 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