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종착점으로 놓고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군요. 야속하게도, 품격 있는 선거는커녕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은 기습적으로 상대방 쓰레기통 걷어찰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심한 양상입니다. 어째 이번에도 퇴행적 진흙탕 드잡이 구태가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네요. ‘X파일’ 논쟁과 ‘색깔론’이 영락없이 정치무대에 맨 먼저 등장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가 흔들어댄,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라는 문건을 두고 정치꾼들끼리 한바탕 험구 난타전을 주고받았군요. 언제나 그렇듯이, 허접한 마타도어는 ‘검증’이라는 거창한 명분의 외피를 쓰고 등장합니다. 후안무치한 이중잣대가 횡행하기 시작했네요. 나의 언행은 ‘검증’과 ‘해명’이라고 우기고, 상대의 주장은 ‘모함’과 ‘변명’이라고 몰아칩니다. ‘증거조작’마저 불사하는 더러운 게임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왕의 눈을 가로막거나 은밀히 짜고서 벌인 만행의 역사는 드물지 않지요. 때아닌 ‘점령군’-‘해방군’ 논쟁이 불거졌군요.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해방 이후 이 남한에 온 미군을 ‘점령군’이라며 “친
39년 만의 7월 지각장마가 이례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비를 뿌리며 시작됐다. 지난 5월 서울에서는 50년 만에 가장 많은 17일이나 비가 내렸고, 6월에도 전국적으로 사흘에 하루꼴로 비가 내렸다. 이번 여름 장마는 늦게 왔지만 초반부터 강풍을 동반하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지만 날씨는 해마다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최근 ‘열 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며 최고기온이 섭씨 40~50도에 이르고 특히 캐나다에서는 살인적인 더위로 일주일 새 700여 명이 돌연사했다. 동토(凍土) 시베리아도 30도가 넘어가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 2월 ‘사막의 땅’ 미국 텍사스에서는 3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해 반도체 대란 등 세계 경제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 54일이라는 사상 최장기 장마 기록을 세우고 섬진강·영산강 등에서는 수백년 만의 국지성 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46명이 사망했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곳이 무려 1만 6000여 곳에 이르며 아직도 4분의 1 정도는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모든 지구촌이 기후재난에 노출돼 있다. 기존의 땜질식이나
지난 1일 국회는 교육부의 권한 중 교육의 중장기 비전 및 국가교육과정 수립권한을 국가교육위로 이관한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는 준비기간 1년을 거쳐 내년 7월 공식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의 으뜸 역할은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활성화해서 중장기 교육비전과 정책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신설될 국가교육위가 과연 약속만큼 독립성과 전문성,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입법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교육위 구성에서 정부여당 몫이 과반수다. 위원 임기가 대통령 임기보다 짧은 3년에 지나지 않고 연임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가 과연 초정권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위원장 외에 상임위원은 2인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18명의 비상임위원을 포함해서 총 2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과연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1인당 5분씩만 발언해도 2시간이 후딱 지나기 때문이다. 셋째,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사무처가 구성될 경우 업무수행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과 책무성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승진을 노리는 일반직 공무원이 전국
새치네는 이북의 함경도 방언으로 아주 작은 민물고기이다. 까나리처럼 작고 반짝이는 몸통을 가지고 있다. 다른 민물고기와 같이 그물에 잡혀도 유별나게 팔딱여서 새치네이다. 어떤 사람들은 새치네를 ‘쫑개’ 또는 ‘미꾸라지’라고도 한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이것을 일컬어 보양식 ‘새치네 탕’이라 한다. 삼복이 시작되면 농촌에서는 작은 수로나 논밭의 물꼬에 된장을 밑밥으로 통발을 놓는다. 반나절이면 작은 것들이 오글오글 통발에 들어선다. 그물로 늪지나 강변에서 잡기도 한다. 7월에 잡는 새치네는 아주 작다. 가을이면 몸집도 커져서 내장을 갈라야 하지만 적기에 잡은 새치네는 이물질을 토하게 하고 그대로 요리한다. 생명력이 강한 이것이 소금을 치고 그릇의 뚜껑을 덮으면 세차게 뛰어올라 팔딱이는데 그 소리가 흡사 굵은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큼 요란하다. 튀어 나는 힘이 강해 뚜껑을 열고 마당으로 도주하는 것들도 있다. 새치네 탕의 묘미는 재료에 있다. 노란 금테가 있는 새치네가 맛있다. 논을 헤집고 다니는 붕어나 버들치도 잡히는데 작고 팔딱이는 것들이 많아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 7월이면 햇감자도 있고 호박도 먹기 좋게 자란 때이다. 고추도 쑥
며칠 전 지인을 따라 서울 중심가의 음식점을 다녀왔다. 빌딩 숲이 아닌 제법 한적한 장소에 있었고, 그 규모 또한 제법 컸다. 천장이 유리로 뚫려있어 자연 채광이 아주 좋았고, 층고도 꽤 높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던 중, 한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봤을 법한 흰 벽과 조명 스탠드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원래 사진가로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광고 사진을 만들어내던 장소는 이제 음식점으로 바뀐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토키나(Photokina)에 대하여 들어봤을 것이다. 포토키나는 1950년의 첫 개최를 시작으로, 독일 쾰른메세(Koelnmesse)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사진과 영상기기 전시회이다. 수십 년간 각 관련 업체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최신 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알렸다. 2018년까지는 2년 주기로 9월에 열렸는데, 2019년부터는 매년 5월에 개최를 예정했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 산업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고, 그 변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올해 초 포토키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허물을 알고 있는 자만이 남의 허물에 너그럽다. 아들딸들아! 만약 누군가가 너희를 모욕하는 말을 하거든, 아랑곳도 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마라. 그러나 만약 너희가 남을 모욕하는 말을 하였다면 “우리가 못할 말이라도 했단 말이냐? 아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속여서는 안 된다.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며, 너희들 자신의 기도나 친구의 중재에 의해 너희가 모욕한 자와 완전한 화해를 이룰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탈무드) 깊은 강은 돌을 던져도 조용하다. 모욕을 당했을 때 몹시 흥분하는 사람의 마음은 강이 아닌 웅덩이다. 우리는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자. 살이 타서 재가 되기 전에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하자. (사디) 어리석은 사람의 말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침묵이다. 우리가 대답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모욕으로 모욕을 갚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던지는 것과 같다. 자신을 모욕한 자에게 평온한 얼굴로 대하는 자는, 그것으로 이미 상대방을 극복한 것이다. 마호메트와 알리는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났는
현재 우리나라는 도시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주민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인 수원·용인·고양·창원시 등 4개 특례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이들 4개 특례시 시장들은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백군기 용인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허성무 창원시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하고, 사회복지 수혜에 역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례시의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상향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4개 도시 시장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불합리한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 개선을 위한 기본재산액 고시 개정 건의서’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간사, 창원 성산) 의원과 정춘숙(용인을) 의원도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보편적 복지 서비스인 국민기초, 기초연금 등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0년 민선 5기 시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복지대상자 선
이번 주는 대선과 관련한 슈퍼위크임은 분명하다. 월요일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職)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더니, 화요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목요일에는 이재명 경기 지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이런 행사들이 단기간에 줄을 잇고 있어서, 비교적 손쉽게 대선 주자들 간의 특성과 전략을 비교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과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을 비교하자면 이렇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문에는 경제가 강조됐다. 이 지사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재정력을 확충해 보편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규제 합리화와 미래형 첨단 육성시스템으로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단 1번만 언급됐을 뿐이다. 외교 부분에서도 이 지사는 “국익 중심 균형 외교를 통해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발언들을 보면, 2017년 이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대선 때 등장했던 사드 배치 철회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같은 주장을 이번 출마 선언문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