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데다, 감염병 걱정하느라 생각까지 쉽게 지쳐 버릴 수 있는 시기다. 그럼에도 우리는 놓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여름하면 시원한 수박과 함께 바다와 계곡에서 즐기는 휴가를 떠올리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만저 떠올려야 할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다. 여름은 냉방기구 등 과도한 전기 사용으로 안전사고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여름철도 길어지면서 전력소비량이 증가, 과열이나 과부하 등으로 자칫 큰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애석하게도 많이 높아진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다른 계절보다 쉬이 지치는 더운 날씨로 오로지 ‘냉방’만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꼭 지켜야할 수칙들을 쉽게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고 예방에 대한 관심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금지, 냉방기기 이용시 과부하 주의, 음식물 조리 중 자리 비우지 않기, 외출 시 전원 차단, 소화기 위치와 사용법 익히기, 가장 가까운 비상구 확인하기 등 평소 작은…
코로나19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생계형 서민체납자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부도나 휴·폐업, 실직 등의 경제사정으로 재산이 없고 소득도 없는 체납자들은 세금을 내기가 어렵다. 세금 뿐 아니라 공공요금도 못내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에 따르면 주택용 전력 체납액도 지난해 말 기준 138억 원에서 올 4월 기준 143억원으로 5억원 늘었다고 한다. 이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생계형 체납자 2000여명을 발굴해 이 중 절반을 복지 서비스에 연계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계형 체납자의 압박감을 덜고 희망을 주기위한 조치다. 반면에 고액 악성 체납자는 철저히 추적해 징수하거나 압류 등의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도는 ‘세금 체납은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이라며 징수 전담 부서인 ‘조세정의과’와 실태조사 역할을 맡은 ‘체납관리단’을 지난 2019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지금 각 지방정부들은 악질적인 고액․상습체납자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정말로 형편이 어려워져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세금 납부능력이 분명히 있음에도, 세금을 회피하는 비양심적 체납자들도 적지…
1. 천하일통 금계국 아침저녁으로 걷는 반석천엔 시방 금계국과 개망초 천국이다. 노란 금계국에 하얀 개망초가 제법 근사한데, 볼 때마다 끌탕 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금계국 때문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이 꽃은 이르면 오월 중순부터 팔월까지 오래도록 노란 꽃을 피운다. 국화과 식물이 대개 그렇듯이 해열 효과가 있고, 부종을 제거하고, 간열을 내리는 데도 쓸 수 있지만,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금계국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는 점. 한반도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며 월동해 다음 해에도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서일까, 번식력이 강해서 아무 땅에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일까, 남도 해안가에서 경기도 천변, 강원도 국도변까지 금계국 천지다. 그야말로 야생화 끝판왕으로 전국을 뒤덮고 있는데, 실은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에 큰 위협이다. 일본에선 이미 2006년부터 생태계 위협종으로 지정하고 퇴치 중이며,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돼지풀보다 더 위험한 종류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민관에서 아무 곳에나 금계국을 무분별하게 심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꽃도 화사한 데다 관리할 필요가 없고, 한 번 심기만 하면 잘 자라고 번식력
“이상반응 없는지 대기하셨다가 안내사항 받고 가시면 됩니다.” 잔여백신 당일예약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잔여백신 조회와 당일예약을 반복했는데 드디어 잡았다. 얀센이냐 아스트라제네카냐 가릴 여유는 없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05일 만에 접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겼다. 국민 5명중 1명이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했다. 나도 먼저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잔여백신은 사전예약자가 접종 당일 예약을 취소하거나 최소 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 추가로 생기는 물량이다. 잔여백신 안내를 예약해둔 병원에서 알림이 오기 전에 지도에 뜬 표시를 보자마자 클릭했다.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운영 종료시간이 저녁 6시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예방접종 예진표를 써서 접수했다. 정보 수신 동의에 ‘예’를 표시하고, 아픈 증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를 반복해서 표시했다. 대기실에는 예진표를 든 사람들이 띄엄띄엄 있었다. 다들 대기실 앞 TV 뉴스를 보고 있었지만 진료실과 주사실 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할 때마다 그 쪽으로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졌다. 내 순번 앞에는 젊은 나이의 남자 몇 명이 있었다. 얀센 백신의…
홍범도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사람도 드물다. 1868년 평양의 서문 밖에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머슴, 군인, 종이공장 노동자, 승려, 포수, 의병, 광산 노동자, 독립군, 농부, 부두 노동자, 혁명가의 삶을 살았고 마지막 직업은 극장 수위였다. 그가 한 일은 수없이 많지만 한 단어로 그를 규정해야 한다면 독립군일 것이다. 그보다 더 오래, 그보다 더 많이 일본군과 싸우고 그보다 더 크게 일본군을 이긴 사람은 없었다. 27세에 강원도 단발령에서 황해도 출신의 동지 김수협과 함께 일본군 12명을 처단한 이래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52세까지 그는 싸우고 또 싸웠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가족 모두를 잃었다. 아내는 일제의 고문으로 죽고, 큰아들 양순은 그와 함께 일본군과 싸우다 열일곱 살 나이에 전사했다. 작은아들 용환은 그와 함께 만주를 유랑하다 병으로 죽었다. 핏줄 하나 남기지 못하고 머나먼 중앙아시아에서 극장 수위로 생을 마감한 그의 유해조차 아직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필자가 그를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위대한 업적을 재평가하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운에 찬 한 영웅의 생애를 제대로 기리자는 것도
사회 질서의 개선은 도덕적 완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내가 이렇게 붓을 들고 있는 방의 창문 밖으로, 코에 코뚜레가 꿰여 말뚝에 매어 있는 커다란 소 한 마리가 보인다. 소는 풀을 뜯어먹다가 저도 모르게 자신이 매여 있는 고삐를 말뚝에 감아버렸다. 소담스럽게 자란 풀을 눈앞에 두고도 배를 주리고 어깨에 달라붙는 파리를 쫓기 위해 목을 흔들지도 못한 채 죄수처럼 가만히 서 있다. 그는 몇 번이나 빠져나갈 양으로 몸부림쳐보지만, 그때마다 슬픈 신음소리를 지르다가 지금은 얌전해져서 조용히 괴로워하고 있다.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이해할 만한 자각도 없이, 많은 풀 앞에서 배를 주리며 지극히 연약한 생물에게 비참하게 당하고 있는 이 소의 모습은, 내 눈에는 마치 노동자들의 상징처럼 비친다. 모든 나라에서 땀을 흘리며 풍요로운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하루 진보하는 문명이 새로운 사상의 분야를 개척하고 새로운 욕망을 부추기고 있을 때, 그들은 그 보잘것없는 동물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가축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의식하고,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이런 비참한 생활을 보
해마다 맞이하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이지만 올해 6월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지도 2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자유롭게 활동할 날은 멀기만 느껴진다. 70여 년 전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인 수많은 호국용사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국토이기에 한시라도 빨리 우리 삶의 터전에서의 자유로운 일상 생활이 그립다. 정부는 1956년부터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한 이후 매년 범정부적인 추모 행사를 전국적으로 거행해 오고 있다. 이런 추모행사를 통해 온 국민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그 위훈을 기려 국민의 애국정신 고취로 국민통합을 이루려 노력해 왔다. 경기북부보훈지청이 담당하는 우리나라 중서부 지역은 6.25 때 수많은 전투가 일어났던 곳으로 가는 곳마다 전적지가 많다. 지금도 전적지 곳곳에서는 전사자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 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이 활발이 일어났던 지역이었고 6.25 때는 곳곳에서 6.25전사에 길이 남을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그 몇 가지 사례를 들면 1951년 4월 22부터 25일까지 파주 적성면 설마리 일대에서 영국군
오는 2050년쯤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서해의 4분의 1 이상이 해양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 주목된다. 불과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자연기금(WWF)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1인당 매주 평균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신용카드 한 장과 맞먹는 미세플라스틱을 매 주일 섭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세플라스틱 공해의 심각성이 극에 달해 드디어 말로 떠들기만 해도 되는 시간이 다 지나간 것이다. 대책을 세우고 즉각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환경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말 전 세계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미만의 플라스틱 입자로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지거나 합성섬유 의류 세탁·타이어 마모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징후가 발견된 바다는 지중해와 서해였다. 연구진은 2050년쯤 서해는 27.1%, 지중해는 44.6%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해양생물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