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공장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던 고3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학생이 11월 한 달 동안 연장근무만 100시간을 한 것으로 밝혀졌고, 특히 일주일 간격으로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번갈아 하면서 낮과 밤이 뒤바뀌는 불규칙한 생활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산업재해가 늘어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1일 11시간 이상 근무시 심근경색(소위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암연구소(IARC)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발암추정요인(Group 2A)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다.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들의 피로 누적, 능력 개발 부족 등으로 인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근로시간은 2천116시간에 이른다. 이는 OECD 전체 국가의 평균 근로시간인 1천749시간에 비해 367시간이나 더 길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로 미국의 43.8%, 일본의 65.7% 수준이다. 일하는 시간이 길어 노동량은 많지만
봄은 나물을 가져왔다. 어쩌면 나물이 봄을 데려왔는지 모른다. 나물 캐는 호미소리는 봄을 캐는 소리다. 우리말로 날 것을 그대로 먹는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나물은 나른한 우리 몸을 일깨워주는 봄의 영양소다. 나물은 수많은 환란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들판에도 어김없이 돋아나 백성들의 먹을거리가 돼 주던 생명의 원천이었다. 삼국유사에도 우리의 봄나물 쑥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며 동굴에서 100일 동안 버티도록 했다는 환웅. 그는 끝까지 견뎌내 사람이 된 곰(웅녀)과 결혼해 단군의 부친이 됐다. 이처럼 쑥은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와도 결부돼 있을뿐더러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식용나물로 이용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께서 끓여주던 쑥국은 봄철 한때 잃었던 입맛마저 돌아오게 만들었다. 독특한 쑥 향에 된장의 구수한 맛이 한껏 어우러진 봄국은 우리나라만이 간직한 음식문화이리라.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국과 반찬이 달라진다. 그만큼 식탁이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매번 거의 비슷한 음식이 반복되니 얼마나 단조로운가. 봄나물에 대한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은 쑥버무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싱싱한
“세월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2005년 1월 큰 꿈을 가지고 소방에 입문했고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출동벨소리에 가슴 설레며,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일까? 어떻게 다친걸까? 궁금해하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에 보람을 느끼며 출동을 다니던 신입 소방관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응급환자보다는 욕하고 폭력적인 주취자,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상습신고자들과 단순히 집에 데려다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됐다.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고자 구급차는 택시가 아니라며 이야기도 해보고 나름의 방법을 써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방에 입문하고서 첫 번째 슬럼프에 빠졌고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과 함께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갔다. 선배들의 조언도 나에겐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갈팡질팡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20대의 끝을 잡고 결혼과 임신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사랑스런 딸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를 키우면서 소방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슬럼프는 이렇게 지나가게 됐고, 슬럼프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권유하게 될 만큼 여유가 생기게 됐다. 갑자기 추워진 어느 날 새벽 잠을 자고 있던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초·중·고생 10명 중 2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했으며, 학교폭력 휴유증으로 등교거부, 자살충동 등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폭력이 점점 저연령화되면서 앞으로는 왕따폭력을 경험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져 몇 년 내 학교폭력의 중심축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청소년의 신체적 발육이 왕성해지면서 사춘기가 빨라지고 인터넷과 게임 등을 통해 폭력문화를 접하는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성인범죄가 늘면 청소년범죄도 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폭력과 범죄이면 학교폭력은 사회악의 일부요, 선악의 관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 ‘일그러진 영웅’들의 소영웅심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이제는 개성이 무시된 교과과정, 무한한 입시경쟁 등을 과감히 탈피해 학생 스스로의 갈등을 해소하는 자정능력과 스승, 부모, 지역사회가 나서 모두를 품어 안을 수 있는 네트워크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겐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툴툴 털어놓게 하고 함께 고민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렇지않게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문제다. 지난 신학기 개학부터 경찰서에서는…
‘잇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국가보훈처에서 호국보훈의 달에 공모했던 표어 중 하나이다. 뜻은 말 그대로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이어가야 할 것들 중에 잊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 중 하나가 바로 다가오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아닌가 싶다. 연중에는 공휴일로 지정해 휴무하는 3·1절 기념일이나 광복절도 있고 공휴일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주관하는 기념일이 있는데, 그중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행사 중의 하나가 ‘4·13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과정을 살펴보면, 1919년 3·1 운동 이후 4월 10일 이동녕 등 29명의 애국지사가 중국 상해에 임시 회의장을 설치하고 역사적인 제1회 임시의정원 회의를 개최한 것에서 출발해 4월 11일 10개조의 헌법을 축조심의하고 정강정책, 임시헌장선포문을 확정해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연호를 대한민국 원년(1년)으로 공포하기로 의결했다. 마침내 4월 13일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의 선거, 선임의 법적 절차를 밟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성립했음을 내외에 정식
보이스 피싱이 등장한 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당시에는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하고 돈을 송금하도록 만드는 고전적인 방법뿐이었고 피해자들은 주로 50~60대의 장년층들로 피해 금액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후에 보이스피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이런 방법들이 통하지 않자, 교통사고로 부모나 자녀가 다쳤으니 빨리 치료비를 달라거나 아들을 납치했으니 몸값을 빨리 지불하라는 등의 신종 수법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단순히 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피해자의 이름으로 카드론 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방법뿐 아니라 수단도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06년 38억원이던 피해액은 2011년에는 10배 증가한 374억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 특별법’이 2011년 9월부터 시행됐고, 금융감독원은 이 법이 시행된 후 5개월 만에 피해자 6천400여명에게 약102억원을 돌려줬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피해자들 가운데 연령이 30~50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보이스피싱은 개인의 신상정보 등도 피해대상으로 삼고 있다. 얼마 전 군포경찰서에서는 보
4월 11일 실시하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라는 캠페인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은 그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46.1%)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과 같이 모두가 공평하게 한 표씩 행사하는 투표권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힘들게 얻어진 것인가를 알고 나면 나의 한 표가 지금보다는 더 소중하게 생각될 것이다. 선거의 역사를 보면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도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선거의 역사는 매우 길다. 그러나 당시의 선거에는 선거권의 제한이 있었고 대부분이 공개선거였다. 자유와 평등에 대해 부르짖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도 선거권은 여자와 무산계급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민주국가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보통선거제도를 가장 먼저 실시한 국가는 영국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1754년에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당시 인구의 3.5%인 28만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물론 귀족들이었다. 그 후 차츰 선거권이 확대돼 1884년엔 세금을 내는 영국의 성인 남자가 투표권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 그리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어김없이 수없이 많은 공약들이 달콤한 포장을 두르고 우리의 귀와, 이성과 감성을 공략하려 할 것이다. 혹자는 이성이 감성을 이기는 선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말은 정직하고 바람직한 정책과 공약보다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 들을거리에 아직은 유권자들의 판단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표를 얻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량과 지성과 덕망을 갖추기보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이끄는 화려한 ‘쇼’에 더 관심을 가지는 반면에 우리 주위의 문제들은 ‘볼거리’가 되지 않으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간다면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가 연예인의 인기투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위기감마저 들 법하다. 단지 가정을 한 것일 뿐이지만 슬픈 민주주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를 대표해 대한민국을 이끌어줄 대표자를 뽑는데 제대로 일할 사람을 바르게 판단해 보아야 한다. 매니페스토는 영국의 ‘로보트 필’이라는 당수가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공약으로 순간의 환심을 살 순 있다. 그러나 결국은…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새순을 피운 씀바귀. 예전엔 궁핍했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 주는 존재였지만 요즘은 웰빙(well-being)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유의 쌉싸래한 맛은 우리의 나른한 몸을 깨워주고 겨울철 잃었던 입맛까지 살려준다. 봄에 자라는 쓰디 쓴 씀바귀를 많이 먹으면 여름철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니 몸에 좋은 나물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봄나물은 채취한 뒤 바로 먹어야 제격이다. 겨울철 아무리 입맛이 떨어졌다한들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싹을 피운 나물의 향내를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나물에 봄의 싱싱함이 여전히 묻어있기 때문에 봄은 곧 맛이다. 봄나물로 ‘무쳐먹고, 데쳐먹고, 담가먹고, 튀겨먹고, 쌈 싸먹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살짝 데치거나 또는 생채인 씀바귀를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 버무리면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뿌리째 튀겨먹는 맛도 잊을 수 없다. 봄나물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정성이 담긴 추억 속 이야깃거리에서 다시 현실세계로 되돌아 나온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나물이 씀바귀다. 쓴 맛을 없애기 위해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어 무치거나 고들빼기처럼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는 씀바귀는 항암효과와 더불어 항스
BC 3세기 고대 이집트인들은 하늘과 가까워지려는 신앙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47m 높이인 피라미드를 건립했다. 근대 들어 1892년 미국 시카고의 21층 메소닉 빌딩이 고층빌딩 역사에 기록됐으며, 1990년대에는 항공산업의 발달로 일일 생활권 형성으로 수직적 확장을 위한 초고층 빌딩이 랜드마크가 됐다. 최근 세계 초고층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건축 중인 부르즈 칼리파(828m, 162층)이며 국내서는 최근 인천타워(610m, 151층) 등 초고층건축물이 125개가 완공 또는 신축 중이다. 현행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초고층은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 화재 사례로는 붕괴한 미국 World Trade Center는 1993년에 지하층 전기 변압기에서 출화해 전층에 꽉찬 연기 등으로 사상자 1천48명이 발생했다. 또 2004년 베네주엘라 카라카스빌딩 34층에서 출화된 불길이 50층까지 확대돼 진화에만 24시간이 소요됐다. 우리나라는 2010년도에 부산 해운대 ‘우신골드스위트’의 4층에서 발화돼 34층까지 10여 분만에 확대되면서 부상자 4명과 엄청난 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