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국민들에게 요청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잘 따라주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 지켜지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 흔한 사재기 모습도 발견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개방성과 투명성, 대중에 대한 완전한 정보 공개, 신속한 대규모 검사와 치료 등 우리정부의 선진적인 방역시스템과 함께 성숙한 국민성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올바른 흐름에 반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 이번에도 방역당국의 호소와 국민들의 바람을 무시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보름 동안 종교시설 및 실내 체육시설, 콜라텍과 클럽,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PC방, 노래연습장, 학원 등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앞으로 보름 동안이 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면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직접행정명령과 집회·집합금지 등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설폐쇄, 구상권 청구 등 법정 조치를 강력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정부가 4월 1일부터 출발지나 국적, 장ㆍ단기 체류 여부 등을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이번 조치는 국내 방역 상황이 안정적 관리와 재확산의 갈림길에 있는 가운데 확진자의 해외 유입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더구나 지역별로 보면 유럽과 미주의 비율이 압도적이긴 하나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유입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상자의 숫자나 자가격리의 한계를 고려할 때 실효적인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하루 평균 국내 입국자가 7천~8천명 수준이어서 이번 조치로 외국인 입국자가 다소 줄더라도 2주 후에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10만명 안팎에 이를 것이다. 당국의 철저한 준비와 당사자들의 자발적 협조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내ㆍ외국인을 막론하고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수원에 사는 영국인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닷새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4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모두 23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의 독일인 유학생도 격리 기간 부산 시내 곳곳을 누빈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후 자가격리 권고를 무
살면서 이번과 같은 상황도 처음이다. 이제는 경제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두의 난제이다. 집값이 폭락하며 거품이 수십 년간 이어진 일본의 전례가 우리에게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전 세계가 함께 요동치고 있고 확진자 수는 끝을 모르고 늘어만 간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극한 상황인데 살면서 온 국민이 겪는 고초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실직자가 늘어나고 취업이 안되고 소상공인들이 겪는 고통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와중에 전염병까지 창궐하니 이런 상황은 그 이전에 겪지 못한 신세계이다. 기업이 휘청거리고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는 바닥 깊은 줄 모르고 하강하고 있다. 신세계가 밝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던 많은 이들의 분노와 좌절로 심경은 더 참담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던 운동도 못하고 외출을 자제하며 하루 한 번 중무장(?)하고 산책을 할 뿐이다. 며칠 전에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식사를 함께 하던 (주)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을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분도 운동 차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는 한데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지금 벌어지는 코로나19 사태는 전쟁 상황이다.…
합천 땅에 내린 건 해질녘이었다. 노모가 계신 집은 합천읍에서도 한 시간 남짓 걸어가야 하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모처럼 지는 해를 보며 남정강을 건너 걸어가기로 했다. 읍내를 벗어나자 보리밭이 보였다. 해거름 밭둑 길을 쉼 없이 걸었다. 보리밭을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릴 적 나는 이렇게 보리밭 길을 따라서 시골 초등학교를 다녔다. 간혹 친구들을 만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늘 섬뜩한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들리는 늑대 울음소리였다. 우는 아이 소리 같기도 한, 밤하늘을 흔드는 늑대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늑대를 두고 소문도 흉흉하였다. 어느 동네에선 늑대가 갓난아기를 물고 갔다는 둥, 자고 나면 늑대가 돼지우리를 덮쳐 새끼돼지를 물고 갔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 소리가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밤이면 혼자 삽짝 밖을 나서지 못했다. 어쩌다 이웃 동네 친구를 만날 일이 생기면 동네 아이들을 불러내어 무리를 지어 보리밭 고랑을 지나다녔다. 푸른 달빛 아래 보리밭 밭둑을 걷는 기분이라니…. 달빛 속의 밭고랑에서 불쑥 늑대가 나타날 것만 같은 공포에 우리는 절로 오금이 저렸다. 그런 늑대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고 한다
동행(同行)의 사전적 의미는 ‘둘 또는 여러 사람이 같이 길을 감, 같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진정한 동행의 의미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함께 가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갈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갈 수 있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들판도 걸을 수 있으며, 위험한 강도 건널 수 있고, 높은 산도 넘을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라면 물에 빠진다 해도 손 내밀어 건져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몸으로 막아주며,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사랑하면 나의 길 끝까지 잘 갈 수 있다. 이 세상은 홀로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기에 단 한 사람이라도 믿고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동행에는 기쁨이 있고 마음의 위로가 있다. 우리의 험난한 인생길, 누군가와 손잡고 걸어 가야하고 험난한 날들도 서로 손잡고 걸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손을 잡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동행, 급난지붕(急難之朋)이란 어렵고 급할 때 함께할 친구, 동행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부부가 노년에 금실 좋게 함께 동행, 화락(和樂)하게 해로(偕老)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누구를 부러워하랴! 동행(同行)이…
4월 6일로 예정된 개학 문제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다. 개학하자니 코로나19 확산이 두렵고, 연기하거나 개학한 뒤 온라인 수업을 하자니 이것 또한 문제점이 많다. SBS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4월 6일 개학에 대한 찬반 여부, 반대한다면 적절한 개학 시점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같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일수록 4월 6일 개학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개학 반대 의견을 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 차례 연기하자’,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무기한 연기’, ‘온라인 개학’ 의견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4월 6일 등교 개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교원들도 같았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26~27일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4천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3%가 등교 개학을 ‘4월 6일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4월 6일 개학을 전제로 개학방식을 묻자 응답자 59%가 ‘온라인 개학을 먼저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4월 6일 개학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
정부가 4월부터 3개월간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원하는 만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사용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고강도 조치다. 코로나19로 유발된 실물·금융 분야의 경제적 충격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한국형 양적 완화로 볼 수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관광, 호텔, 외식, 항공업은 물론 수출 제조업까지 매출 급감으로 현금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38조원 규모의 우량·비우량 회사채펀드 가동을 서두르길 바란다. 별문제가 없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에 빠져 일시적 자금경색을 겪고 있다면 정부가 나서 도와줘야 한다. 생산과 투자,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위기는 곧 민생의 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부실 민간기업에 무작정 국민 혈세를 퍼부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채권단이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것처럼 총수 일가, 법인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들의 고통…
후보자의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는 1850년대 호주에서 처음 사용됐다. 하지만 투표용지는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 왔다. 문맹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도에서는 정당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이 투표용지에 등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꽃, 자전거, 손바닥, 자명종, 낫, 코코넛 등등. 1960년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맹률이 높다 보니 출마 후보의 기호를 1·2·3 같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막대 개수로 표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엔 후보가 28명이나 출마해 막대를 28개나 그려 넣었다니 후보의 기호를 찾아 정확히 찍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 싶다. 후보자 간 헷갈리는 것을 막고, 정보를 더 많이 주기 위해 후보자 얼굴을 인쇄하는 나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유권자들이 후보자 이름이 인쇄된 투표용지에 기표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지역구 의원)이나 정당명(비례대표)을 적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세계 유일 자서식(自書式) 투표용지다. 투표이후 개표방법은 세계가 거의 공통이다. 수(手)개표 혹은 전자개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48년 첫 선거이후 수작업으로…
현관을 나서며 나는 별 생각 없이 어제 신었던 신발을 또 신는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마지막 준비과정을 위해 몸에 장착하는 신발. 그 신발로 하여 나는 바깥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를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마치 한 몸인 듯 내 몸에 붙어 다니며 지저분함으로부터 또는 차가움으로부터 때로는 통증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신발. 그 신발이 처음부터 그렇게 편안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갓 돌을 넘기고 있는 조카 ‘현’이의 작은 발에 신발을 신기자 금방 얼음처럼 몸이 굳어 꼼짝을 못한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이리저리 쥐어뜯기 시작하는 ‘현’이. 누구에게나 처음의 신발은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사회의 일원으로 스며들기 위해 첫 발을 내딛던 그 날처럼 말이다. 처음의 어색함이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엔 한 몸인 듯 되어가는 ‘신발 길들이기’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우리 삶과도 닮은 듯하다. 동대문 지하상가를 지나가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구두를 산 적이 있다. 벚꽃 만발하던 그 날, 나는 잔뜩 멋을 낸 치마를 입고 그 구두를 신었다. 그 날 그 여의도에는 폭죽처럼 꽃잎이 흩날렸고 늦도록 휘청거리는 바람과 더불
향년 88세이신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광주보훈병원에서 영면했다. 전대병원에서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주문한 주치의 말해도 아버님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면서 병마의 고통은 오래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아버지가 돌아오질 못할 아주 먼 길을 떠나셨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호흡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람처럼 크고 무서웠다. 지켜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루하루 병간호의 긴장된 나날이었다. 좀 더 오래 지상에 머물면서 가족들과 생전에 가보지 못한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싶었지만 병세는 깊고 깊었다. 어머니가 담석으로 일찍 돌아가신 후로,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엊그제 같다. 아버지는 신안군 증도초교에서 교육에 몸담으신 후로는 마산, 서울, 고향인 해남에서 대부분 정착하셔서 6남매를 성장시켰다. 어머님과 오래전 별리후로 마냥 허허로운 공간에다 초점 잃은 시선을 걸쳐놓았을 뿐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허공을 좇는 아버지의 눈길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작은형님 내외는 극진하게 아버지를 모셨고, 읍내에 나가서 게이트볼도 치시고 전국대회에 출전하시기도 했었다. 어르신들과 어울리시면서 그 초조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은